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권 임 제 종 1. 임제 혜조(臨濟慧照)선사 / ?~867
제 2권
임 제 종
1. 임제 혜조(臨濟慧照)선사
/ ?~867
스님의 법명은 의현(義玄)이며, 조주 형씨(曹州邢氏) 자손이다. 처음 황벽스님 회중에서 대중들과 함께 스님을 모셨는데, 당시 큰방 수좌가 법을 물어보라고 권하였다. 그리하여 방장실로 올라가 물었다.
“불법의 정확한 요지가 무엇입니까?”
황벽스님은 느닷없이 스님을 후려쳤다. 똑같이 세 차례 물어보다가 세 차례 얻어맞고는 마침내 수좌에게 하직을 고하며 말하였다.
“격려를 받고 법을 물었다가 스님께 몽둥이만 맞았습니다. 이젠 여러 총림을 찾아가 볼까 합니다.”
“스님께 하직인사를 드려야 하지 않겠나.”
수좌는 방장실로 올라가 아뢰었다.
“법을 물은 스님이 나이 어린 후생(後生)이기는 하지만 매우 법답습니다. 만일 인사하러 오거든 그에게 방편을 주십시오.”
그 이튿날 방장실에 올라가서 인사를 올리자 황벽스님은 고안(高安) 당 대우(大愚)스님을 찾아보도록 일러주었다. 스님이 대우스님을 찾아가자 대우스님이 물었다.
“어디서 왔느냐?”
“황벽산에서 왔습니다.”
“황벽스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던가?”
“불법의 정확한 요지를 세 차례 물었다가 세 차례 맞았습니다. 제게 무슨 잘못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황벽스님은 그대를 위하여 그토록 노파심을 다했는데, 그대는 이곳을 찾아와 잘잘못을 따지는구나.”
“황벽스님의 불법이 원래 별게 아니로군요!”
대우스님은 스님의 멱살을 움켜잡고서 말하였다.
“이 오줌싸개야! 조금전엔 잘잘못을 따지더니 이제 와선 도리어 황벽스님의 불법도 별게 아니라고?! 네가 무슨 도리를 보았기에 그렇게 말하느냐?”
이렇게 윽박지르자 스님은 대우스님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세 차례 쥐어박았다. 대우스님은 스님을 밀쳐내면서 말하였다.
“그대 스승은 황벽스님이니, 내 관여할 일이 아니다.”
그리하여 스님이 다시 황벽산으로 돌아오자 황벽스님이 보고 물었다.
“왔다갔다하다가 언제 깨달을 날이 있겠느냐?”
“오직 스님의 간절한 노파심 때문입니다.”
“대우가 쓸데없는 말을 지껄였군! 기다려라. 한 차례 몽둥이 맛을 보아야겠구나.”
“무엇 때문에 기다리라 하십니까? 당장 때리십시오.”
“이 미친 놈이 여기 와서 호랑이 수염을 뽑는구나.”
스님이 악! 하고 할을 하자 황벽스님은 큰방에 들어가 참구하라고 하였다.
경산사(徑山寺) 5백 대중은 도를 수행하면서 매일 관세음보살을 염할 뿐, 도를 묻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이에 경산스님이 황벽스님에게 서신을 보내 이 사실을 자세히 알려오자 황벽스님은 스님을 그곳으로 보냈다.
스님은 경산사에 도착하여 허리춤에 걸망을 맨 채 곧바로 법당으로 올라갔다. 경산스님이 고개를 드는 찰나에 스님은 악! 하였다. 경산스님이 말하려는데 스님은 소매를 뿌리치고 떠나버렸다. 뒤이어 한 스님이 경산스님에게 물었다.
“방금 전에 왔던 그 스님은 무슨 법문이 있기에 스님께 소리를 질렀습니까?”
“그 중은 황벽산에서 왔다. 알고 싶으면 직접 가서 물어 보아라.”
이 일로 5백 대중이 태반 흩어졌고 그때 시자로 있던 낙포 원안(洛浦元安 : 843~898) 스님은 기연이 맞지 않아 그곳을 떠났다.
스님은 뒷날 말하였다.
“경산의 많은 사람 가운데 꼬리 붉은 잉어 한 마리가 있었다. 대가리를 흔들고 꼬리를 치면서 남방으로 떠나갔는데, 어느 집 양념단지 속에 눌러앉았는지 모르겠구나.”
스님께서는 임종하며 말하였다.
“내가 죽은 뒤 너희들은 나의 정법안장을 잃어서는 안된다.”
이때 삼성 혜연(三聖慧然)스님이 말하였다.
“어떻게 감히 스님의 정법안장을 잃을 수 있겠습니까?”
“뒷날 누군가 너에게 묻는다면 무엇이라고 말해 주겠느냐?”
삼성스님이 악! 하자 스님이 말하였다.
“나의 정법안장이 이 눈먼 당나귀에게서 멸할 줄을 누가 알았으랴.”
찬하노라.
넓디나 넓은 집의 대들보며
말쑥한 사당의 그릇이어라
찬 서리 끼얹는 얼굴이여
찬 불덩이 사람에게 쏟아지고
짐승마저 굴복시키신 위엄이여
피비린내나는 바람 온 누리 휩쓰네
목주스님 처음 뵙고 공부할 때는
올타리 뛰어넘고 담장을 박차더니
황벽스님에게 매맞고 나서야
길 가는 이 약탈하고 저자물건 휩쓸었네
억울한 60방망이 분풀이 갚으려고
대우스님 허리춤에 주먹을 갈겨대며
할 한 번에 5백 대중 흩어지니
경산스님 가슴속이 답답도 하였겠지
3현(三玄)의 창칼을 빼어드니
온 천지에 해골이 싸늘하고
4종료간(四種料揀) 보이시니
평지에 파도가 일어나도다
오뉴월 염천에 눈송이 휘날리며
오직 하나 향상기연만을 밝히시고
맨발로 얼음 위를 달리니
이로부터 한 무리의 모범이 되었구나
애석하다 정법안장이
눈먼 당나귀 삼성에서 없어지다니
꼬리 붉은 잉어를 알아보았지만
누구네 양념단지 속에 눌러 앉았는지
찬양하는 이는 혓바닥 뽑는 지옥에 가고
헐뜯는 이는 양동이에 똥이 끓는 지옥에 빠지리라
스님께서 남기신 유풍은 백세토록 남아 있건만
봉황의 울음소리 잇는 일이란 멀고 먼 이야기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