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임간록林間錄
77. 수산스님의 전법강요/ 수산 성념(首山省念)스님
쪽빛마루
2015. 1. 3. 12:02
77. 수산스님의 전법강요/ 수산 성념(首山省念)스님
지난날 수산 성념(首山省念)스님은 법을 전수하는 요점[傳法綱要]을 게송으로 읊은 적이 있다.
쯧쯧! 못난 낭군이여
기연(機緣)이 오묘하여 아는 이 없어라
봉림관을 깨부수고
물 위에 신을 신고 서 있네.
咄咄拙郎君 機妙無人識
打破鳳林關 穿靴水上立
쯧쯧! 꾀많은 아가씨여
베틀을 세워두고 베 짤 줄을 모르는구려
닭싸움을 뚫어지게 보느라고
물소를 알지 못하였네.
咄咄巧女兒 停梭不解識
貪看鬪鷄人 水牛也不識
뒷날 분양 무덕(汾陽無德 : 善昭)스님이 이 게송에 주석을 붙였는데도 납자들은 그 뜻을 깨닫지 못하였다. 이로써 살펴보면 신령스럽게 깨닫고 훤출히 벗어나던 옛사람의 바탕을 요즈음 사람으로서는 매우 따라가기 어렵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내 일찌기 안타까워하며 그 게송을 읽었다.
순화(淳化) 3년(993) 12월 5일 스님(성념)께서 대중에게 설법하였다.
내 나이 올해 예순 일곱!
늙고 병들어 그럭저럭 세월만 보낸다
올해에 명년 할 일을 기록하였다가
이듬해에 올해의 일을 더듬어보면
명년이 와도 다 어긋남이 없으리.
老僧今年六十七 老病相依且過日
今年記取明年事 明年記著今年日
至明年時皆無爽
또 이어 대중에게 설법하였다.
은세계 금색부처
유정이고 무정이고 모두가 하나의 참다운 법
밝음과 어둠이 다할 때 모두가 비춤이 없다가
오후의 태양에 온몸을 보이도다.
白銀世界金色身 情與無情共一眞
明暗盡時俱不照 日輪午後示全身
그 후 정오에 편안히 앉아 입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