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동산 효총(洞山曉聰) 선사
6. 동산 효총(洞山曉聰) 선사
스님은 문수 응진(文殊應眞)스님의 법을 이었으며, 법명은 효총(曉聰)으로 소주 두씨(韶州杜氏) 자손이다. 처음 문수스님을 찾아뵈었을 때 문수스님이 대중에게 말하였다.
“곧은 낚시로는 검은 용을 낚아 올리고, 굽은 낚시로는 청개구리와 지렁이를 낚아 올린다. 여기에 용이 있는가?”
한참동안 잠자코 있다가 다시 말하였다.
“헛수고만 했구나.”
스님은 이 말에 느낀 바 있었다.
스님이 운거사(雲居寺)에 있을 때 등두(燈頭 : 등불 관리)를 맡았는데, 어느 스님이 사주(泗州)의 대성(大聖)이 양주(楊州)에 나타났다는 화두를 가지고 스님에게 물었다.
“사주 땅 성인이 어찌하여 양주 땅에서 나타났습니까?”
“군자도 재물을 좋아하지만 취하는 데도 도가 있다.”
뒷날 한 스님이 연화봉 상(祥)암주에게 이 말을 들려주자 상암주는 크게 놀라면서 “운문의 자손이 아직도 살아 있구나!”하고 한밤중에 운거산을 바라보며 절을 올렸다 한다.
상당하여 말하였다.
“한산(寒山)스님이 말하기를, ‘우물 밑바닥에 붉은 티끌이 일어나고 높은 봉우리에 흰 파도가 출렁이며, 석녀가 돌아이를 낳고 거북털이 한치 한치 자라나도다. 만일 보리달마의 법을 배우려거든 이 모습을 보기만 하면 된다’ 함을 들려주고는 한참동안 잠자코 있다가 말하였다.
“이 말씀의 귀결처를 알겠느냐? 만일 귀결처를 알지 못하겠거든 보아라. 보리달마가 승당으로 들어오고 있다.
오래 서 있느라 수고들 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달마는 심인(心印)을 전하지 않았고 석가는 상투 속에 숨긴 진주를 알지 못하니, 이때에 만일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을 묻는다면 ‘서쪽에서 오신 뜻’이 있겠습니까?”
“유월 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만 백성의 마음을 틔워주는구나.”
“그렇다면 구름이 흩어지니 집집마다 달빛이요, 봄이 오니 곳곳에 꽃이겠습니다.”
“네 발이 금강수 물가에 닿았는데 그 물이 얼마나 되느냐?”
그 스님이 대답이 없자 스님은 말을 이었다.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셔서 특별히 이 일만을 제창하셨는데 이때부터 스님네들은 알아차리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문으로 들어오는 것은 집안의 보배가 아니요, 거울에 비친 상을 머리로 착각한 것이니, 어찌 큰 착각이 아니겠는가? 이미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셔서 특별히 이 일을 제창하셨는데, 무엇 때문에 다시 대중을 마주하여 중언부언하겠는가 몸조심들 하여라!”
상당하여 말하였다.
“새벽닭이 첫새벽을 알려주니 죽을 먹고 나면 하늘이 밝아진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등롱은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법당 앞 노주(露柱)는 도리어 초롱초롱하구나.”
다시 말하였다.
“초롱초롱한 것은 초롱초롱한 것이고, 역력한 것은 역력한 것이다. 내일 아침, 아니 훗날 종일 주인이라 착각하지 말아라. 몸조심들 하여라!”
대중에게 말하였다.
“날씨가 맑으면 지붕을 덮고 한가한 날 벼를 베어 조정에 세금을 바치고 나면 배 두드리며 큰 소리로 노래 부르리.”
한 스님이 물었다.
“덕산스님은 문에 들어가자마자 몽둥이질을 하니, 이는 마치 본을 떠주고 그림을 그리게 하는 것입니다. 임제스님은 문에 들어가자마자 악! 하고 고함을 쳤는데 그 역시 눈을 눌러 헛꽃이 생기는 경계를 면치 못한 것입니다. 이 두 방편 말고, 이곳 동산에서는 어떻게 학인을 가르치십니까?”
“하늘이 개어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더니만 요사이에야 구름이 솟아오르는구나”
“뒷날 누군가 동산의 종지를 묻는다면 학인들에게 무어라 말하도록 하시렵니까?”
“농막에 채소가 메말랐으니, 물을 져다가 시금치밭에 부어라.”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소리와 모습[聲色]을 떠난 도리입니까?”
“남쪽은 염부제, 북쪽은 울단월이다.”
“이렇게 되면 학인은 부처님의 은혜를 알고 마음이 어둡지 않습니다.”
“사해바다는 얼마나 깊으냐?”
선사는 어느 날 몸이 편치 않아 법당에 올라 대중들에게 결별을 고하고 법신을 송하였다.
참선하며 도를 배우는 이들이여! 망망해 하지 말아라
법신 알기를 묻는다면 북두 속에 숨었노라 대답하리라
내 이제 늙고 수척하여
사람을 만나도 겨뤄볼 힘이 없는 몸
오직 괭이만이 나의 도를 알기에
소나무를 심고 때로 다시 금강세계로 올라가노라.
參禪學道莫茫茫 問透法身北斗藏
余今老倒尩羸甚 見人無力得商量
唯有钁頭知我道 種松時復上金剛
말을 마치고 곧 입적하였다.
찬하노라.
올가미와 그물을 끊고
고삐도 없구나
신풍동(新豊洞) 앞에 오묘한 관문을 세우고
균양성(筠陽城) 안에서 교화를 드날렸다
문수스님 낚싯바늘에서 벗어나
사나운 용의 굴 속으로 들어갔으니 누가 감히 그의 정체를 밝혀내며
사주대성 화두에 답한 말은 알맹이 없는데도
운문의 자손되니 너를 때릴 틈이 없었구나
티끌에 섞여 옛 거울 닦으니
황학루 앞의 앵무주(鸚鵡洲)이며
물 속에 들어가 키 큰 사람을 보니
눈먼 나귀 발 밑이 금강수 물가로다
보리달마 배우려면
석녀가 아아 낳는 것을 보고
종과 주인을 가려내려면
등롱처럼 졸아야 한다
지붕도 덮고 세금도 모두 바쳤으니
노래 부르고 배 두드리며 태평세월 즐기고
참선하고 도를 배우려거든 헤아리지 말지니
괭이 메고 소나무 심으며 놀 생각이나 하자꾸나
몸을 뒤집어 북두성 속에 숨기는 일도
좋은 계획이야 아니지만
물지게 지고 시금치 밭고랑에 물 뿌리는 일도
종지를 잘못 밝힌 일
소리와 모습을 벗어난 도리를
남쪽은 염부제, 북쪽은 울단월이라 속이니
설령 이 스님이야 속일 수 있었더라도
자신을 속이기는 어려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