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제(解題)
해제(解題)
운문종(雲門宗)의 종조인 운문 문언(雲門文偃 : 865~949)스님은 소주(蘇州) 가흥(嘉興)에서 태어나 17세에 공왕사(空王寺) 지징율사(志澄律師)에게 출가하였고, 비릉계단에서 구족계를 받았다. 그리고는 목주 도종(睦州道宗)스님을 참례하고 다시 설봉 의존(雪峯義存)스님을 찾아가서 수년간 정진하여 마침내 인가받았다.
그 뒤 제방을 다니며 법을 묻다가 소주 영수원(靈樹院) 지성(知聖)스님 회하에서 수좌(首座)가 되었으며, 지성스님이 입적하신 뒤(920) 당시의 왕인 광주 유씨(廣州 劉氏)의 청으로 그 법회를 이었다.
몇 년 뒤 운문산으로 처소를 옮기고(925년) 폐허된 절을 수리하여 광태선원(光泰禪院)이라 이름하고 제방의 납자들을 지도하였는데 후당(後唐) 장흥(長興) 원년(930년) 이후 그의 법이 널리 퍼지면서 백운 자상(白雲子祥), 덕산 연밀(德山緣密), 향림 징원(香林澄遠) 등 법제자 20여명이 독립된 종파를 이루고 스님이 계시던 산 이름을 따서 운문종(雲門宗)이라 하였다. 설봉 의존스님의 법을 이은 종파로는 운문종 외에 법안 문익(法眼文益)스님이 세운 법안종(法眼宗)도 있어 당시에 함께 융성하였다.
스님은 건화(乾和) 7년(949년)에 입적하셨다. 그후 송(宋) 태조(太祖) 건덕(乾德) 년간(966년경)에 선원이름이 대각선사(大覺禪寺)로 바뀌었는데 그 때의 상황은 행록(行錄)에 자세히 실려있다.
운문스님이 학인을 지도하는 독특한 법문으로는 고(顧)와 감(鑑)이 있고, 또 일자관(一字關)이 특이하다. 즉 학인의 질문에 간결한 한마디(예 ; 重, 千, 要)로 번거로운 설명을 끊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문답이 운문록에는 20여개 보이며, 또 운문3구와 파릉3구는 운문종의 종지를 잘 나타낸다.
그 외 운문 호떡, 운문 일곡(一曲), 운문 간시궐(乾屎橛) 등은 훗날 자주 거량되는 화두가 되었다.
운문스님의 어록인 운문록은 운문광록(雲門廣錄) 또는 운문광진선사광록(雲門匡眞禪師廣錄)이라고도 하는데, 3권으로 되어있다. 운문종의 문인 수견(守堅)이 편집하고 종연(宗演)이 교감(校勘)하여 송(宋) 희령(熙寧) 9년(1076) 소해(蘇澥)의 서(序)를 붙여 간행하였다.
상권(上卷)에는 대기(對機) 320칙(則), 12시가(十二時歌), 게송(偈頌) 등이 실려있다. 대기란 학인의 근기에 따라 상량문답(商量問答)한 것이다.
중권(中卷)에는 실중어요(室中語要) 185칙, 수시대어(垂示代語) 293칙이 실려 있다. 실중어요란 큰방에서 대중에게 설한 법문이고, 수시대어란 옛큰스님들의 수시 및 법문을 거론하여 상대방 학인에게 의견을 묻고 그 학인의 입장에서 운문스님 자신이 대신 대답하는 형식으로 법문한 것이다.
하권(下卷)에는 감변(勘辨) 161칙, 유방유록(遊方遺錄) 30칙, 유표(遺表), 유계(遺誡), 행장(行狀), 청소(請疏) 등이 실려있다(그러나 선학대계 등에서는 어요의 숫자에 차이가 있다. 즉 수시대어 290칙, 감변 165칙, 유방유록 31칙으로 되어있다.) 유방유록은 목주 도종과 설봉 의존을 비롯하여 제방의 스님들을 참례한 어요(語要)를 모은 것이고, 유표는 시적(示寂)에 앞서 임금의 은혜에 감사하여 지은 글이고, 유계는 임종시에 후학에게 훈계한 것이다. 권말(卷末)에는 문인 연밀(緣密)이 지은 운문3구(雲門三句) 등의 송(頌) 8수가 실려있다.
한편 가장 오래된 선종 사서(史書)인 조당집(祖堂集 952년 간행) 속의 운문스님에 대한 기록에서는 스님의 약전(略傳)과 어요를 수록하고 있는데 상당어(上堂語) 1, 문답상량(問答商量) 8, 십이시게(十二時偈), 종맥론(宗脈論) 1을 기술하고 있어 운문광록과는 그 분량이나 순서, 내용에 차이가 많다.
또 958년에 집현전 학사 뇌악(集賢殿學士 雷岳)에 의해 이루어진 운문산 광태선원고광진대사실성비(雲門山光泰禪院故匡眞大師實性碑)에 의하면 ‘別有言句 錄行於世)’라 한 것에서 이때 이미 독립된 어록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운문광록이 발행된 얼마 후(1108)에 간행된 조정사원(祖庭事苑)에도 운문스님의 어록에 대한 주석(註釋)이 있는데 순서가 운문광록과는 차이가 있다. 이런 점 등으로 볼 때 앞에서 말한 종연스님의 편집 이전에도 이본(異本)이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