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천동 종각(天童宗珏) 선사 / 1091~1162
13. 천동 종각(天童宗珏) 선사
/ 1091~1162
스님은 진헐스님의 법제자로 법명은 종각(宗珏)이며 화주(和州) 사람이다.
상당하여 말하였다.
“겁(劫) 전에 발걸음을 옮기고 세상 바깥에 몸을 던져야 하니, 오묘한 깨침은 생각으로 이르는 곳이 아니며, 참다운 증득[眞證]은 말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다. 텅 비고 고요한 데서 온갖 기운을 거둬들이니 흰 구름은 차가운 바위에서 사라지고, 신령한 빛이 어둠을 깨니 밝은 달은 밤배를 따라 함께 흐른다. 바로 이럴 때는 어떻게 해나가야 하겠는가? 편위(偏位)와 정위(正位)는 한번도 제자리[本位]를 떠난 적 없어 종횡으로 자유로우니 어찌 인연에 얽매인다 하겠는가.”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도(道)입니까?”
“사거리에서 이마에 손을 얹고 먼 곳을 바라보지 말라.”
설두 지감(雪竇智鑑 : 1106~1192)스님이 해산사(海山寺)에 들어가 깨닫고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위음불 전에는 스승이 없이도 스스로 증명을 했지만 위음불 후에는 스승 없이 스스로 인가하는 자는 삿된 마구니나 외도이다.”
그리고는 산을 나왔는데, 허공에서 “정행산(鄭行山 : 지감이 머물던 산) 육신보살(생불)!” 하는 소리가 울려왔다. 장로산(長蘆山)에 와서 스님을 찾아 뵙고 인가를 구하자 스님이 그를 허락하였다.
찬하노라.
참군(參軍 : 문관으로서 군막에 참여한 관직)은 빼어나고
개봉 땅은 말쑥한데
순임금 풍악에 맞춰 춤추는 일위정(一葦亭)의 아홉 봉황이요
오색찬란한 신풍동(新豊洞)의 상서로운 기린이로다
대도(大道)는 텅 빈 곳이어늘
사거리에서 부질없이 먼곳만 바라보고
그윽한 도리는 녹아 없어졌으니
위음불 세상 밖에 몸을 던져야 좋으리
참다운 증득은 말로 전할 수 없으나
말이 천하에 가득해도 입에는 허물이 없으며
오묘한 깨침이 어찌 생각으로 미칠까마는
생각이 만물을 다하여 근진(根塵)을 끊었도다
어둠 속에 신령한 빛 밝히니
밤배엔 아름다운 달을 싣고
바깥 기운이 텅 비고 고요한 곳으로 사라지니
차가운 바위엔 조각조각 구름이 끊어지도다
종횡으로 자재한데 어찌 인연에 매였다 하리
두레박에 물을 퍼서 원앙에게 끼얹으니 그림자 감추기 어렵고
편위와 정위는 본위를 떠난 적 없는데
마른 말뚝에 병든 말을 매어놓고 부질없이 마음만 죽이도다
비단 바늘땀을 슬며시 열어보니
꽃 향기 뿜어내어 나비는 맑은 새벽에 잠을 자고
베틀에는 실이 움직이지 않아도
버들은 연기를 머금고 꾀꼬리는 아름다운 봄을 짠다
눈은 있어도 힘줄이 없어
정행산 육신보살을 잘못 인가하였네
천길이나 날리는 눈발 속에
원통함을 하소연하는 괴로운 소리가 총림을 뒤흔드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