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마루 2015. 3. 24. 18:21

임제록

 

2. 시 중

 

9. 3안국토(三眼國土)
 "무엇이 3안국토입니까?"
 "나는 그대들과 함께 깨끗하고 묘한 국토에 들어가 청정한 옷을 입고 법신불을 말하며, 차별 없는 국토애 들어가 차별 없는 옷을 입고 보신불을 말하며, 해탈국토에 들어가 광명의 옷을 입고 화신불을 말한다. 이 3안국토란 모두가 의지하여 변한[依變] 것이다.
 교학자들은 법신을 근본이라 하고 보신 · 화신을 그 활용[用]이라 하나, 내가 보기에는 법신이란 설법할 줄을 모른다. 그러므로 옛사람이 말하기를, '의미에 입각하여 불신을 말하고, 바탕에 입각하여 국토를 논한다'고 하였다. 이렇게 법성신과 법성토가 의지하여 통한[依通] 국토이니, 빈 주먹에 누런 잎사귀를 쥐고 돈이라고 속여 어린아이를 달래는 것임을 분명히 알겠다. 찔레와 마름의 가시와 마른 뼈다귀에서 무슨 즙(汁)을 찾느냐. 마음 밖에는 법이 없고 마음 안에서도 찾을 수 없으니 무엇을 찾겠느냐.

問, 如何是三眼國土오 師云, 我共儞入淨妙國土中하야 著淸淨衣하고 說法身佛하며 又入無差別國土中하야 著無差別衣하고 說報身佛하며 又入解脫國土中하야 著光明衣하고 說化身佛하나니 此三眼國土는 皆是依變이니라 約經論家하면 取法身爲根本하고 報化二身爲用하나 山僧見處는 法身卽不解說法이라 所以로 古人이 云, 身依義立이요 土據體論이라하니 法性身 法性土는 明知是建立之法이요 依通國土니 空拳黃葉으로 用誑小兒니라 蒺藜菱刺와 枯骨上에 覔什麼汁고 心外無法이요 內亦不可得이니 求什麼物고

 그대들 제방에서는 '닦을 것도 있고 깨칠 것도 있다'고 하는 데 착각하지 말라. 설령 닦아 깨친다 하더라도 그것은 모두가 생사의 업이다. 그대들은 6도만행을 빠짐없이 닦는다고 말하나 내가 보기에는 모두가 업을 짓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처를 구하고 법을 구하는 것은 곧 지옥의 업을 짓는 것이고, 보살을 구하는 것도 업을 짓는 것이며, 경을 보고 논을 보는 것 역시 업을 짓는 것이다. 그러나 부처와 조사는 일 없는 사람이니, 그러므로 유루유위(有漏有爲)와 무루무위(無漏無爲)가 청정한 업이다.

儞諸方에 言道호대 有修有證이라하니 莫錯하라 設有修得者라도 皆是生死業이며 儞言六度萬行을 齊修라하나 我見皆是造業이니라 求佛求法은 卽是造地獄業이라 求菩薩도 亦是造業이요 看經看敎도 亦是造業이니 佛與祖師는 是無事人이라 所以로 有漏有爲와 無漏無爲가 爲淸淨業이니라


 어떤 눈 먼 중들은 배불리 먹고는 좌선하여 관법을 닦는다고 한다. 그들은 생각이 새나가는 것을 꽉 붙들어 달아나지 못하게 하면서 시끄러운 것은 싫어하고 조용한 것만을 찾는데 그것은 외도법이다. 조사께서 말씀 하시기를, '너희가 만약 <마음에 머물러 고요함을 보고, 마음을 일으켜 밖으로 관조하며, 마음을 가다듬어 안으로 맑히며, 마음을 한 곳으로 모아 정(定)에 든다>*면 이러한 무리들은 모두가 조작을 하는 것이다'고 하셨다. 지금 이렇게 법문을 듣는 그대들이 어떻게 저것을 수행하고 증득하며 장엄하려 하겠느냐? 저것은 닦을 물건도 아니며 장엄할 수 있는 물건도 아니다. 만약 그것을 장엄하게 된다면 무엇이든지 장엄할 수 있을 것이니 그대들은 잘못 알지 말라.

有一般瞎禿子하야 飽喫飯了하고 便坐禪觀行호대 把捉念漏하야 不令放起하며 厭喧求靜하나니 是外道法이니라 祖師云, 儞若住心看靜하며 擧心外照하고 攝心內澄하며 凝心入定하면 如是之流는 皆是造作이라하니라 是儞如今與麼聽法底人을 作麼生擬修他證他莊嚴他리오 渠且不是修底物이며 不是莊嚴得底物이니라 若敎他莊嚴하면 一切物을 卽莊嚴得이니 儞且莫錯하라


 도 배우는 이들(道流)이여! 그대들은 어떤 노스님들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듣고는 그것이 참된 도라고 하여, 선지식은 불가사의하고 나는 범부의 마음이므로 감히 저 노스님의 뜻을 헤아려 볼 수 없다고 한다. 이 눈 먼 바보들아! 일생을 이러한 생각만을 내어서 이 멀쩡한 두 눈을 저버리고 마는구나. 싸늘하게 입 다문 모습이 마치 빙판 위에 서 있는 나귀새끼 같구나. 나는 감히 선지식을 비방하여 구업(口業)을 짓는 것을 두려우하지 않는다.

