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제4편- 2장 자유로 가는 길. 2. 큰 의심. 3)임제스님
3)임제스님
중국에서 선종이 천하를 풍미할 때
선종은 임제종, 조동종, 위앙종, 운문종, 법안종의 다섯 종파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그 가운데서도 임제종이 가장 융성했읍니다.
임제종의 종주는 황벽스님의 제자인 임제스님으로,
일찌기 교학을 많이 배운 스님입니다.
스님은 교(敎)만으로는 부족하고 꼭 선(禪)을 해서 깨달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유명한 황벽스님을 찾아갔읍니다.
황벽스님은 특별한 가르침을 배운 적도 없이,
나면서부터 아는 생이지지(生而之知)로서,
당시의 천자인 선종(宣宗)을 두드려 팬 일이 있는 걸출한 선승이었읍니다.
이 스님 밑에서 한 삼년 열심히 공부를 했읍니다.
그 때에 황벽스님 회상에는 수자로 목주스님이 있었는데
임제스님을 격려하기 위해 물었읍니다.
"상좌는 여기 온 지가 몇년이나 되었는가?"
"삼 년입니다.&
quot;"그러면 황벽스님께 가서 법을 물어본 적이 있는가?"
"없읍니다. 무엇을 물어야 할지를 모르겠읍니다."
"너는 어찌하여 황벽스님께 가서
'어떤 것이 물법의 긴요한 뜻입니까' 하고 물어보지 아니하였는가?"
그 말을 듣고 임제스님은 황벽스님에게 가서 똑같이 물었읍니다.
그런데 묻는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황벽스님이 갑자기 뭉둥이로 스무대나 때리는 것이었읍니다.
임제스님이 뭉둥이만 맞고 내려오니 목주스님이 물었읍니다.
"어쭈러 간 일이 어떻게 되었는냐?"
"제가 여쭙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조실 스님이 갑자기 때리시니 그 뜻을 제가 알 수가 없읍니다."
"그러면 다시 가서 여쭈어라."
그 말을 듣고 임제스님이 다시 가서 여쭙자 황벽스님은 또 몽둥이로 때렸읍니다.
이와 같이 세번 가서 여쭙고 세번 다 몽둥이만 맞고 말았읍니다.
임제스님이 돌아와서 목주스님께 말했읍니다.
"다행이 자비를 입어서 저로 하여금 황벽스님께 가서 문답케 하셨으나
세번 여쭈어서 세번 다 몽둥이만 실컷 맞았읍니다.
인연이 닿지 않아 깊은 뜻을 깨칠 수 없음을 스스로 한탄하고 지금 떠날까 합니다."
"네가 만약 갈 때는 황벽스님께 꼭 인사를 드리고 떠나라."
임제스님이 절하고 물러가자 목주스님은 황벽스님을 찾아가서 여쭈었읍니다.
"스님, 법을 물으러 왔던 저 후배는 매우 법답게 수행하는 사람입니다.
만약 하직 인사를 드린다고 오면
방편으로 그를 제법하여 이후로 열심히 공부케 하면,
한 그루 큰 나무가 되어 천하 사람을 위해 시원한 그늘이 되어 줄 것입니다."
임제스님이 와서 하직 인사를 드리니 황벽스님이 말씀하셨읍니다.
"다른 곳으로 가지 말고 너는 고안 개울가의 대우스님에게 가라.
반드시 너를 위해 말씀해 주실 것이니라."
임제스님이 대우스님을 찾아 뵈오니 대우스님이 물었읍니다.
"어디서 오는고?"
"황벽스님께 있다가 옵니다."
"황벽이 어떤 말을 가르치든가?"
"제가 세번이나 불법의 긴요한 뜻이 무엇인가 하고 여쭈었는데
세번 다 몽둥이만 맞고 말았읍니다.
저에게 무슨 허물이 있는지 알지 못하겠읍니다."
"황벽이 이렇게 노파심절(老婆心切)로 너를 위해 철저하게 가르쳤는데
여기 와서 허물이 있는지 없는지를 묻는 것이냐?"
임제스님이 그 말 끝에 크게 깨치고 말했읍니다.
"원래 황벽의 불법이 별것 아니구나!"
대우스님이 임제의 멱살을 잡고 말했읍니다.
"이 오줌싸게 놈아!
아까는 와서 허물이 있는지 없는지를 묻더니
지금은 또 황벽의 불법이 별 것 아니라고 하니
너는 어떤 도리를 알았느냐, 빨리 말해보라, 빨리 말해보라!"
임제스님은 대우스님의 옆구리를 세번 쥐어 박았읍니다.
그러자 대우스님이 멱살 잡은 손을 놓으면서 말했읍니다.
"너의 스승은 황벽이지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니라."
임제스님이 대우스님에게 하직하고 황벽스님에게 돌아오니,
황벽스님은 임제스님이 오는 것을 보고 물었읍니다.
"이놈이 왔다 갔다만 하는 구나.
어떤 수해의 성취가 있었느나?"
"다만 스님의 노파심절 때문입니다."
"어느 곳에서 오느냐?"
"먼젓번에 일러주신 대로 대우스님께 갔다 옵니다."
"대우가 어떤 말을 하던가?"
임제스님이 그 사이의 일을 말씀드리자 황벽스님이 말씀했읍니다.
"뭣이라고! 이 놈이 오면 기다렸다가 몽둥이로 때려주리라."
그러자 임제스님이 말했읍니다.
"기다릴 것이 무엇 있읍니까, 지금 곧 맞아 보십시오."
하면서 황벽스님의 뺨을 후려치니
황벽스님이 말했읍니다.
"이 미친 놈이 여기 와서 호랑이 수염을 만지는 구나!"
그러자 임제스님이 갑자기 고함을 치니 황벽스님이 말했읍니다.
"시자야 이 미친 놈을 끌어내라."
그 뒤 임제스님이 화북 지방으로 가서 후학들을 제법하면서
누구든지 앞에 어른거리면 고함을 쳤읍니다.
그래서 임제스님이 법 쓰는 것을 비유하여
'우뢰같이 고함친다(喝)'고 평하였읍니다.
그때부터 임제종이 시작되었읍니다.
임제스님이 소리지르는 것(喝), 덕산스님과 황벽스님이 사람 때리는 것(棒),
이 이치를 바로 알면 모든 문제가 해결됩니다.
그 전에는 팔만대장경을 거꾸로 외고 모로 외어도 소용없읍니다.
지식으로는 박사의 박사를 더한다 해도 소용없으니,
오로지 불법을 깨처야 알지 깨치기 전에는 절대 모릅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무한한 능력을 다 개발하면
영원토록 대자유, 대자재한 절대적인 행복을 성취할 수 있는데,
그것은 어떤 방법으로 가능한가?
반드시 무심삼매를 성취해야 되고,
이 무심삼매를 성취하려면 오직 마음을 닦아야지 지식과 언설로는 절대로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