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임간록林間錄

52. 무착스님의 「금강반야론」

쪽빛마루 2015. 1. 3. 11:43

52. 무착스님의 「금강반야론」

 

 「금강반야경」에 말하였다.

 “나의 설법을 뗏목에 비유할 수 있으니 법마저도 버려야 하는데 하물며 법이 아닌 것이랴.”

 이에 대해 주석을 붙인 인도와 중국의 성현은 무려 천여 명이나 되지만 무착(無著)스님만큼 부처님의 뜻을 잘 드러낸 분은 없었고, 쌍림(雙林)스님이 다시 그 주석에 설명을 붙임으로써 무착스님은 법을 설하는 법신[言說法身]이라 여겨지게 되었다.

 그 뜻은 다음과 같다.

 “뗏목이란 언설(言說)을 비유한 것이니 많은 사람들이 모두 말을 사용하지만 부류가 다른 것처럼 뗏목도 강물 위를 떠가는 것이지만 실제로 머물지 않는 것과 같다. 법이 아닌 것은 양편에 치우침[二邊]이다. 뗏목에 있다 해도 가깝지 않은데 어떻게 양편(二邊)에 머물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하물며 법이 아닌 것이야....’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쌍림 스님은 이 주석에 대하여 게를 지었다.

 

강을 건너려면 모름지기 뗏목이 있어야 하지만

언덕에 이르면 배는 필요없는 법

아집이나 법집을 모두 집착이라 이름하지만

이치를 깨달으면 뉘라서 힘들게 설명하랴

물 한가운데 이미 빠진 사람에게

누가 두 언덕이 있다고 말하는가

‘유 · 무’ 가운데 한쪽을 선택한다면

곧 마음이 더럽혀지리라.

 

渡河須用筏  到岸不須船

人法俱名執  悟理誰勞詮

中流仍被溺  誰論在二邊

有無如取一  卽被汚心田

 

 그러므로 조동종의 종지에는 ‘뒤섞지 말지니 유(類)가 다르기 때문이다[混不得類不齊]’라는 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