道流야 儞取這一般老師口裏語하야 爲是眞道하야 是善知識은 不思議요 我是凡夫心이니 不敢測度他老宿이라하나니 瞎屢生이여 儞一生을 祇作這箇見解하야 辜負這一雙眼하니 冷噤噤地가 如凍凌上驢駒相似로다 我不敢毁善知識하야 怕生口業이니라


 도 배우는 이들이여! 큰 선지식이라야만 비로소 감히 부처와 조사를 비방하고, 천하를 옳다 그르다 하며, 3장(三藏)의 가르침을 물리치며, 어린애 같은 모든 무리들을 꾸짖으면서 맞고 거슬리는 경계 속에서 사람을 찾는다. 그러므로 나는 12년동안 업의 성품을 찾았는데도 겨자씨만큼도 찾을 수 없었다.
 만약 새색시 같은 선사라면 절에서 쫓겨나 끼어서 밥도 못 얻어먹을까 두려워하여 불안하고 즐겁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예로부터 옛 스님네는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아 쫓겨나서는 비로소 귀한 것임을 알았다.
 만약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모두 인정해 준다면, 이런 사람은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그러므로 사자의 포효 한 번에 여우는 머리통이 찢어지는 것이다.

道流야 夫大善知識이 始敢毁佛毁祖하여 是非天下하며 排斥三藏敎하며 罵辱諸小兒하야 向逆順中覔人하나니 所以로 我於十二年中은 求一箇業性을 如芥子許도 不可得이니라 若似新婦子禪師하면 便卽怕趁出院하야 不與飯喫하야 不安不樂이어니와 自古先輩가 到處人不信하고 被趁出하야 始知是貴하나니 若到處人盡肯하면 堪作什麼오 所以로 師子一吼에 野干이 腦裂이니라


 도 배우는 이들이여! 제방에서는 닦을 도가 있고 깨칠 법이 있다고 하는데, 그대들은 무슨 법을 깨치며 무슨 도를 닦는다고 말하는가. 그대들이 지금 작용하는 곳에 무슨 모자람이 있으며, 어떤 점을 보완한다는 것인가. 나이 어린 후학들이 잘 모르고 이들 여우 도깨비들이 하는 말을 믿는다. 그리하여 사리를 설명하여 다른 사람들을 얽어매고는 '이치와 수행이 부합하고 3업을 잘 지켜야만 성불할 수 있다'는 말을 하도록 허락해 버리는데, 이렇게 말하는 자들은 봄날의 가랑비처럼 많다.

道流야 諸方이 說有道可修하며 有法可證하나니 儞說證何法修何道오 儞今用處 欠少什麼物이며 修補何處오 後生小阿師가 不會하야 便卽信這般野孤精魅하야 許他說事하야 繫縛他人하야 言道호대 理行이 相應하고 護惜三業하야사 始得成佛이라하니 如此說者는 如春細雨로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길에서 도에 통달한 사람을 만나거든, 무엇보다 도에 대해서 말하지 말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만약 누구라도 도를 닦는다면 도를 행함이 아니니, 수만 가지 삿된 경계들이 앞 다투어 생겨난다. 지혜의 칼을 뽑아들면 아무것도 없어져서 밝음이 나타나지도 않았는데 어둠이 밝아진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옛사람이 말하기를, '평소 마음이 도이다'라고 하였다.
 대덕들이여, 무엇을 찾느냐? 지금 바로 내 눈앞에 법문을 듣는 의지함이 없는 도인은 너무도 분명하여, 결코 부족한 것이 없었다. 그대들이 만약 조사나 부처와 다름 없기를 바란다면 이렇게 보면 될 뿐이니, 의심하여 잘못되지 말라. 그대들의 마음 마음이 다르지 않음을 산 조사라고 하니, 마음에 다름이 있으면 성품과 모양이 다르지만 마음이 다르지 않으므로 성품과 모양이 다르지 않다."

古人이 云, 路逢達道人이어든 第一莫向道하라 所以로 言호대 若人이 修道하면 道不行이니 萬般邪境이 競頭生이라 智劍이 出來에 無一物하야 明頭未顯暗頭明이로다 所以로 古人이 云, 平常心이 是道라하니라 大德아 覔什麼物고 現今目前 聽法無依道人이 歷歷地分明하야 未曾欠少하니 儞若欲得與祖佛不別인댄 但如是見이요 不用疑誤니라 儞心心不異를 名之活祖니 心若有異하면 則性相이 別이요 心不異故로 卽性與相不別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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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심간정 거심외조 섭심내징 응심입정(住心看靜 擧心外照 攝心內澄 凝心入定) : 이 네 구절은 북종(北宗) 신숙계(神秀系)에서 학인을 가르치는 표어로서, 하택(荷澤)스님이 인용하여 북종을 공박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