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임간록林間錄

87. 경복스님 상찬 및 게송 5수

쪽빛마루 2015. 1. 12. 09:28

87. 경복스님 상찬 및 게송 5수

 

 경복 순(景福順)스님은 서촉(西蜀) 사람이다. 식견이 넓고 제자를 가르침에 알뜰하고 자상하여 총림에서는 스님을 어머님처럼 따랐다. 지난날 황룡(黃龍)스님에게 법을 얻고 서촉에서 나올 때 원통 거눌(圓通居訥 : 1010~1071)스님과 동행하였다가 얼마 후 대각 회연(大覺懷璉 : 1009~1090) 스님과 함께 오랫동안 행각하였다. 스님의 상(像)에 누가 이런 찬을 썼다.

 

거눌과 함께 길을 떠나고

회연과 한 곳에 살다

혜남에게 법을 받은

혜남의 맏이어라.

 

與訥偕行  與璉偕處

得法於南  爲南長子

 

 그러나 스님은 맺은 인연이 적어 살던 곳은 모두가 뚝 떨어진 작은 절이었다. 이에 학인이 문전을 지나가면서도 스님을 아는 사람이 없었으며, 스님 또한 초연히 스스로 즐기며 세상사를 눈앞에 스쳐 지나가는 한낱 티끌로 여겼다. 향년 80여세를 일기로 향성산(香城山)에서 가부좌한 채 열반하였는데 스님의 얼굴빛은 살아 있는 사람처럼 변함없었다 한다.

 평소 반연지(潘延之)와 우의가 두터웠는데, 열반할 때 사람을 보내어 영결을 나누려 하였지만 그가 도착하였을 때는 스님은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다.

 스님은 대부분 게로써 법문[示衆]하였는데 모두가 덕담이었다. 게는 다음과 같다.

 

찌는 더위 여름날에 사람마다 부채 들고

겨울이면 화로 가득 숫불이 이글거리네

만일 여기에서 완전히 깨달으면

진겁의 ‘무명’도 그 자리에서 녹으리라.

 

夏日人人把扇搖

冬來以炭滿爐燒

若能於此全知曉

塵劫無明當下消

 

 또한 ‘조주감파(趙州勘婆)’ 공안에 대하여 말하였다.

 

조주스님 노파에게 길을 물으니

‘곧 바로 가시오!’ 하네.

모두들 노파를 시험했다 하는데

노파여 그대가 설욕할 곳이 없구나.

 

趙州問路婆子  答云直與麼去

皆云勘破老婆  婆子無爾雪處

 

 많은 스님들이 이 게를 들어 설하였다.

 또한 ‘황룡삼관(黃龍三關)’에 대한 게송은 다음과 같다.

 

긴 강나루에 구름은 흩어져 날고 물결은 도도한데

홀연히 일진광풍이 부니 물결이 드높구려

어부의 집 현묘한 뜻 알지 못하고

물결 속에 굽이치는 파도만 바라본다.

 

長江雲散水滔滔  忽爾狂風浪便高

不識漁家玄妙意  偏於浪裏颭風濤

 

남해 페르시아인 장안 땅 찾아와

값진 보물 있다 하며 흥정을 벌이는 구나

천민도 만나고 귀족도 만나는 중에

서산에 해 기우니 산 그림자 길어지네.

 

南海波斯入大唐  有人別寶便商量

或時遇賤或時貴  日到西峯影漸長

 

황룡사 노화상이여

‘생연’이란 화두 남기시니

산승이 그 법을 이었지만

오늘은 그대 위해 말하리라

그대 위해 고양이를 들었더니

오로지 늙은 쥐만 잡을 줄 아누나.

 

黃龍老和尙  有箇生緣語

山僧承嗣伊  今日爲君擧

爲君擧猫兒  偏解捉老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