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위앙록潙仰錄

[앙산록/ 사가어록(四家語錄)] 2. 상당 71~79.

쪽빛마루 2015. 4. 28. 08:19

2. 상 당

 

71.

 위산스님께서 물으셨다.

 “백장(百丈)스님이 두 번째 마조(馬祖)스님을 참례한 인연*에서 이 두 큰스님의 뜻은 무엇이겠는가?”

 “큰 본체와 그 작용[大機大用]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그럼 마조스님이 84명의 선지식을 배출하였는데 몇 사람이 대기를 얻고 몇 사람이 대용을 얻었겠느냐?”

 “백장스님은 본체를 얻었고 황벽(黃檗)스님은 작용을 얻었으며, 나머지는 모조리 남의 말이나 읊조리는 창도사(唱導師)들이었습니다.”

 위산스님은 “그래, 그렇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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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장스님이 두 번째로 마조스님을 뵈니 마조스님이 불자(拂子)를 세웠다. 백장스님이 “이것을 통해서 활용하오리까. 이것을 떠나서 활용하오리까?”하고 물으니 마조스님은 불자를 제자리에 세워 두었다. 백장님이 잠자코 있으니 마조스님이 “그대는 뒷날 무엇으로 중생들에게 설법하려는가?”하니 백장스님이 불자를 세웠다. 마조스님이 “이것을 통해서 하겠느냐, 이것을 떠나서 하겠느냐?”하니 백장스님도 그것을 제자리에 세워 두었다. 그러자 마조스님이 벼락같이 할(喝)을 하니 백장스님은 사흘간 귀가 먹었다.

 

72.

 위산스님께서 백장스님의 야호화두(野狐話頭)를 들려주고는[擧揚]스님에게 묻자 이렇게 대답하였다.

 “황벽스님은 항상 이 기연을 사용하셨습니다.”

 “그것을 날 때부터 얻었느냐, 배워서 얻었느냐?”

 “스승께 받기도 하였고, 자성(自性)으로 종지를 깨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자 위산스님은, “그렇지, 그렇지”하셨다.

 

73.

 백장스님이 황벽스님에게 물었다.

 “어디 갔다 오느냐?”

 “대웅산(大雄山) 밑에서 버섯을 따옵니다.”

 “호랑이를 보았느냐?”

 황벽스님이 어흥, 소리를 내자 백장스님은 도끼를 들고 찍는 시늉을 하였다. 황벽스님이 백장스님을 한 대 후려치자, 끙끙 신음하다가 웃고는 돌아가 큰방에 올라가서 대중에게 말하였다.

 “대웅산 밑에 큰 호랑이가 한 마리 있으니 그대들은 살펴다니라. 나오 오늘 된통 한 차례 물렸느니라.”

 

 이 기연을 들려주고는 위산스님께서 스님에게 물으셨다.

 “어떠한가?”

 “스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백장스님이 그때 그 자리에서 도끼 한 방에 찍어 죽였다면 무엇 때문에 여기까지 왔겠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백장스님은 호랑이의 머리만 탈 줄 알았을뿐, 꼬리를 붙잡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대는 말이 좀 험악하구먼.”

 

74.

 남전스님이 황벽스님에게 물었다.

 “정(定)과 혜(慧)를 균등하게 배워 불성을 분명히 본다고 한 이 이치는 무엇인가?”

 “하루종일 어디에도 의지하지 않습니다.”

 “그대가 그런 경계를 보았는가?”

 “감히 그렇겠습니까?”

 “물[獎水]값은 우선 그만두고라도 짚신값은 누구에게 받지?”

 황벽스님은 그만두어 버렸다.

 

 이 기연에 대해 위산스님께서 스님에게 물으셨다.

 “황벽스님이 남전스님을 붙들지 못한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습니다. 황벽스님에겐 호랑이를 사로잡는 덫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대의 견처가 이렇게나 자랐다니….”

 

75.

