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임간록林間錄

2, 양기스님의 말끝에 깨침/ 백운 수단(白雲守端)스님

쪽빛마루 2015. 1. 3. 11:11

2. 양기스님의 말끝에 깨침/ 백운 수단(白雲守端)스님

 

 백운 수단(白雲守端 : 1025~1072)스님은 뛰어난 기품을 지닌분으로 젊은 시절 상중(湘中)지방을 돌아다녔다. 때마침 방회(方會 : 993~1046)스님이 양기산(揚岐山)에서 운개산(雲蓋山)으로 옮겼는데(1046), 한번 보고서 수단스님을 마음속으로 남다르게 생각하였으며, 함께 이야기하는 날이면 으례 밤을 지새웠다. 어느 날 갑자기 방회스님이 물었다.

 “스님의 삭발 은사는 누구인가?”

 “다능 인욱(茶陵仁郁)스님입니다.”

 “내 듣기로는 그가 개울을 건너면서 깨침을 얻고 지은 게송이 매우 잘된 글이라 하던데 그 게송을 기억할 수 있는가?”

 그리하여 스님이 그 게송을 외웠다.

 

나에게 신비한 구슬 한 알이 있는데

오랫동안 티끌에 덮혀 있다가

오늘에사 티끌 사라져 빛이 쏟아지니

산하대지 온갖 떨기마다 모두 비추네.

 

我有神珠一顆  久被塵勞關鎖

今朝塵盡光生  照破山河萬朶

 

 그러자 방회스님은 한 차례 크게 웃고 나가버렸다. 이에 스님은 깜짝 놀라고 당황하여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튿날 아침, 수단스님은 방장실로 찾아가 어제의 일을 여쭈었다. 때마침 정초였는데 방회스님이 말씀하셨다.

 “그대는 어젯밤 만들어 놓은 야호(夜狐 : 액맥이 여우)를 보았는가?”

 “보았습니다.”

 “그대는 그것보다 한 수 부족하다.”

 이 말에 스님은 또 한번 크게 놀라며,

 “무슨 말씀입니까?”

하자, 방회스님이 말씀하셨다.

 “그것은 사람의 비웃음을 좋아하는데, 그대는 사람들의 비웃음을 두려워하는구나.”

 스님은 이 말끝에 크게 깨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