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이란 무엇인가?

[수행이란 무엇인가] 간경 수행 - 43. 주력의 의미와 역할

쪽빛마루 2014. 3. 2. 18:17

[수행이란 무엇인가]

 

43. 주력의 의미와 역할
언어의 초월적 힘으로 깨달음 얻어


 

외움을 통해 업장.번뇌 소멸

보조적 수행.지혜 구현 역할
 

주력(呪力)수행은 특정한 문장이나 음절의 형태로 이루어진 언어의 초월적 힘을 믿고 그것을 외움으로써 업장을 소멸하고 여러 가지 장애로부터 벗어나거나, 궁극적으로는 깨달음에 이르고자 하는 수행 방법이다. 이러할 때 주력에 사용되는 그 말인 주문은 의사소통을 매개하는 언어의 일반적인 의미를 완전히 뛰어넘어 초월적이고 신성한 의미와 능력을 지닌다.


주문의 형태는 다라니(陀羅尼)나 호주(護呪), 총지(總持), 진언(眞言), 주(呪), 만뜨라(mantra), 신주(神呪), 명주(明呪) 등등으로 거론된다. 다라니의 산스크리트 표기는 ‘dha-ran.1-’이다. ‘기억’ ‘회상’ ‘유지’ ‘파악’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 어원적인 의미 속에는 무엇인가를 꼭 붙들고 놓치지 않는 행위를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다라니는 모든 것을 지탱시키므로 총지(總持)요 잘 기억하고 유지시키므로 능지(能持)라고 번역한다. 아울러 다라니는 가르침을 잘 기억해 간직함으로써 악으로부터 자기 스스로를 보호한다는 의미로 확대된다. 호주(護呪), 또는 호신주(護身呪)라는 말은 이러한 의미를 잘 보여준다.


만뜨라(‘mantra)는 다라니와 거의 유사한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진실한 말이라는 의미에서 진언(眞言)이라 번역한다. 만뜨라를 다라니와 구분해서 말할 경우, 그 주문의 길이가 불과 몇 개의 음절이나 구(句)로 이루어져 훨씬 짧을 것을 말한다. 극히 짧을 경우는 한음절이나 두음절 정도로 이루어진 만뜨라도 많다. 예를 들어서, ‘훔(hum)’ ‘밤(bham.)’ 등의 무의미한 음절도 만뜨라로 사용한다.


주력의 씨앗은 불교가 발생한 인도의 토양에서 발아하였다. 베다와 브라흐마나 등의 문헌 등에는 베다에서 파생한 주문(Brahman)이나 그것의 소리(Va-c)가 초월적인 속성과 힘을 갖으며, 신보다 앞서는 실체의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 또는 ‘옴(Om.)’과 같은 특정한 주문은 우주적인 실체로 상징된다. 이러한 영향을 받아 힌두교에서 주문의 언어는 곧 신의 힘(akti)을 의미하게 되었다. 수행 입문자는 특정한 의례와 수행을 통해 이 힘을 자신 속에서 실현하거나 합일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초월적인 힘, 또는 초월적인 존재에 의해 세계가 탄생하게 된 것이고, 그 힘의 본질을 간직한 것이 곧 주문(만뜨라)이라는 것이다.


힌두교에서 특정한 만뜨라의 한 음절이 곧 신으로 표상되었듯이, 밀교에서도 만뜨라는 부처님의 진심을 표현한다. 만뜨라가 부처님의 진심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부처님 가르침의 소리 그 자체가 중요하며, 그 소리가 매개하는 의미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부처님께서는 신을 움직이는 주력의 기능에 매달리지 말라고 설하셨지만 초기불교에서도 불교 신도들 간에 일상생활에서 앙을 쫓고 을 부를 수 있는 정도의 만뜨라(다라니) 신앙이 유통되었었다. 대중과의 관계를 고려한 이러한 전통은 계속 이어져 여전히 남방불교에서도 호주(護呪)가 그대로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엄밀히 말하면, 주력‘수행’의 차원이라고 보기 어렵다.


‘수행’과 관련해 기능적인 차원에서 불교의 다라니를 크게 구분하자면, 첫째는 깨달음에 이르는 “보조적 수행로서의 기능과, 둘째는 “깨달음이나 구경의 지혜 자체를 구현하는 기능” 두 가지다. 이러한 두 차원은 불교의 주력수행 발달과 더불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보조적 방편수행으로서의 주력수행의 근거는 <대지도론(大智度論)>에서 다음과 같이 잘 표현되어 있다.


“… 보살이 문자다라니를 지니는 것은 언제나 모든 문자의 상을 관하면서 억념을 수습하는 것이다. 강한 억념을 지님으로써 모든 선법을 모으고, 모든 악법을 멀리하여, 크게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다. 이것이 견고하면 모든 복덕과 지혜를 모으는 것이니 마음이 금강과 같이 견고해진다. 또한 아비지옥에 떨어지지도 않으며 … 다른 고통이야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다라니가 중심이 되는 경전이나 의궤를 보면, 다라니는 경전 내용이 응축된 결과로 묘사되고 있으며, 다라니 독송이 경전 독송의 공덕과 유사해진다. 특히 7세기 중엽 이후에 밀교의 만개와 더불어 다라니 독송의 목적은 깨달음으로 정립된다.


 

조계종 포교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