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임간록林間錄

24. 실추된 임제종풍을 일으킴/ 황룡 혜남(黃龍慧南)스님

쪽빛마루 2015. 1. 12. 08:57

24. 실추된 임제종풍을 일으킴/ 황룡 혜남(黃龍慧南)스님

 

 황룡 혜남(黃龍慧南 : 1002~1069)스님이 적취사(積翠寺)에 있을 때 한 스님이 곁에 서 있자, 혜남스님은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다가 물었다.

 “백천 가지의 삼매경(三昧境)과 무량한 묘문(妙門)을 한 마디로 너에게 말해준다면 믿겠느냐?”

 “스님의 성심어린 말씀을 어찌 믿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혜남스님은 그의 왼편을 가리키며, “이쪽으로 오너라” 표현하니 그 스님이 종종걸음으로 오려 하자 갑자기 ‘쯧쯧’혀를 차며 말하였다.

 “소리를 따라 움직이고 색을 쫓아다니니, 언제나 깨달을 수 있겠느냐? 썩 나가거라!”

 어느 스님이 이 사실을 알고 총총히 혜남스님의 방으로 들어갔다. 혜남스님이 지난번에 하였던 말을 가지고 다시 그에게 물으니, 그 또한 똑같이 말하였다.

 “어찌 감히 믿지 않겠습니까.”

 혜남스님은 또 다시 그의 왼편을 가리키며, “이쪽으로 오너라” 하였다. 그 스님이 꼼짝하지 않고 서 있자 이번에도 ‘쯧쯧’ 혀를 차며 말하였다.

 “네가 나를 찾아온 것은 나와 가까워지려고 온 것인데 도리어 나의 말을 듣지 않다니, 썩 나가거라!”

 스님의 문풍(門風)은 깎아지른듯 험하여 설령 부처라 하여도 역시 기가 죽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미 실추된 임제종의 가풍을 일으켜 세울 수 있었는데, 지금 사람들은 스님의 가풍을 다만 평범한 생각[平安商量]이라 매도하니 우스운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