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조계육조대감(曹溪六祖大鑑) 선사 / 638~713
2. 조계육조대감(曹溪六祖大鑑) 선사
/ 638~713
스님의 법명은 혜능(慧能)으로, 신주(新州) 사람이며, 속성은 노씨(盧氏)다. 집안이 가난하여 땔나무를 팔아 살았는데 하루는 나뭇짐을 지고 저자에 갔다가 누군가 「금강경」 독송하는 소리를 들었다. “반드시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이 난다[應無所住而生其心]”는 구절을 듣고는 놀라운 마음으로 그 사람에게 물었다.
“그것이 무슨 법이며 누구에게 얻었습니까?”
“이는 금강경이며 황매산(黃梅山) 홍인(弘忍 : 588~661)스님에게서 얻은 것이오.”
그리하여 스님은 어머니에게 말씀드리고 황매산 오조스님을 찾아뵙자 오조스님이 물었다.
“그대는 어디에서 왔느냐?”
“영남에서 왔습니다.”
“무엇하러 왔느냐?”
“오로지 부처되기를 원하옵니다.”
“영남 사람들에게는 불성이 없다 하는데, 네가 부처가 되겠다고?”
“사람에게는 남과 북이 있지만 불성이야 그렇겠습니까?”
오조스님은 스님을 남다르다고 생각하며 “방앗간에 있으라”하니 스님은 절하고 물러나 연자방아를 등에 지고 쌀을 찧었다.
뒤에 누군가 강북(江北) 옥천사(玉泉寺)의 신수(神秀 : ?~706)스님의 게송을 들먹이는 것을 들었다.
몸은 보리수 같고
마음은 명경대 같나니
때때로 부지런히 털고 닦아서
티끌 번지 끼지 않게 하리라.
身似菩提樹 心如明鏡臺
時時勤拂拭 莫使惹塵埃
스님은 곧 다른 사람에게 그 게송 곁에 자기의 게송을 써 달라고 부탁하였다.
보리는 본래 나무가 없고
명경 또한 받침대 없네
본래 아무것도 없는데
어느 곳에 티끌 먼지 끼겠는가.
菩提本無樹 明鏡亦非臺
本來無一物 何處惹塵埃
이 일로 오조스님은 의발을 전하였다.
스님은 그 길로 사람의 눈을 피하여 대유령(大臾嶺)에 이르렀는데, 명(明 : 道明)스님이 뒤따라오자 바위 위에 의발을 올려놓고서 말하였다.
“이 옷이 증거[信表]인데 힘으로 다툰다고 되겠는가?”
“나는 법을 구하러 따라왔지 옷 때문에 온 것이 아니다.”
“선도 생각치 않고 악도 생각치 않는 바로 그때, 무엇이 부모가 낳아주기 전 명스님의 본래 모습인가?”
이 말에 명스님은 크게 깨쳤다.
스님은 의봉 원년(儀鳳元年 : 677) 병자 정월 초파일에 남해 법성사(法性寺)에 갔는데, 인종(印宗 : 677~712)법사가 경을 강의하고 있었다. 거기서 마침 두 스님이 ‘바람이다’ ‘깃발이다’하며 논쟁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한 스님이 ‘바람이 움직인다’, 한 스님은 ‘깃발이 움직인다’하며 논쟁을 끝내지 않자 스님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이 속인도 높으신 두 분의 논변에 끼어들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는 말하였다.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라 자기 마음이 움직일 뿐입니다.”
인종법사는 이 말을 듣고 마침내 스님에게 가사를 걸쳐 주고 머리를 깎아 주었다.
그 후 소주(韶州) 자사 위거(韋據)가 스님을 대범사(大梵寺)에 맞이하여 법륜을 굴려달라 청하고 무상심지계(無常心地戒)를 받았으며, 그 후 문인들은 스님의 법어를 기록하여 [壇經]이라 제목을 붙였다.
남악 회양(南嶽懷讓 : 677~744)스님이 숭산 혜안(崇山慧安 : 582~709)스님에게서 깨치고 바로 스님을 찾아뵙자 그에게 물었다.
“어디서 오는가?”
“숭산에서 옵니다.”
“무엇이 이렇게 오는가?”
“‘무엇’이라 해도 틀립니다.”
“닦아 깨칠 것이 있는가?”
“닦아 깨침이 없지는 않지만 물들지만 않으면 그뿐입니다.”
“물들지 않는 이것이 바로 모든 부처님이 아끼시는 것이니,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청원 행사(靑原行思 : ?~740)스님이 스님을 찾아뵙고 물었다.
“어디에 힘을 써야 계급에 떨어지지 않습니까?”
“그대는 이제껏 무엇을 해왔는가?”
“불법[聖諦]마저도 일삼지 않았습니다.”
“어느 계급 쯤에 떨어졌는가?”
“불법이라 해도 하지 않았는데 무슨 계급이 있겠습니까?”
스님은 그의 깨달음을 깊이 수긍하였다.
스님이 입적하려는 즈음에 신주(新州 : 스님의 출생처)로 가려하니 대중들이 물었다.
“스님께서 이번에 가시면 조만간에 다시 돌아오시겠습니까?”
“나뭇잎은 떨어져 뿌리로 돌아가지만 올 때는 말없이 오느니라.”
그리고는 게송을 지었다.
마음 땅이 온갖 씨앗을 머금으니
온 누리 내린 비에 모두 다 싹이 튼다
돈오화(頓悟花)의 마음이 다하면
보리과(菩提果)는 저절로 익어지리라.
心地含諸種 普雨悉皆生
頓悟花情已 普提果自成
찬하노라.
동쪽나라 심종(心宗)이며
영남 땅 오랑캐 족속이라
글자라곤 한 자도 모른 채
땔나무로 어머니를 알뜰하게 모셨네
황매산 방앗간에서 방아 찧다가
방앗돌 떨어지자 허리춤 가뿐한 줄 알았고
신주 저자의 평지에서 곤두박질 치노라니
지게목발 지끈하자 나뭇짐 무거운 줄 알았네
번쩍이며 부라리는 악어 눈동자로
명상좌에게 의발을 다툰다 나무라고
엄음처럼 차가운 독사의 입김으로
인종법사 문도를 물리쳐 바람과 깃발의 움직임이 아니라 했네
물들지만 않으면 된다 하여
남악 가산 남김없이 탕진하고
불법마저 일삼지 않는다 하여
청원의 물결 천길이나 솟구쳤네
작가(作家)의 풀무를 열어놓으니
시골 오랑캐가 황금덩이 몇 개씩 가져가고
한 질의 「단경」을 설법해내니
냄시나는 가죽 주머니에 많은 골동품 담아가네
나뭇잎 떨어져 뿌리로 돌아가나 올 때는 말 없다 하니
꼼짝없는 죽음은 뒤집기 어려운 일이요
대지가 씨앗을 머금어 내리는 비에 싹튼다 함도
멀건이 눈뜨고 하는 일 잠꼬대뿐일세
천고의 조계산이 거울처럼 맑으나
흐르는 물결을 화살로 끊을 근기가 아니라면
잠겨버릴 것이니 무슨 소용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