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섭현 귀성(葉懸歸省)선사
7. 섭현 귀성(葉懸歸省)선사
스님은 수산(首山)스님의 법제자이며, 법명은 귀성(歸省)으로 기주 가씨(冀州賈氏) 자손이다. 스님이 수산스님을 찾아가자 수산스님은 죽비를 들어올리면서 물었다.
“이것을 죽비라 하면 촉(觸 : 대상에 부딪치는대로 마음을 내는 것)이 되고, 아니라 하면 배(背 : 사실과 틀리는 것)가 된다. 무어라 불러야 하겠느냐?”
스님이 죽비를 빼앗아다가 두 동강이를 내어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면서 말하였다.
“이게 무엇이오?”
그러자 수산스님은 말하였다.
“눈이 먼 사람이로군!”
이에 스님은 절을 올렸다.
한 스님이 물었다.
“법의 바닷물 한 방울을 스님께서 가르쳐 주셨으면 합니다. 무엇이 위로 향하는 종지[宗乘事]입니까?”
“한나라 고조(高祖)의 대전(大殿) 앞에서 번쾌(樊噲)가 성을 내니, 만리 길에 밥짓는 연기가 끊겼음을 알아야 하리라.”
한 스님이 물었다.
“유마(維摩)거사의 방에는 해와 달이 비쳐 밝지 않습니까?”
“눈썹이 여덟 팔(八)자로 찢어져 있다.”
“무슨 뜻입니까?”
“두 귀가 어깨까지 축 처져 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청정법신(淸淨法身)입니까?”
“똥구덩이의 나무막대기다.”
“비로불(毘盧佛)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스님네는 법랍(法臘)으로 따지고 속인은 나이로 서열을 매긴다.”
“무엇이 깊고 깊은 경계입니까?”
“고양이는 피를 핥는 재주가 있고 호랑이는 죽은 이를 일으켜 세우는 재주가 있느니라.”
“정말 그렇습니까?”
“디딜방아는 동남 쪽에서 찧고 연자방아는 서북 쪽에서 도는구나.”
대중에게 설법하였다.
“종사(宗師)의 혈맥에는 범인과 성인, 용수보살 · 마명보살, 천당 · 지옥, 그리고 끓는 물 지옥 · 숯불 지옥, 소 머리를 지닌 저승 사자들, 그리고 삼라만상, 일월 · 성신, 저승과 이승, 유정(有情) · 무정(無情)의 모든 것이...”
그리고는 손으로 한 일(一)자를 그으면서 말하였다.
“모두 다 이 종문(宗門)으로 들어온다. 그러나 이 종문에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다. 사람을 죽이려면 사람을 죽이는 칼[殺人刀]을 써야 하고 살리려면 사람을 살리는 말[活人句]을 써야 하니 무엇이 사람을 죽이는 칼이며 사람을 살리는 말인가? 말할 수 있는 자는 앞으로 나와 대중에게 말해 보아라. 만일 아무도 말하지 못한다면 나의 일생을 저버리는 일이다.”
스님에게는 엄하신 얼굴과 차가운 눈초리가 있어 대중들이 두려워하였다. 천의 의회(天衣義懷 : 992~1064), 부산 법원(浮山法遠 : 991~1067)스님이 스님의 회중에 와서 머물고자 하였는데 때마침 엄동설한이었다. 스님이 객승이 머무는 요사채에 찬물을 끼얹자 모두 성내며 떠나가버렸지만 이 두 사람은 옷깃을 여미고 그대로 앉아 있었다. 날이 저물자 스님은 그곳에 가서 그들을 꾸짖었다.
“그대도 떠나지 않는다면 내 너희들을 때리겠다.”
그러자 부산스님이 가까이 다가서며 말하였다.
“저희들은 수천리 먼 길을 걸어 오직 스님의 선방(禪房)에서 참선하려고 찾아온 사람들인데 어떻게 물 한 바가지에 떠나갈 수 있겠습니까? 때려 죽인다 해도 떠날 수 없습니다.”
스님은 이에 웃으면서 말하였다.
“너희 두 사람이 참선을 하려느냐? 물러가 걸망을 벗어 걸도록 하라.”
뒤이어 부산스님에게 전좌(典座) 소임을 맡아보게 하였다. 이에 관한 사실은 「종문무고(宗門武庫)」에 기재되어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자세히 기록하지 않는다.
찬하노라.
무쇠같은 머리는 무게가 천근이라
굳세고 굳세어 아무도 못 당하네
수산스님의 일 나눠받아 스스로 지탱하고
임제스님의 살림살이 다 흩어놓았네
청정법신이 무어냐 하니
똥막대기 가지고서 이러저리 들어올리고
경계에 끄달린다, 사실에 위배된다 하는 기봉으로
죽비에 물 끼얹고 어지럽게 집어던지네
한나라 고조 대전 앞에 번쾌가* 성낸다 하니
종풍을 가지고서 모욕이 심하며
유마거사 방안에도 해와 달이 밝다 하니
그 뜻이야 맞지마는 사람들은 믿으려 들지 않는다
비로불과 법신 주인을 억지로 갈라놓고
스님은 법랍으로 속인은 나이로 따진다나
시체 일으키는 재주와 피 핥는 재주에 잘못된 주석을 붙여
디딜방아는 동남에서, 연자방아는 서북 쪽에서 돈다 했었지
황벽스님 배짱에다 서릿발같은 얼굴로
천의스님에게 물 끼얹어 얼음 꽁꽁 얼게 하고
담금질한 구리같은 간담에다 무쇠같은 마음으로
부산스님 내몰아 절벽 위로 달아나게 만들었네
도무지 잡아볼 고삐 없는데
장난삼아 나쁜 마음을 내보이니
활인구와 살인도로
맑은 하늘에 뇌성벽력 진동한다.
------------------------------- * 번쾌는 초나라 항우의 부하장수로 홍문에서 칼 춤을 빙자하여 한 고조 유방을 죽이려하였으나 미수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