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조주록趙州錄

[조주록 下] 1. 상 당 1.

쪽빛마루 2015. 6. 5. 18:31

조주록

 

1. 상 당(나머지 말)

 

 

1. 금부처는 용광로를 지나지 못한다.

 

 스님께서 상당하여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금부처는 용광로를 건너지 못하고, 나무부처는 불을 건너지 못하며, 진흙부처는 물을 건너지 못한다. 참부처는 안에 앉아 있다. 보리, 열반, 진여, 불성 등은 모두 몸에 걸치는 옷으로서 그 역시 번뇌라고도 이름한다. 문제삼지만 않으면 번뇌랄 것도 없는데 진실된 도리가 어디에 성립하겠는가. 한 마음이 나지만 않으면 만법은 허물이 없으니, 다만 이치를 궁구하면서 이삼십년 앉아 있으라. 그래도 알지 못하거든 내 머리를 베어 가라.

 꿈 같고 허깨비 같은 허공꽃을 무어라 애써 붙들려는가. 마음이 다르지 않으면 만법 또한 한결같으니 이미 밖으로부터 얻어지는 것이 아닌데 다시 무엇에 매이겠는가. 마치 양처럼 무엇이든 닥치는대로 입에 주워 넣어서 어쩌자는 것인가.

 내가 약산(藥山 : 745~828)스님을 뵈었을 때 말씀하시기를, 어떤 사람이 물어오면 다만 ‘개 아가리를 닥쳐라’ 하는 말로 가르치라고 하였다. 그러니 나 역시 말하리라. 개 아가리를 닥치라고. ‘나’라고 여기면 더럽고, ‘나’라고 여기지 않으면 깨끗하다. 그렇게 사냥개처럼 얻어 먹으려고만 해서야 불법을 어디서 찾겠느냐.

 천 사람이고 만 사람이고 모조리 부처 찾는 놈들뿐이니, 도인은 한 명도 찾을 수 없구나. 만약 부처님[空王]의 제자가 되려거든 마음을 병들게 하지 말아야 하니, 가장 고치기가 어렵다. 세계가 있기 전에도 이 성품은 있었고 세계가 무너질 때라도 이 성품은 무너지지 않으니, 나를 한 번 본 다음에도 딴 사람 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주인공일 따름이니, 이것을 다시 바깥에서 찾은들 무얼 하겠는가. 이런 때에 고개를 돌리지 말라. 곧 잃어버린다.”

 

 한 스님이 물었다.

 “누가 부처의 향상인(向上人)입니까?”

 “소 끌고 밭 가는 이일 뿐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다급한 일입니까?”

 “내가 그렇게 말한다면 너는 어찌하겠느냐?”

 “모르겠습니다.”

 “너에게 말해 주겠다. 급히 신발을 신고 물 위로 말을 달려 장안에 이르러도

신발 끝에는 물기도 없다.”

 

 한 스님이 물었다.

 “사방에서 산이 밀어닥쳐올[四山相逼]* 때는 어떻습니까?”

 “길 없는 곳이 바로 여기 조주다.”

 

 한 스님이 물었다.

 “옛 궁전에 왕이 없을 때는 어떻습니까?”

 스님께서는 기침을 한 번 하셨다.

 “그러시다면 신(臣)은 폐하께 아룁니다.”

 “도적이 몸을 들켰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은 연세가 얼마나 되셨습니까?”

 “염주 한 꿰미로도 다 셀 수 없다.”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서는 어느 분의 법을 이어받으셨습니까?”

 “종심(從諗)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바깥에서 갑자기 누가 ‘조주는 무슨 법문을 하더냐’고 물으면 무어라고 대답할까요?”

 “소금은 비싸고 쌀은 싸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너는 부처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출가입니까?”

 “어찌 나를 볼 수 있겠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

 “부처님과 조사가 서로 끊이지 않는 곳은 어떻습니까?”

 “누락됨이 없다.”

 

 한 스님이 물었다.

 “본래 근원에 대해서 가르쳐 주십시오.”

 “본래 근원은 병이 없다.”

 “일 다 마친 곳은 어떻습니까?”

 “다 마친 사람만이 안다.”

 “그러할 때는 어떻습니까?”

 “나에게 이름을 지어다오.”

