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백운 수단(白雲守端)선사 / 1025~1072
13. 백운 수단(白雲守端)선사
/ 1025~1072
스님의 법명은 수단(守端)이며 형주 갈씨(衡州曷氏)로 다릉 욱산주(茶陵郁山主)에게 귀의하여 머리 깎고 출가하였다. 처음 양기(楊岐)스님을 찾아뵈니 양기스님은 물었다.
“그대를 가르친 은사님이 다리를 지나가다가 넘어지면서 깨치고 지은 게송이 매우 좋다 하던데, 그 게송을 기억하고 있느냐?
스님은 곧 외워나갔다.
나에게 한 알의 신비한 구슬 있는데
오랫동안 티끌 속에 묻혔더니
오늘 아침에야 티끌 다해 빛이 살아나
온 누리 산하를 비치는구나.
我有神珠一顆 久被塵勞關鎻
今朝塵盡光生 照破山河萬朶
양기스님이 껄껄대면서 일어나 나가버리자 스님은 깜짝 놀라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침이 되어 다시 찾아가 물으니 양기스님이 말하였다.
“그대는 어젯밤 액막이 여우[夜狐] 때리는 것을 보았는가?”
“보았습니다.”
“그대는 그보다 한 수가 모자란다.”
스님은 깜짝 놀라면서 물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양기스님은 말을 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이 웃어주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대는 다른 사람이 웃을까 두려워하지 않느냐.”
스님은 이 말에 느낀 바가 있었다. 그 후 세상에 나가 양기스님의 가사를 전수받고 이를 법손에게 물려주었다.
대중에게 설법하였다.
“내가 손가락을 누르면 해인(海印)이 빛을 내뿜듯이...”
그리고는 주장자를 뽑아들고 말하였다.
“산하대지와 물과 새, 나무와 숲, 유정(有情) 무정(無情)이 모두 이 주장자 위에서 큰 사자후(獅子吼)를 하며 마하대반야를 설한다. 말해 보아라. 남악(南嶽)스님은 무슨 법문을 설하였는가. 남악스님은 동산오위[洞山五位]를 설하고 군신부자(君臣父子)의 도를 수행하여 각기 제자리를 얻게 하였다. 그리하여 차가운 바위와 갖가지 풀들이 푸르른 산중을 지키지 않고 흰구름 속에 앉아 있으니 종지가 오묘하지 못한 것이다. 천태는 임제의 3현3요(三玄三要)와 4료간(四料揀)을 설하여 할 한마디[一喝]로 객과 주인을 나누고 조와 용(照用)을 동시에 행하여 그 뜻을 깨달으려 하였으니 이는 대낮에 삼경의 종을 치는 일이다. 여산(廬山)이 나온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 두 사람은 바로 어지러운 이론의 소굴에 빠져 있다. 옛사람의 말을 듣지 못하였는가. 무간지옥의 업보를 불러들이지 않으려면 여래의 바른 법륜을 비방하지 말라’고.
납승의 저울 위에 이 세 가지 견해를 올려 놓고 저울질해 보면 하나는 무게가 여덟 양이오, 하나는 반근이오, 또 하나는 반푼어치도 안된다. 오직 바라옵건대 순조로운 봄바람이여, 힘을 모아 일시에 우리 산문에 불어오소서.”
말을 마치고 주장자를 내려 한 번 치고 법좌에서 내려왔다.
대중에게 설법하였다.
“만일 한 차례 땀을 쫙 쏟으면 한 줄기 풀 끝에 화려한 옥(玉) 궁전이 나타나겠지만 한 차례 땀을 쏟지 못한다면 설령 화려한 궁전이 있다 하더라도 한 줄기 풀에 뒤 덮히고 말 것이다. 어떻게 하면 한 차례 땀을 흘릴 수 있는가?
내 두 손 위에 궁상맞은 손금이 있어
쉽사리 삼대(三臺 : 재상의 누각)에서 춤출 수 없었네.”
[自有一雙窮相手 未嘗容易舞三臺]
곽공보(郭功甫)가 찾아오자 스님이 물었다.
“소가 순하던가.”
“순합니다.”
이에 스님이 꾸짖자 곽공보는 두 손을 마주잡고 옆에 공손히 섰다. 스님이 말하였다.
“순하구나. 순해. 남전 보원(南泉普願)이나 대위 영우(大潙靈祐)스님도 이와 다를 바 없었노라.”
그리고 게송을 지어 주었다.
소가 산중에 오니
물도 많고 풀도 많은데
소가 산중을 떠나가니
이리저리 부딪친다
牛來山中 水足草足
牛出山去 東觸西觸
상당하여 말하였다.
“훌륭하신 공자님은 3천 제자 교화하고 70명의 선비를 길렀다. 대부분은 변변찮은 사람들이었으나 그 가운데 72명은 ‘어질인[仁]자를 잘 썼으니 예(禮)를 알았다 하리라.”
