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감로멸재명병서(甘露滅齋銘幷序)
26. 감로멸재명병서(甘露滅齋銘幷序)
정화(政和) 4년(1114) 봄, 나는 바다 건너 돌아오면서 형악(衡岳)을 지나는 길에 방광사(方廣寺) 예(譽)스님을 만나 영원려(靈源閭) 아래에 머물 집을 마련하고 감로멸(甘露滅)이라 이름지었다.
도인 법태(法太)가 그 뜻을 설명해달라 청하기에 내 그에게 말하였다.
“삼조 승찬(三祖僧璨)스님은 북제(北齊)의 천평(天平) 2년(556)에 소림사에서 법을 얻은 후 환공산(晥公山)에 은거하며 죽을 때까지 이름을 밝히지 않았고, 혜안(慧安)스님은 수 문제(隋 文帝)가 개황(開皇) 7년(587)에 천하의 모든 사제(私製) 도첩(度牒)을 지닌 승려를 조사할 때, 내 본디 이름이 없다하고 마침내 숭산에 은둔하였다. 두 스님은 자취를 남기기를 싫어하며 그렇게 도학에 한결같이 정진하였으니 나는 참으로 그분들을 흠모한다.”
이에 명을 쓰는 바이다.
내, 듣자하니 감로수를
마시기만 하면 불로장생한다는데
적멸법계에도
그런 이름 있도다
적멸로써 삶을
곡신(谷神)은 죽지 않음을
오직 부처님과 노자만이
그 뜻으 말했도다.
내 본디 자유로운 사람이나
근심 걱정 얽혔다가
이제사 벗어났으니
긴 수염 긴 머리에 가사를 입었네.
혜안스님은 숭산 소림사에 은둔하고
삼조 찬스님 곽산에 숨었으니
그러므로 나 각범도
형악에서 늙으리라
이 내가 높다 하는 생각을 잃고
옥이 티없다는 마음마저 잊은 것처럼.
내, 마땅히 혀 끝으로
푸른 연꽃 토하리라
吾聞甘露 食之長生
而寂滅法 乃有此名
寂滅而生 谷神不死
唯佛老君 其意謂此
我本超放 憂患纒之
今知脫矣 鬚髮伽黎
安遁嵩山 粲逃潛霍
是故覺範 老于衡岳
山失孤峻 玉忘無瑕
當令舌本 吐靑蓮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