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소자금강경찬(小字金剛經讚)
2. 소자금강경찬(小字金剛經讚)
자경(子瓊)스님이 털을 묶어 가는 붓을 만들었는데, 붓끝은 가시처럼 날카로왔고, 종이 위의 팔놀림은 비바람이 불듯 빨랐다. 두 치의 두루마리 속에 「금강반야경」을 모두 쓰니, 멀리서 바라보면 안개 속에 묻혀 있는 구슬처럼 둥그렇고, 가까이 다가서서 살펴보면 정돈된 글줄은 마치 빗질한 머릿결마냥 촘촘하였다. 치밀한 정신력이 아니고서서야 어떻게 이러한 경지에 이를 수 있겠는가.
이에, 찬을 쓰는 바이다.
옛날 불자 하나 있어서 날카로운 근기로
공성(空性) 그대로가 색(色)임을 관하였네
공색(空色)의 부사의한 도리를 드러내고자
하늘 우러러 금강(金剛) 귀절을 썼도다
이제 비바람 광야를 뒤덮어
땔나무꾼들 그 아래 모여들어도
육안으로 볼 수 없음을 알았으니
비유하면 물 속에 녹아있는 짠맛 같았네.
오직 도인 자경의 생각만은 정밀하고 뛰어나
색의 성품이 곧 <공>임을 <관>하였네
가는 붓대를 큰 서까래로 보고서
큰길을 달리듯 종이 위에 휘두르니
두 치의 두루마리 축에
광대한 말씀이 구비되었네
세인은 볼 수 있어도 읽을 수 없으니
벼랑 위의 벌꿀을 바라보는 어린아이 같구려.
내 이 경에서
초선 · 중선 · 후선 세 법문을 깨달아 들어갈 수 있으면
홀연히 붓 놓으니 병의 물이 쏟아지듯
현행(現行)에서 다시는 뒤바뀐 생각이 일어나지 않으리.
여기서 색공관(色空觀)으로 여러 경계에 들어가
힘줄과 뼈 사이로 칼을 놀려 소 한 마리 없애듯
이 법을 잘 간직하여 일체 중생에게 베풀어서
깊고 묘한 지혜를 다 함께 깨달으소서.
昔有佛子根猛利 能觀空性卽是色
欲顯空色不思議 仰공書此金剛句
至今風雨被原野 諸樵牧者集其下
乃知肉眼不能見 譬如水中有鹽味
唯道人瓊思精特 能觀色性卽是空
視此纖管大如椽 揮翰如行九軌道
故於兼寸環輪中 備足廣大言說身
世人可見不可讀 譬如嬰兒視崖蜜
我於此經能證入 初中後善三法門
忽然落筆如建瓴 不復現行生倒想
猶色空觀入諸境 秦刀肯綮無全牛
盡持此法施群生 甚微細知願同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