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오가정종찬五家正宗贊

2. 향림 징원(香林澄遠) 선사 / 908~987

쪽빛마루 2015. 2. 7. 08:42

2. 향림 징원(香林澄遠) 선사

    / 908~987

 

 

 스님은 운문스님의 법제자이며 징원(澄遠), 한주사람으로 속성은 상관씨(上官氏)이다. 스님은 운문스님의 시자로 있을 때 종이 옷에 운문스님의 법어를 기록해 두었고, 뒷날에는 촉 땅으로 돌아가 수정궁에서 차를 끓여주며 왕래하는 스님들을 접대하였다.

 

 

 한 스님이 물었다.

 “맛 좋은 제호가 어찌하여 독약으로 변합니까?”

 “도강(導江) 땅에는 종이가 귀하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방안의 한 등불입니까?”

 “세 사람이 증명하여 거북이가 자라로 되었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납승 가사 속의 일입니까?”

 “섣달에 불이 나서 산을 태웠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향림의 한 가닥 샘입니까?”

 “생각이 끊어질 새가 없다.”

 “그 샘물을 마신 사람은 어떻게 됩니까?”

 “지방따라 말[斗]로 되기도 하고 저울로 달아보기도 한다.”

 

 

 스님이 대중에게 말하였다.

 “이 노승은 40년 동안을 줄곧 두들겨 이제야 한 조각 쇠를 만들어냈다.”

 

 

 스님이 입적할 때 고을의 지사 송당(宋璫)에게 작별을 고하면서 “노승이 행각을 떠납니다.”하는 글을 보내니 통판(通判)이 이 글을 보고서 “이 스님이 미쳤구나! 여든살이 되어 어디로 행각을 떠난다는 말인가”하자 송당이 말하였다.

 “큰 선지식은 가고 머뭄에 자유롭다.”

 

 

 부산 법원(浮山法遠)스님은 운문스님의 종지를 탐구하기 위하여 초 땅으로 들어가 인면산(人面山)에서 스님을 친견한 일이 있다.

 

 

 찬하노라.

 

 

이마에는 다섯 봉우리 가파르고

눈에는 세모진 빛이 날카롭다

 

운문산 큰 스님 가운데서

물소를 빼앗고

민아산(岷峨山)의 동굴 속에서

봉황이 나래치며 솟아올랐네

 

종이 옷에 남의 법문을 베껴쓰니,

고기 눈알을 구슬로 착각하였고

사기 그릇에 차를 끓여 손님을 접대하니

제호가 독약으로 변했구나

 

수정궁 차가운 향기 서리서리 피어오르니

둥근 자리를 깔고 밝은 달 맑은 바람에 잔치를 벌이고

인면산 높이 솟아 푸른 병풍 둘러치니

가느다란 지팡이 끌고 원숭이 학을 벗삼는 도인을 찾아가네

 

거북을 자라로 만드니

방안의 등잔불빛 사그라지고

섣달에 산을 태우니

납승 누더기 속의 일을 들춰내기 어렵구나

 

40년을 두들겨 한 조각 쇠를 이루니

밝은 것은 환하고 어두운 것은 침침하며

여든의 나이로 여러 곳을 행각하니

활기차고 우뚝하구나

 

고(顧) 감(鑑) 이(咦) 일자관을 탐구케 하려고

법원스님 발바닥을 닳게 하였고

쇠락하는 가풍을 일으키고자

광문 지조(光門智祚)스님 괴로움을 맛보게 했네

 

향림의 한줄기 수맥이 끓어질 때 많으니

지방따라 말로 되고 저울로 달려거든

스스로 좋을대로 달아보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