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임간록林間錄

2. 소자금강경찬(小字金剛經讚)

쪽빛마루 2015. 1. 13. 07:48

2. 소자금강경찬(小字金剛經讚)

 

 자경(子瓊)스님이 털을 묶어 가는 붓을 만들었는데, 붓끝은 가시처럼 날카로왔고, 종이 위의 팔놀림은 비바람이 불듯 빨랐다. 두 치의 두루마리 속에 「금강반야경」을 모두 쓰니, 멀리서 바라보면 안개 속에 묻혀 있는 구슬처럼 둥그렇고, 가까이 다가서서 살펴보면 정돈된 글줄은 마치 빗질한 머릿결마냥 촘촘하였다. 치밀한 정신력이 아니고서서야 어떻게 이러한 경지에 이를 수 있겠는가.

 이에, 찬을 쓰는 바이다.

 

옛날 불자 하나 있어서 날카로운 근기로

공성(空性) 그대로가 색(色)임을 관하였네

공색(空色)의 부사의한 도리를 드러내고자

하늘 우러러 금강(金剛) 귀절을 썼도다

이제 비바람 광야를 뒤덮어

땔나무꾼들 그 아래 모여들어도

육안으로 볼 수 없음을 알았으니

비유하면 물 속에 녹아있는 짠맛 같았네.

 

오직 도인 자경의 생각만은 정밀하고 뛰어나

색의 성품이 곧 <공>임을 <관>하였네

가는 붓대를 큰 서까래로 보고서

큰길을 달리듯 종이 위에 휘두르니

두 치의 두루마리 축에

광대한 말씀이 구비되었네

세인은 볼 수 있어도 읽을 수 없으니

벼랑 위의 벌꿀을 바라보는 어린아이 같구려.

 

내 이 경에서

초선 · 중선 · 후선 세 법문을 깨달아 들어갈 수 있으면

홀연히 붓 놓으니 병의 물이 쏟아지듯

현행(現行)에서 다시는 뒤바뀐 생각이 일어나지 않으리.

여기서 색공관(色空觀)으로 여러 경계에 들어가

힘줄과 뼈 사이로 칼을 놀려 소 한 마리 없애듯

이 법을 잘 간직하여 일체 중생에게 베풀어서

깊고 묘한 지혜를 다 함께 깨달으소서.

 

昔有佛子根猛利  能觀空性卽是色

欲顯空色不思議  仰공書此金剛句

至今風雨被原野  諸樵牧者集其下

乃知肉眼不能見  譬如水中有鹽味

 

唯道人瓊思精特  能觀色性卽是空

視此纖管大如椽  揮翰如行九軌道

故於兼寸環輪中  備足廣大言說身

世人可見不可讀  譬如嬰兒視崖蜜

 

我於此經能證入  初中後善三法門

忽然落筆如建瓴  不復現行生倒想

猶色空觀入諸境  秦刀肯綮無全牛

盡持此法施群生  甚微細知願同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