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운문록 雲門錄

[운문록 중(中)] 수시대어(垂示代語) 255~293.

쪽빛마루 2015. 5. 25. 06:18

255.

 스님께서 가면서 주장자로 법당 앞 기둥을 한 번 치더니 “어디서 왔느냐?” 하시고는 스스로 대답하셨다.

 “인도에서 왔다.”

 다시 말씀하셨다.

 “여기 와서 무엇하느냐?”

 스스로 말씀하셨다.

 “불법을 설한다.”

 그러자 대뜸 “할” 하더니 말씀하셨다.

 “우리 당나라 사람들을 속이는구나.”

 다시 주장자로 한 대 치고는 바로 가버렸다. 그리고는 다시 이 문제를 가지고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말해 보아라. 내 뜻이 무엇인가.”

 그 스님이 물었다.

 “그런데 스님의 뜻이란 무엇입니까?”

 대신 말씀하셨다.

 “주인행세를 할 필요가 없다.”

 다시 말씀하셨다.

 “사자는 사람을 물어뜯는다.”

 다시 한 스님에게 물었다.

 “기연에 맞닥뜨렸을 때 무슨 말을 해야 하느냐?”

 대신하여 “일어납니다[發]” 하더니 다시 말씀하셨다.

 “백살 늙은이가 노래하며 춤춘다.”

 

256.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콱 찌르는 한마디를 무어라 하겠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한 가지 일로 지혜 하나가 늘었습니다.”

 

257.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부처님의 크신 말씀[大敎]을 무얼 가지고 분별하겠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점(點)만 합니다.”

 

258.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법당은 무엇 때문에 큰방을 보지 못하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애통합니다[痛].”

 

259.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납승의 콧구멍은 묻지 않겠다. 진흙 속에서 흙덩이 씻는 이야기를 한마디 해 보라” 하더니 대신 손가락만 튕기고서 다시 말씀하셨다.

 “납승의 콧구멍은 또 무어라고 말하느냐?”

 대신 말씀하셨다.

 “산구경도 하고 물구경도 합니다.”

 

260.

 스님이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무엇이 고요하지 않은 말이냐?”

 대꾸가 없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나에게 묻거라. 내 말해 주리라.”

 그러자 그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고요하지 않은 말입니까?”

 스님은 “부(㖣阝)” 하더니, 앞의 말에 대신하여 말씀하셨다.

 “귀신의 굴 속에서 살아날 궁리를 해서는 안됩니다.”

 다시 “부(㖣阝)가 무슨 뜻이냐?” 하고는 대신 “그 뜻을 압니다” 하더니 다시 말씀하셨다.

 “오자문수(五字文殊)입니다.”

 

261.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그 지방에 들어가면 그 지방 풍속을 따르라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군자는 여덟 가지면 족합니다.”

 

262.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무엇이 종풍[綱]을 드러내는 한마디이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설봉은 남쪽, 조주는 북쪽입니다.”

 

263.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신령한 싹은 뿌리가 흔들리지 않는다. 무엇이 잘못되었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상당한 사람을 그르치는군요.”

 

264.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한 덩이 원광(圓光)이 밝은 지 오래되었다. 무엇이 한 덩이 원광인가?”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스님께서 거듭거듭 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65.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무엇이 밝음[明]을 마주하는 한마디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드러납니다[露].”

 

266.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색(色)도 아니고 소리도 아닌 바탕에서 몇 번째 기틀을 밝혀내겠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여우 굴 속에서 살 궁리를 해서는 안됩니다.”

 

267.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옥(玉)그물을 휘장처럼 쳐서 용을 잡고 실그물을 펴 새우와 조개를 건진다. 말해보라. 소라와 조개는 어디에 떨어져 있는가?”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눈이 온전합니다.”

 

268.

 스님께서 가사를 벗다가 한 스님에게 말씀하셨다.

 “말해보라. 내생에 불법을 모르지 않겠느냐?”

 대꾸가 없자 대신 말씀하셨다.

 “스님께서는 다행히도 대인이시군요.”

 또 “저는 감히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하더니 다시 “어째서 감히 말하지 못하는가?” 하고는 또 말씀하셨다.

 “원래 스님께서 계시는걸요.”

 

269.

 스님께서 섣달 그믐날 밤에 한 스님에게 묻기를, “떡을 씹는 것은 나한(羅漢)의 약석(藥石)이다. 필라(饆饠)와 추자(鎚子)를 가져오겠느냐?” 하더니 대꾸가 없자 대신 없자 말씀하셨다.

 “오늘은 동풍이 일었습니다.”

 

270.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네가 딱 합당하지 못했다면 우선 옛사람이 세우신 교화 방편 가운데서 한마디 말해보라. 못하겠거든 다른 말이라도 한마디 해보아라. 자, 무어라고 하겠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이제까지는 그래도 옳았습니다.”

 

271.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먼 곳을 비추고[照] 가까운 데를 밝히는 것을 무어라고 하겠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물에 들어가야만 비로소 키 큰 사람을 봅니다.”

 다시 말씀하셨다.

 “다시는 필요치 않다.”

 

272.

 스님께서 주장자를 잡고 말씀하시기를, “우선 여기에서 알아내도록 하라. 이익이 있는지 이익이 없는지. 도대체 모르겠다면 불성(佛性)을 흐리고 진여(眞如)를 어리석게 하리라”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위로 짝하기엔 부족하고 아래로 짝하자니 남습니다.”

