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오가정종찬五家正宗贊

6. 양산 연관(梁山緣觀) 선사

쪽빛마루 2015. 2. 7. 08:33

6. 양산 연관(梁山緣觀) 선사

 

 스님의 법명은 연관(緣觀)이며, 동안 관지스님의 법제자로 낭주(朗州) 사람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익양강(益陽江) 물결이 세차 물고기의 몸놀림의 둔하고 백록담(白鹿潭) 솔가지 높아 새 머물기 어렵다.”

 “스님께서는 누구의 곡조를 부르며 누구의 종풍(宗風)을 이어받았습니까?”

 “용은 용의 새끼를 낳고 봉황은 봉황새끼를 낳는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 총령(蔥嶺 : 파미르고원)에는 당나라 소식을 전하지 않는데 오랑캐는 부질없이 태평가를 늘어놓는다.”

 “무엇이 학인 자신입니까?”

 “나라에서는 천자요, 변방에서는 장수다.”

 “그렇게 되었을 때는 어떻습니까?”

 “공중에는 밝은 달이 떴으나 방안 사람은 어둠 속에 앉아 있다.”

 “무엇이 법복 속의 일입니까?”

 “은밀하지[密].”

 “무엇이 정법안(正法眼)입니까?”

 “남화산(南華山 : 六祖慧能의 傳法處)에 있다.”

 “어째서 남화산에 있습니까?”

 “네가 정법안을 물었기 때문이다.”

 

 상당하여 말하였다.

 “사해에 낚시를 드리우는 것은 사나운 용을 낚으려 함이며, 격식을 넘은 현묘한 기용을 쓰는 것은 법 아는 이를 찾기 위함이다. ...”

 이때 대중 가운데는 원두(園頭) 한 사람이 있었는데 다들 그를 보고서 말하였다.

 “앞으로 나아가 한두 마디 던져보지 그러느냐.”

 “내가 만일 나가서 묻는다면 반드시 이 노스님을 선상에서 끌어내려 세울 것이다.”

 사람들은 그의 말을 이상하게 생각하였는데 하루는 그가 나와 물었다.

 “집안 도적을 막기 어려울 때는 어떻게 합니까?”

 “알고 있다면 원수가 되지 않는다.”

 “알고 난 다음에는 어떻게 합니까?”

 “무생국(無生國)에 귀양을 보내라.”

 “그곳이 안심입명(安心立命)할 데가 됩니까?”

 “썩은 물에는 용이 살지 않는다.”

 “무엇이 살아있는 물에 사는 용입니까?”

 “물결을 일으켜도 물결이 일지 않는다.”

 “갑자기 폭포가 쏟아지고 큰 산이 무너져내릴 때는 어떻게 됩니까?”

 이에 스님은 선상에서 내려와 그 스님을 붙잡고 말하였다.

 “여보게! 제발 이 노승의 가사자락이 젖지 않게 해주게나.”

 대중들이 마침내 그 스님에게 감복하였다.

 

 대양 경현(大陽警玄)스님이 찾아 뵙고 물었다.

 “무엇이 무상(無相) 도량입니까?”

 스님은 관세음보살을 가리키면서 “이것이 오도자(吳道子 : 당나라 화가. 불화와 산수화를 잘 그렸음)의 그림이다” 하니 대양스님이 다시 무슨 말을 하려는데 스님이 말을 막으며 물었다.

 “이처럼 유상(有相)인데 무엇이 무상(無相)인가?”

 대양스님은 이 말 끝에 종지를 깨치고는 절하고 곁에 서자 스님이 말하였다.

 “한마디하지 그러는가.”

 “말을 하라시면 사양하지 않겠습니다마는 기록에 실릴까 두렵습니다.”

 스님은 웃으면서 말하였다.

 “이 말이야말로 비석에 새겨지겠구나.”

 이에 대양스님은 게송을 지어 바쳤다.

 

내 처음 도를 배울 때 갈 바를 몰라

산 넘고 물 건너 선지식을 찾았으나

고금을 가려내는 이 만나지 못했고

바로 무심(無心)을 설하나 의심만 더해갔었네

고마우신 스승님 옛 거울 꺼내들고서

부모에게 태어나기 전의 모습을 비춰주시어

이에 깨치고 보니 무엇을 그 모습이라 하랴

밤 하늘에 오골계를 풀어놓아 눈 속에 날게 하노라.

我昔初機學道迷  萬水千山覓見知

明今辨古終難會  直說無心轉更疑

蒙師點出秦時鏡  照見父母未生時

如今覺了何所得  夜放烏鷄帶雪飛

 

 이에 스님은 동산종에 귀의할 만하다고 칭찬하고 게송을 지었다.

 

양산(梁山)의 노래 한 곡조

격을 넘어선 사람도 화답하기 어려워라

10년 동안 알아줄 이 찾아헤매나

지금껏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네.

梁山一曲歌  格外人難和

十載訪知音  未嘗逢一箇

 

 찬 하노라.

 

익양강 물결 세차고

백록담 솔나무 높아

 

학의 꿈은 맑아서 달빛에 날고

물고기 뛰는 모습 반짝반짝하구나

 

썩은 물엔 용이 살지 않으니

집찬 도적은 무생의 나라로 귀양 보내고

정나라 풍류[鄭風]는 아악(雅樂)을 어지럽히니

오랑캐는 끌어다가 태평가를 부르는구나

 

납승 가사 속의 일은 은밀한 기용에 있으니

꺼냈다 하면 찢어지기 쉽상이며

정법안을 물음에 남화산을 가리키니

기틀을 활용해 낸 일이 얼마나 잘못되었던가

 

나라에선 천자요 변방에선 장수라

학인에게 자신을 얼버무리게 하고

뛰어난 현기(玄機) 담은 낚시바늘 실 끝에

사나운 용 낚아올려 산 채로 큰 파도 속에 묻어버렸다

 

한마디에 대양스님 말이 비석에 남겠다 인정하여

사람들에게 나쁜 마음 줄지 않게 하였고

10년 동안 양산에 살면서 노래를 불러대니

바람결에 귀 막는 이 많았으리라

 

묘한 경계도 다하고 닦을 것도 없어지니

옥도끼 휘둘러 한밤에 달수레를 수리하고

세상도 사람도 다 사라지니

신성의 뗏목타고 새벽에 은하수를 건너노라

 

죽은 스님의 가는 곳을 다시 물으니

활활 타는 불꽃 위에 아무 줄도 없는데

이리 끌어당기고 저리 잡아당긴다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