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함

[스크랩] [수행이란 무엇인가] 간화선 수행 - 16. 마음 속의 화두가 열리기 직전의 경계 - 은산철벽

쪽빛마루 2013. 12. 3. 07:58

[간화선 수행]

 

16. 마음 속의 화두가 열리기 직전의 경계 - 은산철벽

 

말과 생각이 완벽하게 끊어져

오도가도 못하는 절박함 비유

 

은산철벽(銀山鐵壁)이니 무문관(無門觀)이니 하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화두와 관련하여 이러한 말들은 무슨 의미를 품고 있을까?

오늘은 여기에 대한 얘기다. 화두는 의심생명이다.

의심이 걸리지 않는 화두는 죽은 말과 다름없다 하여 사구(死句)라 한다.

 

간화선에서는 이 의심과 관련한 여러가지 용어가 있다.

의정(疑情), 의단(疑團), 은산철벽(銀山鐵壁) 등이 그것이다.

 

의정이란

화두에 대한 간절한 의심이 감정처럼 솟아나오는 것을 말한다.

감정이란 억지로 지어내선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푹 익었을 때, 마음이 그렇게 고조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흘러나오는 것이 감정이다.

 

흔히 감정은 속일 수 없다고 한다.

좋으면 좋아서 기뻐하면서 웃는 것, 슬프면 가슴 아파 흐느끼는 것,

부끄러우면 자신도 몰래 얼굴이 빨개 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 연인을 사모하면 그리운 감정이 물밀 듯 터져 나오듯 말이다.

그렇게 감정은 스스럼없이 나오는 것이다.

 

화두에 대한 의심도

이렇게 감정처럼 되어 자연스럽게 솟아나는 것을 일컬어 의정이라 한다.

그것은 문고리에 고리가 걸리듯이

화두가 우리 마음의 한 복판에 자연스럽게 걸려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화두가 내 마음의 중심에 걸려 있으면

우리는 태산처럼 흔들리지 않고 오롯이 앉아 있을 수 있다.

이 의정의 농도가 매우 진한 상태를 의단이라 한다.

 

의단이란 ‘의심 덩어리’, ‘의심뭉치’라는 뜻이다.

의심이 똘똘 뭉쳐 단단한 덩어리처럼 납작하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 “뚜렷한 한 조각을 이룬다”는 ‘타성일편(打成一片)’이라는 말이 있다.

 

마치 맑은 가을 밤하늘에 달 한 조각이 덩그렇게 걸려 있듯이

의심덩어리가 뚜렷한 한 조각을 이루어 마음속에 걸려 있는 것이다.

그것은 달리 말하자면 나와 화두가 빈틈없이 일치되어

나와 화두가 한 조각을 이룬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의심 덩어리 하나만 홀로 드러나 있는 상태를 의단독로(疑團獨露)라 한다.

 

의단이 하늘에 박힌 달처럼 뚜렷한 한 조각을 이루어

밝게 빛나는 상태를 더 극적으로 표현한 말이 은산철벽(銀山鐵壁)이다.

 

은산철벽이란

은으로 만든 산이요 철로 이루어진 산이다.

철옹성보다 더 견고하고 빈틈이 없는 난공불락의 장벽이

앞길을 턱 가로 막고 있는 것이다.

아니 앞길뿐만 아니라 사방이 이러한 은산철벽으로 갇혀 있어 옴싹달싹 못하는 것이다.

 

좌로 가도 막혀 있고 우로 가로 막혀 있다.

그렇다고 뒤돌아 갈 수도 없다.

전진할 수도 없으며 모든 퇴로가 완전히 차단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화두가 완전히 내 마음을 차지하고 있어서

생각의 길과 말길이 완벽하게 끊어져 오도 가도 못한 상태를

은산철벽으로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화두 의심이 빈틈없이 이어져

전후좌우 한 발자욱도 나갈 수 없는 절박한 상황, 극한 상황을 일컫는다.

 

오도 가도 못하는 그러한 상황 속에서

아주 강렬한 힘으로 밀어붙이는 순간 은산철벽이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진다.

순식간에 건물이 주저앉듯이, 일격에 장작이 두 동강 나면서 쫙 쪼개지듯이

화두가 일순간에 타파되는 것이다.

꽉 닫혀 있던 문 없는 문, 그 화두라는 관문이 활짝 열리는 것이다.

 

화두가 타파되면 모든 업장,

나를 둘러싼 아상(我相)의 두꺼운 껍질들이 다 뚫려버린다.

진정한 내 모습을 가리고 있던 모든 그림자, 벽,

자아의식, 경계가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그것은 심신이 탈락(脫落)되어 몸과 마음의 자취가 홀연히 사라져

빈 배에 달빛만 가득한 정경이다.

 

조계종 포교연구실

출처 : 3000배
글쓴이 : 쪽빛마루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