 

273.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만법은 어디서 일어나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스님께 두꺼비 입 속에서 하는 말이라고 해선 안됩니다.”

 

274.

 공양 때 북소리를 듣고는 말씀하셨다.

 “옛사람은 ‘모든 소리가 부처님 소리다’라고 하였다. 저것을 부처님 소리라 하겠느냐, 북소리라 하겠느냐?”

 대신 말씀하셨다.

 “스님께서 다 말해버렸군요.”

 다시 말씀하셨다.

 “스님께서는 국수를 드셔서는 안됩니다.”

 

275.

 어떤 스님이 찾아와서 참례하는 것을 보시고는 스님께서 기둥을 한 번 치더니 말씀하시기를, “여기 와서 나를 속이는구나”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기둥을 쳤을 뿐이다” 하더니 한 번 후려치고는 말씀하셨다.

 “남을 위하면 자기도 편안하다.”

 

276.

 하루는 말씀하셨다.

 “ ‘지극한 도는 어려움이 없고 오직 가리기를 꺼릴 뿐이다’ 하였다. 무엇이 가리지 않는 것이냐?”

 다시 말씀하셨다.

 “여래의 오묘한 색신(色身)이여, 홍얼홍얼…”

 대신 말씀하셨다.

 “나오지 않습니다.”

 앞의 말을 대신하여 말씀하셨다.

 “옛사람이 벌써 말해버렸습니다.”

 

277.

 공양 때 휘장이 쳐진 자리를 한 번 치더니 “이것은 먹는 것…” 하고는 다시 밥상을 한 번 치더니 “이것은 못 먹는 것…”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일석이조로군요.”

 

278.

 쌀을 나르는데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사람이 쌀을 지느냐, 쌀이 사람을 지느냐?”

 대신 말씀하셨다.

 “아무래도 좋습니다.”

 다시 말씀하셨다.

 “쌀을 나르느라고 수고하는 것은 그래도 괜찮다.”

 

279.

 다시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큰 다리[橋]에 쌀이 얼마나 있더냐?”

 “70석 있습니다.”

 스님께서 주장자를 잡아 세우더니 말씀하셨다.

 “쌀 70석이 모두 이 주장자 끝에 있다. 걸머지고 오면 되겠지만 걸머지지 못하면 너희들 굶겨 죽이리라.”

 대신 말씀하셨다.

 “작은 일이라 할 수 없겠습니다.”

 

280.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말하는 것이 있으면 여우가 우는 것이고, 말하는 것이 없으면 사자가 포효하는 것이다. 내가 지금 이렇게 말하는 것은 여우가 우는 것이다. 무엇이 사자가 포효하는 것이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구구 팔십일이다.”

 

281.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매몰(埋沒)이라는 두 글자는 말이 필요치 않다.”

 대신 말씀하셨다.

 “스님의 자비를 깊이 받았습니다.”

 다시 말씀하셨다.

“내가 마련해 두었기 때문이다.”

 

282.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선재동자(善財童子)가 입문(入門)한 일을 이떻게 말하겠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아침에 나부산(羅浮山)에 놀러 갔었습니다.”

 

283.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호떡은 너희가 씹는대로 씹힌다. 그것을 떠나지 말고 한마디 해보라”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오늘은 새로 만든 국수로군요.”

 

284.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상을 주기도 하고 벌을 내리기도 하는 한마디를 해보라”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천한 신분을 만나면 귀해지고 날씨가 개이니 해가 나옵니다.”

 

285.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용은 물에 잠기고 스승은 물에 빠졌다. 어떻게 해야 나오며 무엇이 살리지 못할 방편[句]이겠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분별하기 어려울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286.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두드리고 부딪치는 한마디를 어떻게 던지겠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나귀는 탁(馲)을 낳고 백마(馬百 馬)는 나(騾)를 낳는다.”

 

287.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무어라고 해야 헤아림이 끊어진 경계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내년엔 다시 새로운 법령을 만들어 봄기운을 어지럽히면서 끝내 쉬지 못할 것입니다.”

 

288.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친소(親疏)를 분별할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친소의 부림을 받는가?”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뉘라서 내버려두겠습니까?”

 

289.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옛사람은 ‘깨쳤다면 길 가면서도 자유자재로 행[受用]하면 되겠지만 깨치지 못했다면 세제(世諦)를 퍼뜨린다 하니 완전하고 둥근 한마디를 던져 보라”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일전(一錢)에는 두 개, 이전(二錢)에는 세 개다.”

 

290.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한마디 해보라”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임금의 배필로는 부족합니다.”

 

291.

 여름 결제 끝에 어떤 스님에게 묻기를, “초가을 늦여름이다. 일상을 건드리지 말고 한마디 해보라” 하시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초순은 31일, 중순은 9일, 하순은 7일입니다.”

 

292.

 스님께서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온몸이 다 물이다. 누가 마시겠느냐?”

 대신 말씀하셨다.

 “스님께 웃음거리가 될 뻔하였습니다.”

 

293.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서로 사흘을 보지 못하면 지난날 보았다 하지 못한다. 무슨 말이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천(千)”

 

雲門匡眞禪師廣錄 卷中 끝

복주(福州) 고산(鼓山)에 주석하는 원각종연(圓覺宗演)이 교감(校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