 황벽스님이 남전스님의 처소에서 수좌(首座)가 되었다. 하루는 발우를 들고 남전스님의 자리에 앉았는데, 남전스님이 큰방에 들어가 보더니 물었다.

 “장로는 언제적에 도를 닦았는가?”

 “위음왕불(威音王佛) 이전입니다.”

 “그래도 이 남전의 손자뻘이 되는군.”

 황벽스님이 곧 두 번째 자리로 가서 앉자 남전스님은 거기서 그만두었다.

 

 이 기연에 대해서 위산스님은 말씀하셨다.

 “적을 속이는 자는 망한다. 자! 말해보라.”

 앙산스님이 “그렇지 않습니다. 황벽스님에겐 호랑이를 사로잡는 덫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하자 위산스님은 “그대의 견처가 이렇게나 자랐군” 하였다.

 

76.

 황벽스님이 시중(示衆)하였다.

 “그대들은 모조리 술찌꺼기나 먹는 놈들이다. 이처럼 수행하다간 어찌 다시 오늘을 맞겠는가! 이 큰 나라에 선사가 없는 줄을 아느냐!”

 이때에 어떤 스님이 말하였다.

 “제방에서는 제자들을 가르치고 대중을 거느리는데 이것은 무엇입니까?”

 선(禪)이 없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스승이 없을 뿐이다.”

 

 이런 기연에 대해 위산스님께서 스님에게 물으셨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거위 왕은 우유만을 골라 먹으니 아예 기러기 따위와는 비교도 안됩니다.”

 “그것은 정말로 가려내기 어려운 일이다.”

 

 위산스님과 앙산스님의 두 스승과 상좌가 북치고 노래한 기연(機緣)을 말로 다 하자면 많다. 임제록(臨濟錄)에 실려 있는 것은 여기에 거듭 수록하지 않는다.

 

77.

 활상좌가 백장스님의 처소에 도달하자 스님은 말하였다.

 “그대는 일이나 물건을 놓고 그것을 통해 물으려는가.”

 “말이 아니었다면 어찌 갈피를 잡을 수 있겠습니까?”

 “안남(安南)을 수습하더니 이제는 북쪽 변방을 근심하는군.”

 그러자 활상좌는 가슴을 열어제치고 말하였다.

 “이렇습니까, 이렇지 않습니까?”

 “참으로 붙들기 어렵군.”

 “알면 됐습니다. 알면 됐습니다.”

 

 이 기연에 대해 스님이 말씀하셨다.

 “이 두 사람의 귀결점을 아는 사람이 있다면 대단하다 하겠지만, 분별하지 못하면 대낮에 길을 잃은 격이다.”

 

78.

 오봉(五峯)스님이 한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오느냐?”

 “들에서 옵니다.”

 “소를 보았느냐?”

 “보았습니다.”

 “왼쪽 뿔을 보았느냐, 오른쪽 뿔을 보았느냐?”

 그 스님이 대꾸자 없자 오봉스님이 대신 “보는 데는 좌우가 없다”라고 하였다.

 

 이 기연에 대해 스님께서 달리 말씀하셨다.

 “어찌 좌우를 분별하느냐!”

 

 79.

 한 행자(行者)가 법사를 따라서 법당으로 들어갔는데 행자가 부처님에게 침을 뱉자 법사는 말하였다.

 “행자는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하는데, 무엇 때문에 부처님께 침을 뱉느냐?”

 “부처님이 없는 곳을 말해 보시오. 그러면 그곳에다 침을 뱉겠습니다.”

 법사가 아무런 대꾸를 못했다.

 

 이 일에 대해 위산스님은 말씀하셨다.

 “어진 사람이 나쁜 사람이 되고, 나쁜 사람이 도리어 어진 사람이 되었군.”

 스님은 법사를 대신하여 “행자에게 침을 뱉아라!” 하시고는 다시 “행자가 말을 하는 순간 이렇게 말해주리라. 나에게 행자(行者)가 없는 곳이 어디인지를 말해 보라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