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마루 2015. 4. 16. 20:48

임제록

 

4. 행 록

 

6. 황벽스님이 큰방에 들어가다

 스님이 선당 안에서 졸고 있는데 황벽스님께서 내려와 보시고는 주장자로 선판(禪版) 모서리를 한 번 두드렸다. 스님이 고개를 들어 황벽스님인 것을 보고 다시 졸자 황벽스님은 다시 한 번 선판 모서리를 두드리고는 윗칸으로 갔다. 수좌스님이 좌선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말씀하셨다.

 "아랫칸의 젊은 수좌는 도리어 좌선을 잘 하는데 자네는 여기서 무슨 망상을 피우고 있는가?"

 "이 노장이 무슨 수작이야!"하니 황벽스님은 선판 모서리를 한 번 두드리고 나가버렸다.

師在堂中睡어늘 黃檗이 下來見하고 以拄杖으로 打版頭一下라 師擧頭하야 見是黃檗하고 却睡하니 黃檗이 又打版頭一下하다 却往上間하야 見首座坐禪하고 乃云, 下間後生은 却坐禪이어늘 汝這裏妄想作什麼오 首座云, 這老漢이 作什麼오 黃檗打版頭一下하고 便出去하니라

 

 뒤에 위산스님이 앙산스님에게 물었다.

 "황벽스님이 큰방에 들어갔던 뜻이 무엇이냐?"

 "한 주사위의 양쪽 눈[目]입니다."

後에 潙山이 問仰山호되 黃檗이 入僧堂意作麼生고 仰山이 云, 兩彩一賽이니다

 

7. 운력에 빈 손으로 가다

 하루는 대중이 운력을 하는데 스님은 맨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다. 황벽스님은 고개를 돌려 스님이 빈 손으로 오는 것을 보시고 물었다.

 "괭이는 어디 있느냐?"

 "어떤 사람이 가져가버렸습니다."

 "이리 가까이 오너라. 너와 이 일을 따져보리라."

 스님이 가까이 오자, 황벽스님은 괭이를 일으켜 세우면서 말씀하셨다.

 "오직 이것만은 천하 사람들이 잡아 세우려 해도 일으키지 못한다."

 스님이 손을 뻗쳐 낚아채 잡아 세우면서 말하였다.

 "그렇다면 어째서 지금은 제 손 안에 있습니까?"

 황벽스님은 "오늘 많은 사람들이 운력하는구나"하고는 절로 돌아가버렸다.

一日普請次에 師在後行이러니 黃檗이 回頭하야 見師空手하고 乃問, 钁頭는 在什麼處오 師云, 有一人將去了也니다 黃檗이 云, 近前來하라 共汝商量箇事하리라 師便近前한대 黃檗이 竪起钁頭云, 祇這箇는 天下人이 拈掇不起로다 師就手掣得하야 竪起云, 爲什麼하야 却在某甲手裏닛고 黃檗이 云, 今日에 大有人이 普請이라하고 便歸院하니라

 

 뒤에 위산스님이 앙산스님에게 물었다.

 "괭이가 황벽스님의 손에 있었는데, 무엇 때문에 다시 임제한테 빼앗겼느냐?"

 앙산스님이 대답하였다.

 "도적이 소인이긴 하나 지혜는 군자를 능가합니다."

後에  潙山이 問仰山호되 钁頭在黃檗手裏어늘 爲什麼하야 却被臨濟奪却고 仰山이 云, 賊是小人이나 智過君子니다

 

8. 위산스님에게 편지를 전하다

 스님이 황벽스님의 편지를 전하려 위산에 갔었다. 그때 앙산스님이 지객(知客)이었는데, 편지를 받고 나서 물었다.

 "이것은 황벽스님의 것이니 그대의 것은 어느 것이오?"

 스님이 손바닥으로 후려갈기자, 앙산스님이 그 손을 붙잡으며 말하였다.

 "노형께서 이 일을 아신 바에야 그만둡시다."

 둘은 함께 가서 위산스님을 뵈오니 위산스님이 물었다.

 "황벽사형께서는 대중이 얼마나 되는가?"

 스님이 말하였다.

 "7백명 대중입니다."

 "누가 우두머리인가?"

 "아까 이미 글을 전해 드렸습니다."

 스님이 반대로 위산스님에게 물었다.

 "이곳 큰스님의 회하는 대중이 얼마나 됩니까?"

 "천오백 명 대중이라네."

 "매우 많군요."

 "황벽사형께서도 적지 않으시네."

師爲黃檗하야 馳書去潙山하니 時에 仰山이 作知客이라 接得書하고 便問하되 這箇는 是黃檗底니 那箇時專使底오 師便掌한대 仰山이 約住云, 老兄아 知是般事어든 便休하라 同去見潙山하니 潙山이 便問 黃檗師兄이 多少衆고 師云, 七百衆이니다 潙山云, 什麼人이 爲導首오 師云, 適來에 已達書了也니다 師却問潙山호되 和尙此間은 多少衆이닛고 潙山이 云, 一千五百衆이니라 師云, 太多生이니다 潙山이 云, 黃檗師兄도 亦不少니라

 

 스님이 위산스님을 하직하고 나오니 앙산스님이 전송하면서 말하였다.

 "노형께서는 뒷날 북쪽으로 가시면 머무르실 곳이 있을 것입니다."

 "무슨 그럴 일이 있겠소."

 "가기만 하시면 그 뒤로 한 사람이 노형을 보좌해 드릴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머리만 있고 꼬리는 없으며, 시작은 있고 끝은 없을 것입니다."

