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임간록林間錄

56. 사유에 빠짐을 경계함/ 영원 유청(靈源惟淸)스님

쪽빛마루 2015. 1. 12. 09:12

56. 사유에 빠짐을 경계함/ 영원 유청(靈源惟淸)스님

 

 영원(靈源)스님이 나에게 말하였다.

 “내, 지난날 용서(龍舒) 땅에 있을 무렵, 용문사의 정현(靜顯)스님이란 분을 만났는데, 누가 무슨 문제를 내든 틀림없이 맞혔으므로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스님이 반드시 도인일 것이라 생각했다. 스님은 이렇게 말하였다. ‘보이는 대로 말해야지 조금이라도 생각해서 한다면 영험없게 된다.’”

 나의 친구 야계(耶溪) 추정신(鄒正臣 : 鄒元佐의 字)은 오행(五行)에 능하여 치밀한 논변으로 세상에서 손꼽히는 자였는데 그도 나에게 그러한 뜻을 말해 준 적이 있었다. 저 오행점술도 극치에 가면 이와 같은데 하물며 그보다도 더욱 큰 도를 사유(思惟)로써 구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