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운문록 雲門錄
[운문록 상(上)] 운문광진선사광록 서(雲門匡眞禪師廣錄 序)
쪽빛마루
2015. 5. 14. 08:57
운문록
上
운문광진선사광록 서(雲門匡眞禪師廣錄 序)
조사의 法燈이 이어져 내려온 지 수백년, 그 중에서 누구보다도 뛰어나 고금을 초월하고 오묘신통을 지극히 터득하여 세상에 도를 널리 폈던 분은 몇 사람뿐이다. 그 중에서도 운문대종사는 가장 뛰어나, 잡았다 놨다 폈다 말아들였다 하는 방편이 종횡무진이었다.
물을 터 놓으면 물고기가 용이 헤엄칠 길을 얻고, 천지를 잡아 끊으면 귀신도 도망갈 곳이 없어 초목도 머리를 숙이고 흙과 돌이 빛을 내 뿜었다.
법문 중에 대기(對機), 실록(室錄), 수대(垂代), 감변(勘辨), 행록(行錄)이 전해내려 왔는데, 세월이 오래되어 이따금 잘못된 데가 있으므로 이제 자세히 살펴 바로잡고 새로 판을 찍어서 길이길이 전하려 한다. 나아가 본분겸추(本分鉗鎚 : 스승이 납자를 지도하는 도구)는 금성옥진(金聲玉振 : 시작부터 끝까지 완전함)케 하고 시끌벅적한 세상은 허물어버리려 하니 기어코 편을 가른다면 꼼짝없이 잘못에 잘못을 더하는 격이 된다.
공로를 따지고 덕을 기리면 벌써 훌륭한 옛분을 매몰하는 것이며, 본을 떠주고 모범을 제시하면 후학을 호도하기에 알맞다. 이마에 눈 있는 자라면 운문스님을 어디서 만나 보겠느냐.
문인 수견(門人 守堅 : 明識大師라는 호와 함께 賜紫함)이 편집하다.
희령(熙寧) 병진(丙辰 : 1076) 5월 25일, 양절전운부사공사(兩浙轉運副使公事) 임시직 소해(蘇澥)는 서(序)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