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임제록·법안록臨濟錄·法眼錄

[종문십규론] 종문십규론 서

쪽빛마루 2015. 4. 25. 07:38

종문십규론

(宗門十規論)

 

종문십규론 서

 

 나 문익(文益)은 어려서 세속의 속박을 떠났고, 자라서는 30년을 법요(法要)를 듣고 선지식을 두루 참례하였다. 그러나 조사의 물줄기가 흘러 넘쳐 남방에서 가장 번창했지만 통달한 사람은 사실 드물었다.

 이치[理]로는 단박 깨친다 하겠으나 사실[事]로는 점진적으로 깨달아 가야 한다. 선문에서는 본디 다양한 방편으로 교화를 세우지만 상대를 지도하고 중생을 이익케 한다는 결론에서는 하나의 법도이다.

 혹 경론(經論)을 섭렵하지 않은 이들은 알음알이[識情]를 깨뜨리기 어렵다. 그들은 정견(正見)을 삿된 길로 몰고 이단을 정통으로 만들어 후학들을 허망하게 생사윤회로 들어가도록 그르쳐 버린다.

 나는 속으로 깊이 헤아리고서 막아보려 하였으나 어찌 해 볼 수가 없었다. 마치 수레바퀴를 막으려는 사마귀의 심정같이 쓸데없는 패기였고, 강물을 마시려는 새앙쥐의 꾀와도 같아서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말 없는 가운데서 할 수 없이 말을 드러내고 법 없는 가운데서 억지로 법을 두어 선가[宗門]에서 지적되는 병통을 열 가지 조목으로 간략히 분류하여 모든 허망한 말을 밝혀 시대의 폐단을 고쳐보려고 조심스럽게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