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마루 2015. 4. 21. 22:39

법안록

 

3. 감 변

 

1.

 스님께서 각상좌(覺上座)에게 물었다.

 "배를 타고 왔느냐, 육지로 걸어왔느냐?"

 "배를 타고 왔습니다."

 "배가 어디에 있느냐?"

 "강에 있습니다."

 각상좌가 물러가자, 스님은 곁에 있던 스님에게 물었다.

 "말해보라. 조금전에 왔던 스님이 안목이 있느냐, 없느냐?"

 

2.

 광효 혜각(光孝慧覺)스님이 스님을 찾아왔을 때 스님께서 물었다.

 "요즈음 어디서 떠나오셨소?"

 "조주(趙州)에서 왔습니다."

 "듣자하니, 조주스님께서는 '뜰 앞의 잣나무[庭前栢樹子]'라는 말씀을 하셨다던데, 그렇소?"

 "그런 일 없습니다."

 "오가는 사람들이 모두 말하기를, '한 스님이 조주스님에게 무엇이 달마대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라고 묻자, '뜰 앞의 잣나무다'라고 했다던데, 스님은 어째서 그런 일 없다고 하시오?"

 "조주스님께서는 실로 그런 말씀하신 적이 없습니다. 스님께서는 조주스님을 비방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경산 고스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런 말씀을 했다고 한다면 혜각스님의 무쇠입에 어긋날 것이며, 그런 말씀을 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면 법안스님의 말과 틀린다. 그렇다고 양쪽 다 아니라 한다면 조주스님과 관계 없으리라. 한편 모두 다 아니고 투철히 벗어나는 다른 길이 있다 해도 쏜살같이 지옥으로 들어가리라."

 

 고산 규(鼓山珪)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무쇠입[覺鐵嘴] 혜각스님이라더니, 헛소문은 아니나, 다만 꿈에서도 조주스님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3.

 스님께서 오공(悟空)스님과 함께 향로 앞에서 향숟가락을 들면서 물었다.

 "이것을 향숟가락이라 부르지 않는다면 사형께서는 무어라 부르겠소?"

 오공스님은 "향숟가락입니다" 하였는데 스님은 긍정하질 않았다. 오공스님은 그뒤 20여일이 지나서야 이 말을 알게 되었다.

 

4.

 하루는 상당하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조계근원의 물 한 방울입니까?"

 "이것이 조계근원의 물 한 방울이다."

 그 스님은 망연하여 물러갔는데 그때 천태 덕소(天台德韶 : 891~972)스님이 곁에 앉아 있다가 활짝 깨달았다. 그리고는 깨달은 것을 스님께 말씀드렸더니, 스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뒷날 국왕의 스승이 되어 조사의 도를 빛낼 것이니 나보다 낫겠다."

 천태스님은 그 뒤 이런 게송을 지었다.

 

통현봉(通玄峯) 꼭대기는 인간세상이 아닌데

마음 밖에는 아무것도 없으니 청산이 눈에 가득하구려.

 

通玄峯頂  不是人間

心外無法  滿目靑山

 

 스님은 이 소문을 듣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한 마디 게송이 우리 도를 일으키겠구나."

 

5.

 복주(福州) 영은 청용(靈隱淸聳)스님이 처음 참례하자, 스님은 빗방울을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방울방울이 그대 눈 속에 떨어지는구나."

 청용스님이 처음엔 그 뜻을 깨닫지 못했으나 그 후 「화엄경(華嚴經)」을 보다가 깨닫고 스님의 인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