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임간록林間錄

44. 파조타스님 영정찬

쪽빛마루 2015. 1. 12. 09:07

44. 파조타스님 영정찬

 

 나는 「전등록(傳燈錄)」을 읽고서 무생(無生)을 깊이 깨달으신 혜안(慧安) 노스님의 법제자 파조타(破竈墮)스님이란 분을 좋아하여 같은 시대에 태어나지 못한 점을 안타까와하였다. 소성(紹聖) 연간(1094~1097)에 두 번째로 여산을 돌아다니다가 스님의 영정을 보고서 찬을 썼다.

 

숭산의 허름한 부엌귀신 있어서

사람들은 다투어 가며 날마다 제사지내네

스님은 제자들과 우연히 길을 가다가

그 광경 얼핏보고 깜짝 놀랐네

흙덩이를 구워 만든 것인데

이 속에 무슨 신이 있단 말인가?

주장자 높이 들어 박살을 내니

푸른 옷 입은 이가 웃으며 맞이하네

나를 위해 무생도리 설해주셔서 감사하다 하고

말 마치자 허공으로 새처럼 살풋 날아가네

문인들이 이를 묻고

정성 다해 절 올리며 땅에 엎드리니

다만 들리는건 오로지 부엌 조왕신 무너지는 소리

그대여! 보아라 일체 유정 무정이

창공에 높이 솟은 밝은 달과 같은 줄을

그래도 믿지 못하는 자에게는 사실로 밝혀주리라

풀을 치니 피 흐르고 조약돌이 소리 지르니

열반문이 열리면 집안이 죄다 보이리

혜안 노스님 제자 사랑에 ‘파조타’라 이름지으니

아무리 귀한 금가루도 눈에는 병이 될 뿐.

 

嵩山屋老竈有神  民爭祠之日宰烹

師與門人偶經幸  卽而視之因歎驚

此雖土瓦和合成  是中何從有聖靈

以杖敲之輒墮傾  須臾靑衣出笑迎

謝師爲我談無生  言訖登空如鳥輕

門人問之拜投誠  伏地但聞破墮聲

君看一體情非情  皎如朗月縣靑冥

未證據者以事明

鞭草血流石吼升  涅槃門開見戶庭

老安燐兒爲作名  金屑雖貴翳眼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