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임간록林間錄

35. 동산스님의 삼 서근과 운문스님의 보자공안

쪽빛마루 2015. 1. 12. 09:03

35. 동산스님의 삼 서근과 운문스님의 보자공안

 

 대우 수지(大遇守芝)스님의 게송은 가장 정교하고 고준하여 많은 노스님들이 애송하는 것을 나는 보아왔다. 스님은 한스님이 동산 수초(洞山守初 : 910~990)스님에게 ‘무엇이 부처입니까?’라고 묻자, ‘삼 서근[麻三斤]’이라 답한 공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게송을 지었다.

 

곁눈질 흘금흘금 경전을 읽고

혀를 차가며 진언을 외어대네

불을 부는 그 입술 뽀적도 한데

땔감에선 부엌 가득 뭉게 연기 피어나네.

 

橫眫讀梵字  彈舌念眞言

吹火長尖嘴  紫生滿竈烟

 

 운문(雲門)스님의 ‘보자(普字)’ 공안*에 대하여 게를 지었다.

 

부처다 법이다 장광설함은

화살 끝에 화살 끝을 더하는 너무도 어리석은 일

눈 밝은 선승이 곁에서 훔쳐보니

한가닥 주장자를 두 사람이 메고 있구나.

 

說佛說法廣鋪舒  矢上加尖也太愚

明眼衲僧旁覷見  一條拄杖兩人舁

 

 또한 대중에게 설법할 때 다음과 같은 게를 짓기도 하였다.

 

모래속에 기름 없으니 가엾은 일

취암에서 밥을 씹어 갓난아이 먹이나니

뒷날 좋고 싫음을 똑바로 알면

이제껏 얼굴이 재로 뒤덮여 있었음을 비로소 깨달으리.

 

沙裏無油事可哀  翠巖嚼飯孩嬰餧

他時好惡知端的  始覺從前滿面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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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자(普字) 공안 : “어떤 것이 정법안(正法眼)입니까.” “보(普)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