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보훈서(禪林寶訓序)
선림보훈서(禪林寶訓序)
「선림보훈(禪林寶訓)」은 지난날에 묘희 대혜(妙喜大慧:1088∼1163)스님과 죽암 사규(竹庵士珪:1082∼1146)스님이 강서(江西)땅 운문사(雲門寺)에서 토굴을 짓고 살 때 함께 편집한 것이다.
나는 순희(淳熙:1173∼1189) 연간에 행각하면서 운거산(雲居山)에 갔다가 이를 조암(祖庵) 노스님에게서 얻었는데, 세월이 오래된 탓에 좀이 슬어 처음과 끝이 완전하지 못함을 애석해 하였다. 그 뒤 어록(語錄)이나 전기(傳記) 가운데 보이는 것을 10여 년간이나 모았더니 가까스로 50여 편이 되었다. 그리하여 황룡 혜남(黃龍惠南:1002∼1069)스님에서 불조 졸암(佛照拙庵:1121∼1203) · 간당 행기(簡堂行機)스님에 이르기까지 모든 큰스님들이 남긴 어록을 가지고 절요(節要)하고 수집하여 300편으로 분류하였다. 그런데 이는 얻어진 대로 순서를 정하였을 뿐, 시대순으로 편집하지는 않았다.
대체의 내용은 납자들로 하여금 권세와 이익을 구하거나 나와 남을 구별하는 마음[人我見]을 깎아내고, 도덕과 인의(仁義)로 나아가게 하는 것들이었다. 그 문체는 여유롭고 평이하여 궤변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투가 없어서 실로 입도(入道)를 돕는 원대한 법문이라 할 만하였다.
그러나 경판에 새겨 널리 퍼뜨리려면 반드시 한 번 보고 마음으로 인정하는 도반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내 비록 언덕이나 골짜기에서 늙어 죽는다 해도 뜻[志]과 바람[願]이 만족되리라.
동오(東吳)지방 사문(沙門) 정선(淨善)이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