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이조에 대한 잘못된 기록들/ 도선(道宣)스님
32. 이조에 대한 잘못된 기록들/ 도선(道宣)스님
도선(道宣 : 596~667)율사가 이조 혜가(二祖慧可)스님의 전기를 쓰면서, “혜가스님은 도적을 만나 팔을 잘렸지만 불법으로 마음을 다스려 조금도 아파하거나 괴로워하지 않았다”하였는데 촉승(蜀僧) 신청(神淸)스님은 그의 말을 인용하여 잘못된 글을 썼다. 나는 그 글을 읽고 언제나 허탈한 웃음을 지었으며, 또한 시비를 가리는 데 어두운 도선스님의 안목을 한탄하였다.
앞에서 이미 담림(曇林)스님과 이조 혜가스님의 전기를 함께 소개하였다. 담림스님의 전기에 의하면, “담림스님은 도적을 만나 팔을 잘렸는데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소리가 끝이 없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그를 ‘팔없는 담림[無臂林]’이라 하였다”고 되어 있다.
담림스님과 혜가스님은 절친한 사이로 하루는 함께 밥을 먹게 되었는데 혜가스님도 한쪽 손으로 식사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여 그 까닭을 물으니, “나도(혜가) 한 팔이 없은 지 오래되었다”고 하였다 한다. 그렇다면 친한 사이로서 도적을 만나 팔을 잘렸는데도 그렇게 오랫동안 모르고 있다가 그때서야 물을 수 있겠는가?
이조스님은 불법을 구하기 위하여 팔을 잘랐기 때문에 세상에서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었지만 담림스님은 도적을 만나 잘렸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모두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런데, 도선스님이 부질없이 이에 부화뇌동하여 선대의 성인을 거짓 모욕한 것은 잘못된 일이다. 그리고 저 신청이라는 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기에 이처럼 터무니없는 말에 근거하여 글을 썼는지, 또 한번 웃음이 나올 뿐이다.
그러나 맹자가 말하기를 “모든 글을 다 믿는다면 차라리 글이 없느니만 못하다”고 하였으니, 학자들은 과연 이 말을 거울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