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임간록林間錄
38. 세분영정과 세 개의 탑/ 백운 수단(白雲守端)스님
쪽빛마루
2015. 1. 3. 11:34
38. 세분영정과 세 개의 탑/ 백운 수단(白雲守端)스님
백운 수단(白雲守端 : 1025~1072)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천하 총림을 흥성하게 만든 것은 대지(大智)스님의 힘이다 그러므로 조사당 한복판엔 달마스님의 영정을, 서쪽엔 대지스님의 영정을, 동쪽엔 개산(開山)하신 큰스님들의 영정을 모신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그러나 개산하신 큰스님들의 영정만을 봉안하는 데 그치고 거들의 조종(祖宗)을 생략하는 것은 마땅치 못한 일이다.”
운거 원우(雲居元祐 : 1027~1092)스님은, “내, 여러 큰스님들의 업적을 살펴보니 반드시 그 유해를 모시기 위하여 부도를 세우는데 땅은 유한하고 사람은 죽는 사람은 끝이 없으니, 백천년 후에는 반드시 부도 하나 세울 땅마저 없게 될 것이다”하고는 굉각(宏覺)스님의 탑 동쪽에 난탑(卵塔)을 만들어 놓고, “주지 중에 부서지지 않는 생신(生身)을 지녀서 화장하여 사리가 비처럼 쏟아지는 사람이 아니거든 그 뼈며 돌을 모두 이곳에 묻어라”하였다. 또 그 서쪽에 난탑(卵塔)을 하나 마련하고, “대중스님이 죽거든 그 뼈를 이곳에 묻도록 하라”하여 이를 ‘세 탑(三塔)’이라 하였다.
두 노스님의 고매한 식견이야 후세의 모범이 되고도 남음직하지만 그들의 외로운 주장은 지속되기 어렵고, 대중의 비위에 거슬리는 일이란 이루어지기 어려운 법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반드시 이 말씀에 찬성하는 자가 있으리라 믿기에 내 두고 볼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