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마음의 움직임이 번뇌에 막힘/ 「대지도론」
86. 마음의 움직임이 번뇌에 막힘/ 「대지도론」
「대지도론(大智度論)」에서는 다음과 같이 논하였다.
“또한 누군가 ‘당[地]은 견고하지만 마음[心]은 형태와 질량[形質]이 없다’고 말한다면 모두 허튼 이야기이다. 이것을 부처님께서는 ‘마음의 힘이란 커서 반야바라밀을 행하므로 이 대지를 흩어 작은 티끌로 만든다’고 말씀하셨다.
땅이란 색 · 향기 · 맛 · 감촉 · 무게가 있기에 그 자체에는 작용이 없고 물은 냄새가 적으므로 그 작용은 땅보다 낫고, 불은 향기와 맛이 적으므로 그 힘은 물을 이기고, 바람은 색 · 향기 · 맛이 적으므로 그 움직임이 불보다 나은 것이다.
마음에는 이 네 가지(四大)가 없기에 그 힘이 크다. 그러나 마음은 번뇌에 매이기 때문에 그 힘이 적어진다.
우선 새어나감이 있는 선심[有漏善心]은 비록 번뇌가 없다하여도 마음이 제법(諸法)의 상(相)을 취하므로 그 힘 또한 적어진다. 또한 성문, 연각(聲聞, 緣覺)의 새어나감이 없는 마음 [無漏心]은 비록 ‘상(相)’을 취하지 않는다 하여도 지혜에 한계가 있다. 그리하여 무루(無漏)의 도에서 벗어날 때에는 6정(六情)이 세속에 따라서 분별하여 제법의 상을 취하기에 마음의 힘을 다하지 못하게 된다.
제불과 대보살의 지혜는 한량없고 가이없어 항상 선정(禪定)에 안주하니, 세간과 열반의 분별이 없다. 제법의 실상(實相)은 실제로 차이가 없지만 지혜에는 우열이 있다. 그러므로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자는 완전히 청정하여 장애가 없어 한 생각 가운데 시방의 모든 것, 즉 항하의 모래알처럼 수많은 삼천대천세계의 국토, 대지, 산, 그리고 작은 티끌마저 흩어버린다. 그러므로 그의 마음에는 이와 같은 큰 힘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중생은 망(妄)이 가로막혀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내 바라오니, 이 법문을 듣는 자는 선정을 닦고[隨順] 스스로 수행하여 본디 청정한 깨달음의 본체와 계합해야 한다. 이것을 무슨 일을 착수하거나 힘들여 하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 마음만을 가다듬으면 되는 일이다. 오늘날 절은 어디에나 널려있고 먹을 것 입을 것은 늙어 죽는 날까지 넉넉하여, 사람이 살아가는데 걱정거리가 되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데, 여기에 뜻을 두지 않는다면 부처의 은덕을 저버리는 일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