곽공보는 이에 느낀 바 있었다.
스님은 임제 3돈봉(三頓棒)에 대하여 송하였다.
한 주먹에 황학루를 때려 눕히고
한 번 걷어차 앵무주를 뒤엎었도다
의기가 있을 때 의기를 더해주면
풍류 없던 곳에서 풍류가 흐르리
一拳拳倒黃鶴樓 一踢踢翻鸚鵡洲
有意氣時添意氣 不風流處也風流
부산 법원(浮山法遠)스님은 이 송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오조 법연(五祖法演)스님에게 스님을 찾아뵙도록 하였다 오조스님이 스님을 찾아와 남전 보원(南泉普願)스님의 마니주(摩尼珠)화두를 묻자 스님이 그를 꾸짖으니 오조스님은 그 뜻을 깨치게 되었다. 스님은 오조스님에게 방앗간 일을 맡도록 하였는데 오조스님에 대하여 시비가 일어났다. 스님이 오조스님을 불러 물으니 사실이라 대답하자 그의 뺨을 후려치고 나가라 하였다. 그러자 오조스님은 “계산이 끝나지 않았다” 하면서 그 이튿날 방장실을 찾아가 말하였다.
“ 제가 부인과 술 고기 사먹고 남은 돈이 3백관인데 이를 절의 재산으로 넣었습니다.”
스님은 깜짝 놀라며 비로소 오조스님을 비방한 말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보녕 인용(保寧仁勇)스님의 두 상수제자 처응(處凝)과 처청(處淸)이 스님을 찾아뵙자 처응을 시자로 삼았다. 스님에게 가슴앓이가 있어 처응은 항상 무우를 구워 언제나 쓸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다. 스님은 부대사(傅大士)가 경을 강의한 인연을 게송으로 지었다.
대사께서 어떻게 경을 강할 줄 아셨소
지공스님 방편까지도 함께 이루어
책상 위를 휘저으니 아무것 잡히지 않고
다만 양무제의 눈을 부릅뜨게 하였소.
大士何會解講經 誌公方便且相成
一揮案上俱無取 直得梁王努眼睛
그리고는 처응에게 말하였다.
“양무제는 눈알을 부릅뜨게 했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 한 구절은 내 처응을 위하여 노파심으로 선을 설한 것이다.”
그 후 처응은 천주산(天柱山)의 주지가 되었고, 처청은 태평흥국(太平興國) 선원의 주지가 되었다. 처응은 기변(機辯)이 있어 오조스님도 그를 두려워하였지만 처청은 그에 대하여 “사제의 참선은 노스님에게 무우를 구워주고 그대신 얻은 것이다”하여 총림의 이야기거리가 되어왔다.
찬하노라.
약관의 나이로 스승을 찾아
젊은 나이에 절에 주지가 되니
깨달음 얻은 곳에 흔적이 없고
기용을 쓸 때에 물들음 없어라
마귀의 소굴을 소탕할 적에
소매 속에 차갑게 번뜩이는 칼을 감추고
납승을 시험할 적엔
물 위에 호로병을 누르니 그 기용 때굴때굴하는구나
밤송이를 삼켜 어머니에게서 받은 입을 막아버렸고
양기스님의 독을 품으니 끝내 한을 지우기 어렵구나
푸른 비단을 들어 옛 주인에게 되돌려주고
원통사의 지객(知客) 되어 쉽사리 정을 버리지 못하였네
구강(九江)이 굽이친 곳에 금낚시 던지니
가련쿠나 자라를 고래인 줄 알았구나
흰구름 깊은 골에 음식점 열고
남 하는대로 밀가루 뒤섞어 국수를 내다 팔았네
갈등의 소굴 속에서
세 사람을 배척하며 남악 천태스님을 들먹였고
땀구멍 땀방울에서
한 줄기 풀 끝을 가리키니 화려한 옥(玉) 궁전 나타났네
눈먼 당나귀 타고 개울다리 건너니
시골 산주에게 여러 해 광채를 가리게 됐네
흰 소를 꾸짖어 벌판에다 편안히 잠들게 하니
궁한 벼슬아치 한 덩이 이룩함[打成一片]을 기뻐하였다
임제의 3돈봉을 송하였으나
알아주는 이 만나기 어려웠고
오색영롱한 마니주를 던지니
칼을 어루만지는 사람을 많이도 만났네
술 고기 사먹고 남은 돈이라 하니
오조스님을 근거없이 비방하는 줄 알게 되었고
무우 구워 준 대신 얻은 참선이라 하니
처응시자 얼굴 가득 부끄럽게 만들었네
가장 부질없는 일이란 남의 옷을 받는 일이라
만고 총림에 악습을 부채질하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