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임간록林間錄

7. 무종의 폐불과 선종의 부흥/ 당(唐) 선종(宣宗)

쪽빛마루 2015. 1. 3. 11:13

7. 무종의 폐불과 선종의 부흥/ 당(唐) 선종(宣宗)

 

 당나라 선종(宣宗)이 왕이 되기 전의 일이다. 무종(武宗)이 그의 훌륭함을 시기하여 여러 차례 죽이려고 하였으나 내시 구공무(仇公武)의 도움으로 피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사태가 급박해지자 공무는 선종을 삭발시켜 비구승으로 위장한 후 사방을 돌아다니게 하였다. 그리하여 선종은 수많은 천하 명산을 구경하다가 항주 염관사(鹽官寺)에 이르렀는데 마조도일(馬祖道一 : 709~788)스님의 으뜸 제자 제안(齊安 : ? ~842)스님이 첫눈에 보통사람이 아님을 알고 특별히 대우하였으므로 염관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머물렀다. 마침내 선종이 즉위한 후 제안스님을 만나보려고 하였으나 이미 서거한 지 오래였다.

 앞서는 무종이 불교를 탄압하였었는데 선종에 와서는 다시 흥성하게 되었으니 불법의 흥망성쇠가 시운에 달려있다 하겠다. 하지만 어찌 제안스님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겠는가? 또한 구공무의 덕은 한나라 병길(邴吉)*에 견주어 부끄러울 바 없는데 「신서(新書)」에서 이를 생략하고 제안스님의 전기만을 기록한 것은 한탄스러운 일이다.

 과거에 제안스님의 영정에 찬(贊)을 쓴 이가 있었다.

 

세계를 한낱 티끌로 여기니

허공에 떠있는 꽃, 꿈 속의 몸이라

황제를 알아 본 사람이라 말하지 말라

천안(天眼)으로 천인(天人)을 알아보시는 분.

 

已將世界等微塵  空裏浮華夢裏身

勿謂龍顔便分別  故應天眼識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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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길(邴吉) : 전한(前漢) 선제(宣帝) 때의 훌륭한 재상. 무제(武帝) 재위중에 옥리(獄吏)로 있을 때, 선제가 위태자(衞太子)의 일로 옥에 갇혔는데 잘 보살펴 주었다. 그 공으로 선제가 즉위한 뒤 부양후(傅陽侯)로 임명되었다가 승상으로 승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