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산방야화山房夜話

영명스님은 왜 여러가지 수행을 말했읍니까?

쪽빛마루 2014. 11. 30. 16:29

영명스님은 왜 여러가지 수행을 말했읍니까?


 객승이 또 질문하였다.
 "영명 (永明 : 904∼975)스님은 「종경록(宗鏡錄)」100권을 저술하고, 대승경론을 광대하게 인용하여 우리 달마스님의 바로 가리키신 선〔直指之禪〕과 일치시켰읍니다. 비록그 뜻은 훌륭하다고 하겠지만, 어쩌면 언어에 의존하여 연구하고 의리(義理)를 해석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 같습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달마스님이 인도 땅에서 중국으로 와서, 바로 가리키는 가르침〔直指之道〕이 여섯 번 전수되어 6조 혜능 스님에게 이르렀습니다. 또 6조스님으로부터 아홉번 전수되어 법안(法眼: 885∼958)스님에게 이르렀고, 법안스님으로부터 또 2대(代)가 흘러 영명스님에게 전수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깨달은 조사들이 계속 배출되어 고금을 밝게 비추었읍니다. 그리하여 교학(敎學)을 연구하는 3장(三藏)학자들도 달마스님이 세운 방법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영명스님께서 자세하게 경전을 연구하고 한데 묶어서 변론해 놓은것이 바로 「종경록」입니다. 「종경록」은 어느 모로 보더라도 그 전개가 자유자재하고, 어느 부분을 보더라도 도의 근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바로 문자를 사용하여 도를 밝혀놓은 총지문(總持門)인 것입니다. 바로 이점 때문에 3장(三藏)을 연구하는 교종의 학자들이 달마스님과그 제자들을 불제자가 아니라고 비난하지 못하게 되었읍니다.
 「종경록」과 명교(明敎: 1007∼1072)스님이 저술한 「보교편(補敎編]의 두 책은 모두가 수백명의 사상을 정교하게 검토하고, 그 밖의 서적들을 널리 연구해서 만든것입니다. 때문에 이 두 책은 부처님의 진실한 자비를 선양하고 유학자(儒學者)들의 계속되는 질투를 막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 두 책이야말로 부처님과 조사스님들을 호위하는 성벽에 해당합니다. 혹자들이 이 책을 보고 말귀절이나 따지고 의리따위나 해석했다는 꼬투리를 잡는다면 그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정말로 두 스님들의 진실된 정성과 깊고깊은 이해가 없었다면 그렇게 비슷하게 흉내낼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객승이 또 질문하였다.
 "영명스님께서는 또 「만선동귀집(萬善同歸集)」을 저술했는데, 그 내용이 「종경록」의 학설과는 서로 주장하는 바가 다릅니다. 그러면 한 사람이 저술한 책인데도 서로 모순되는 점이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마음은 모든 선(善)의 근본입니다. 「종경록」에서는 여러 선(善)을 모아서 한 마음으로 귀결시켰고, 「만선동귀집」에서는 한 마음을 풀어 여러 선(善)으로 들어가게 했읍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치상으토 보면 두 책의 이론이 동일한 것입니다. 영명스님께서 그렇게 하신 까닭은 대체로 참선한다는 사람들이 깨닫지도 못한 채 여러 가지의 수행을 하지 않는 실태를 지도하기 위함입니다. 또한 3장(三藏)을 연구하는 교학자들이 선가(禪家)에서는 여러 가지 수행을 두루 통괄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을 막으려고 그런 것입니다. 그러므로 두 책에서 자세하게 여러 가지의 수행방법을 밝힌 것은 그러고 싶어서 그런것은 아닙니다. 고금을 통하여 많은 스승들이 있지만 어찌 영명스님을 빼놓을 수가 있겠읍니까!
 객승이 또 질문하였다.

 "선가(禪家)에서도 여러 가지의 수행을 해야한다고 가르치나요!"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달마스님의 문하에서는 자기의 마음을 깨달아 밝히는 것만을 으뜸으로 여길 뿐입니다. 이 마음이 밝혀지기만 하면, 갖가지의 수행을 한다느니, 아니면 안한다느니 하는 것조차 따질 것도 없습니다. 혹 수행을 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수행하는 주체와 또 수행의 대상에 전혀 얽매이지 않습니다. 반대로 수행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알음알이에 휘둘리어 바른 생각을 잃어버리는 등의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습니다.
이 마음의 정체를 확연히 알지 못하편 여러 가지의 수행을 한다 해도 허망하고, 설사 수행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허망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참선하는 이 납자들은 마음 밝히는 일을 무엇보다 으뜸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런 뒤에 만행을 해도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