돈오입도요문

[돈오입도요문론 頓悟入道要門論]44. 일체처[一切處]에 무심[無心]

쪽빛마루 2010. 2. 26. 17:19

 

[돈오입도요문론 頓悟入道要門論]


    44. 일체처[一切處]에 무심[無心]

    "[금강경]에 이르기를 '보살이 아법(我法)이 없는 사람은 여래가 참다운 보살이라'고 말씀하시며, 또 '취하지도 아니하고 버리지도 아니하여 영원히 생사를 끊어서 일체처에 무심하면 곧 모든 부처님의 아들이다'고 하였느니라. [열반경]에 이르기를 '여래가 열반을 증득하여 영원히 생사를 끊었다'고 하였느니라.

    게송으로 말하노라.

    나는 지금 뜻이 매우 좋아서
    남이 욕할 때도 괴로움이 없고
    말없이 시비를 말하지 않나니
    열반과 생사가 같은 길이로다.
    내 집의 근본 종지를 사무쳐 알아
    본래로 푸르고 검은 분별이 없나니
    일체 망상의 분별은
    세상 사람이 밝게 알지 못함임을 알지니라.
    말세의 범부에게 이르노니
    마음 가운데 우거진 풀을 없애 버려라.
    내 지금 뜻이 크게 넓어서
    말하지 않고 일 없어 마음이 편안하나니
    종용하여 자재해탈이라
    동서 어디를 가나 쉬워 어렵지 않도다.
    종일토록 말 없이 적막하여
    생각 생각에 이치를 향해 생각하노니
    자연히 소요하여 도를 보아
    생사와 결정코 상관치 않는도다.
    내 지금 뜻이 몹시 기특하여
    세상의 침해와 속임에 향하지 않음이라
    영화는 모두 헛된 속임수이니
    헤진 옷 거친 음식으로 굶주림을 채우는도다.
    길에서 세상 사람을 만나 말하기를 게을리하니
    세상 사람들은 모두 나를 바보라 하네.
    겉으로는 질린 듯 암둔해 보이나
    마음 가운데는 밝기가 유리같아서
    라후라의 밀행에 묵묵히 계합하나니
    너희 범부들이 알 바 아니로다.

    내 너희들이 참 해탈의 이치를 알지 못할까 두려워서 거듭 너희들에게 말해 보이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