 스님이 뒷날 진주(鎭州)에 이르자, 보화스님이 이미 거기에 있었다. 스님이 세상에 나오자 보화스님은 스님을 도와드리다가 스님이 진주에 머문 지 오래지 않아 전신탈거(全身脫去) 해버렸다.

師辭潙山하니 仰山이 送出云, 汝向後北去하면 有箇住處리라 師云, 豈有與麼事리오 仰山이 云, 但去하라 已後에 有一人이 佐輔老兄在하리니 此人은 祇是有頭無尾며 有始無終이니라 師後到鎭州하니 普化已在彼中이라 師出世에 普化佐贊於師라가 師住未久에 普化全身脫去하니라

 

9. 여름안거를 깨뜨리다

 스님이 여름철 안거 중간에 황벽산에 올라갔다가 황벽스님께서 경을 읽고 계신 걸 보고는 말하였다.

 "저는 스님을 그럴싸한 분으로만 생각해왔는데, 알고보니 검정 콩이나 주어 먹는 노스님이시군요."

 며칠을 머물다가 하직 인사를 드리러 가니, 황벽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여름 안거를 깨뜨리고 오더니, 또 여름철을 마치지 못하고 가려 하느냐?"

 "저는 잠시 스님께 인사드리러 왔을 뿐입니다."

 그러자 황벽스님은 후려갈겨 내쫓아버렸다. 스님은 몇 리를 가다가 이 일을 의심하고, 다시 돌아와 그 여름 안거를 마쳤다.

師因半夏에 上黃檗하야 見和尙이 看經하고 師云, 我將謂是箇人이러니 元來是揞黑豆老和尙이로다 住數日타가 乃辭去하니 黃檗이 云, 汝破夏來하야 不終夏去아 師云, 某甲이 暫來禮拜和尙이니다 黃檗이 遂打하고 趁令去하니 師行數里라가 疑此事하야 却回終夏하니라

 

스님이 하루는 황벽스님을 하직하니, 황벽스님이 물었다.

 "어디로 가려 하느냐?"

 "하남이 아니면 하북으로 돌아갈까 합니다."

 황벽스님께서 별안간 후려갈기자, 스님이 몽둥이를 붙잡으며 손바닥으로 뺨을 한 대 때렸다. 황벽스님이 큰 소리로 웃고는 시자를 불러 "백장 큰스님의 선판과 궤안을 가져오너라." 하니 스님이 "시자야! 불을 가져오너라" 하였다.

 황벽스님이 말하였다.

 "그렇긴 하나 너는 그저 가져가도록 하여라. 뒷날 앉은 채로 천하 사람들의 혀 끝을 끊을 것이다."

師一日에 辭黃檗하니 檗이 問, 什麼處去오 師云, 不是河南이면 便歸河北이니다 黃檗이 便打한대 師約住하고 與一掌이라 黃檗이 大笑하고 乃喚侍者호되 將百丈先師禪版机案來하라 師云, 侍者야 將火來하라 黃檗이 云, 雖然如是나 汝但將去하라 已後에 坐却天下人舌頭去在리라

 

 뒤에 위산스님이 앙산스님에게 물었다.

 "임제가 황벽스님을 저버린 게 아니냐?"

 "그렇지 않습니다."

 "그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은혜를 알아야만 은혜를 갚을 줄 아는 법입니다."

 "옛 고인들도 이와 같은 경우가 있었느냐?"

 "있습니다만 너무 옛일이라 스님께 말씀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긴 하나 나도 알고 싶으니, 말해 보아라."

 "능엄회상에서 아난이 부처님을 찬탄하기를, '이 깊은 마음으로 티끌 수같이 많은 국토에 받들어 올리나니, 이를 부처님의 은혜를 갚는다고 하겠습니다'고 하였으니, 이 어찌 은혜에 보답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 그렇다. 견해가 스승과 같으면 스승의 덕을 반감(半減)하는 것이니, 견해가 스승보다 나아야만 바야흐로 법을 전해받을 만하다."

後에 潙山이 問仰山호되 臨濟莫辜負他黃檗也無아 仰山이 云, 不然하니다 潙山이 云, 子又作麼生고 仰山이 云, 知恩에 方解報恩이니다 潙山이 云, 從上古人이 還有相似底也無아 仰山이 云, 有하나 祇是年代深遠하야 不欲擧似和尙이니다 潙山이 云, 雖然如是나 吾亦要知하니 子但擧看하라 仰山이 云, 祇如楞嚴會上에 阿難이 讚佛云, 將此深心奉塵刹하니 是則名爲報佛恩이라하니 豈不是報恩之事닛고 潙山이 云, 如是如是로다 見與師齊하면 滅師半德이요 見過於師라사 方堪傳授니라

 

10. 달마스님의 탑전(塔前)에 이르다

 스님이 달마스님의 탑전(塔前)에 이르렀는데, 탑전의 주지스님이 말하였다.

 "장로께서는 부처님께 먼저 절하십니까, 조사께 먼저 절하십니까?"

 "부처와 조사께 모두 절하지 않습니다."

 "부처님 · 조사와 장로와는 무슨 원수라도 됩니까?"

 스님은 소매를 뿌리치고 나가버렸다.

師到達磨塔頭하니 塔主云, 長老야 先禮佛가 先禮祖아 師云, 佛祖를 俱不禮니라 塔主云, 佛祖與長老로 是什麼冤家오 師便 拂袖而出하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