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위앙록潙仰錄

[앙산록/ 조당집(祖堂集)]1. 행록

쪽빛마루 2015. 4. 28. 08:22

앙 산 록

(祖堂集)

 

1. 행 록

 

1.

 위산(潙山)스님의 법을 이었고, 회화(懷化)에서 살았다. 스님의 휘는 혜적(慧寂)이고 속성은 섭씨(葉氏)이며, 소주(韶州) 회화현(懷化縣)사람이었다. 15세에 출가하려 했으나 부모가 허락치 않아서 뜻을 이루지 못했고, 17세에 다시 출가하겠다고 했으나 부모는 역시 허락하지 않았다. 그날밤 두 가닥의 흰 광채가 조계(曹溪)로부터 뻗어나와 그 집을 꿰뚫으니 그의 부모는 아들이 출가할 징조임을 알고 감동되어 허락했다. 이에 스님께서는 왼손의 무명지(無名指)와 새끼손가락을 끊어 부모 앞에 놓고 그간 길러주신 은혜에 보답하고 떠났다.

 처음에는 남화사(南華寺) 통(通)스님에게 머리를 깎고, 18세에 사미가 되어 행각(行脚)을 떠났다. 먼저 종(宗)선사를 뵈었다가 다음에는 탐원(耽源)스님을 찾아뵈었다. 그 곁에 있는 몇 해 동안 주관과 객관, 밝음과 어둠이 한 모습인 도리를 배웠다. 한 번 들으면 다시 묻지 않더니, 나중에는 그곳을 떠나서 대위(大潙)로 갔다.

 대위에 이르자, 혼자서 위산(潙山)스님을 찾으니, 위산스님이 말했다.

 “이 사미는 주인이 있는 사미인가, 주인이 없는 사미인가?”

 “주인 있는 사미입니다.”

 “주인이 어디에 있는가?”

 스님께서 서쪽에 섰다가 다시 동쪽에 가서 서니, 위산스님이 뛰어난 재목임을 알아보고 대화를 시작하여 이끌어주었다.

 

2.

 스님께서 물었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위산스님이 대답했다.

 “생각이 있으면서도 생각이 없는 묘함으로 끝없는 신령한 광채를 돌이키면 생각이 다하여 근원에 돌아가 성품과 모습이 항상하고 진리와 현실이 둘이 아니어서 참부처가 여여(如如)할 것이다.”

 스님께서 이 말씀에 활짝 깨닫고 깨우쳐 주셔서 고맙다고 절하였다. 이어서 위산에 머무르기 14, 5년 동안, 오로지 위산스님과 마주하여 깊고 비밀한 진리를 드날렸으니, 마치 사리불[鷲子]의 날카로운 말재주가 부처님의 교화를 더욱 빛낸 것과 같다 하겠다.

 35세에 대중을 거느리고 세상에 나가시니 앞뒷 고을의 절사(節使) · 찰사(察使) · 자사(刺使)들이 앞을 다투어 귀의하였는데 그 중 열 한 사람이 스님을 스승으로 섬겼다.

 스님께서는 세 곳에서 법륜(法輪)을 굴리니, 왕이 칙명으로 징허(澄虛)대사라는 호와 자색 가사를 하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