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동참하는 뜻/ 양기 방회(楊岐方會)스님
79. 동참하는 뜻/ 양기 방회(楊岐方會)스님
양기 방회(楊岐方會)스님은 자명스님의 문하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사하였고, 어딜가나 의례껏 주지가 되었다.
자명스님이 열반할 때 방회스님은 구봉사(九峯寺)에 머물고 있었는데 갑자기 의춘군(宜春郡)에서 격문을 보내어 양기산(楊岐山)의 주지를 명하니, 당시 구봉사의 장노 근(勤)스님은 깜짝 놀래었다.
“방회감사(監寺 : 절의 모든 사무를 맡은 직책, 寺主)가 언제 참선을 하였단 말인가? 만일 이 명을 수락하면 고을의 바람을 잃게 될까 두렵다.”
이렇게 생각하고 혼자서 근심하였다. 방회스님이 고을의 초청을 수락하고 법좌에 올라 설법하니, 그 기개와 설법이 격식을 뛰어나 모든 대중이 경청하였다. 법좌에서 내려오자 근스님은 앞으로 나아가 스님의 손을 잡고 말하였다.
“동참자 한 사람을 얻었다.”
“동참(同參)하는 일이 무엇입니까?”
“양기가 쟁기를 끌면 구봉은 쟁기자루를 잡겠다.”
“그럴 때라면 양기가 앞에 있습니까. 구봉이 앞에 있습니까?”
근스님이 머뭇거리는 찰나에 방회스님이 큰소리로 꾸짖었다.
“동참하려 했더니 동참이 못되겠군!”
그 후로 스님의 명성은 여러 총림에 더욱 알려졌으며 문하를 지나는 납자들은 스님에게 굴복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한번은 눈이 내리자 이를 계기로 대중에게 설법하였다.
내 잠시 머무는 집 담벽은 헐어
책상 위에 가득한 진주빛 눈발
목을 움츠리며 가만히 한숨짓다가
나무 아래 살았던 옛분을 돌이켜 생각하노라.
楊岐乍在屋壁疎 滿床盡布雪眞珠
縮卻項 暗嗟吁 翻憶古人樹下居
그의 살림살이며 품격은 이와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