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자유

66. 제 5편 영원한 자유인. 16. 포대화상

쪽빛마루 2011. 1. 30. 11:30

16. 포대화상

포대화상이라고 불리는 스님이 있었읍니다.
남에게 얻어 먹고 다니는 거지 스님인데
살림살이라고는 큰 포대 하나 뿐이었읍니다.

포대 하나만 들고 다니다가
사람들의 뒷꼭지를 똑똑 치면서 돈 한닢 달라고 하곤 하였읍니다.
그것은 일종의 법문이었읍니다.

또 예를 들어,
생선 장수를 보면 생선 한 마리만 달라고 하여
한 입만 베어 먹고 포대에 넣고 다녔읍니다.
그렇게 무엇이든 눈에 띄기만 하면 달라고 했읍니다.

그리고 장차 가뭄이 계속될 것 같으면 흐린 날에도 삿갓을 쓰고 다니고,
장마가 계속될 것 같으면 맑은 날인데도 굽이 높은 나막신을 신고 다녔읍니다.
이런 식으로 앞일을 예견하는 데 하나도 틀리지 않았읍니다.

포대화상이 돌아가실 때(916)에는
명주 악림사 동쪽 행랑 밑에서 법문을 하면서 앉은 채로 입적했읍니다.

그 때 이런 계송을 남겼읍니다.

  미륵, 참 미륵이여
  천만의 몸을 나투는구나.

  때때로 사람에게 보이나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구나.

포대화상의 죽은 시체는 전신을 그대로 절 동당에 모셔 두었읍니다.
그런데 그 뒤에 보니 곳곳에서 포대화상이 돌아다니는 것이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