 

 한 스님이 물었다.

 “순수하여 잡됨이 없을 때는 어떻습니까?”

 “매우 좋은 질문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고요하여 아무 할 것 없는 사람은 공(空)에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까?”

 “공에 떨어져 있다.”

 “결국에는 어떻게 됩니까?”

 “나귀도 되고 말도 된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상(床)다리이다.”

 “그게 바로 그 뜻입니까?”

 “그것이라면 빼 가지고 가거라.”

 

 한 스님이 물었다.

 “아주 깨끗하여 티끌 한 점도 없을 때는 어떻습니까?”

 “여기 나는 고용살이하는 놈은 두지 않는다.”

 

 한 스님이 물었다.

 “봉황이 날아도 다다르지 못할 때는 어떻습니까?”

 “어디로부터 날아오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

 “실제 이치의 지위에서 한 티끌도 받아들이지 않을 때는 어떻습니까?”

 “모든 것이 다 그 속에 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한마디[一句]입니까?”

 스님께서 “응!”하고 대답을 하자, 그 스님은 다시 물으니 나는 귀머거리가 아니다.”라고 하셨다.

 

 한 스님이 물었다.

 “갓난아기도 6식(六識)을 갖추었습니까?”

 “급한 물살에서 공을 친다.”

 

 한 스님이 물었다.

 “온갖 것이 다가올 때는 어찌합니까?”

 “나와는 백 걸음이나 떨어져 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스님의 가풍입니까?”

 “나는 어려서 출가한 뒤 고행을 하여 살림살이는 팽개쳐버렸다.”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서는 4구(四句)를 여의고서 말씀해 주십시오.”

 “나는 항상 그 속에 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명의인 편작(扁鵲)에게는 무엇 때문에 병이 있습니까?”

 “명의인 편작도 침상과 베개를 여의지 않는다.”

 다시 말씀하셨다.

 “한 방울의 감로수로 대천 세계를 널리 적셔 준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넓은 땅 위의 흰 소입니까?”

 “이 놈의 짐승아!”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대인의 모습입니까?”

 스님께서는 곁눈질로 그를 보자 그 스님이 말하였다.

 “아직도 계단이 가로놓여서 종종걸음으로 다가가야 하겠습니다.”

 “내게는 그런 한가로운 놈을 가까이할 만한 공부가 없다.”

 

 한 스님이 물었다.

 “한 생각 마음이 일기만 하면 인천(人天)에 떨어지고, 곧장 한 생각 마음이 없어진다 해도 그 권속에 떨어질 때는 어떻습니까?”

 “나뿐만 아니라 역량있는 선지식이라도 너에게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한 비구니가 물었다.

 “무엇이든 했다 하면 모두가 찌꺼기에 떨어지고 맙니다. 스님께서는 아무 것도 하지 말고 대답해 주십시오.”

 스님께서는 비구니를 꾸짖으며 말씀하셨다.

 “물을 가져 와서 솥에 더 붓고 끓여라.”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반야바라밀입니까?”

 “마하반야바라밀!”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사람을 무는 사자입니까?”

 “귀의불, 귀의법, 귀의승! 나를 물지 말라!”

 

 한 스님이 물었다.

 “말을 떠나서 스님께서는 말씀해 주십시오.”

 스님께서는 기침을 하셨다.

 

 한 스님이 물었다.

 “어떻게 해야 옛사람을 비방치 않고 은혜를 저버리지 않겠습니까?”

 “그대는 어떤가?”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한마디입니까?”

 “무어라 하였느냐?”

 “무엇이 한마디입니까?”

 “두 마디가 되었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오로지 부처님 한 분만이 선지식이라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마구니의 말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보리(菩提)입니까?”

 “이것은 천제(闡提)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대인의 모습입니까?”

 “훌륭한 후손이로다.”

 

 한 스님이 물었다.

 “고요하고도 고요하여 아무 붙들 곳도 없을 때는 어떻습니까?”

 “나는 그대 등 뒤에 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가람입니까?”

 “따로 더 무엇이 있느냐?”

 “누가 가람 속에 있는 사람입니까?”

 “나와 그대다.”

 

 한 스님이 물었다.

 “두 용이 구슬을 서로 다툴 때, 누가 얻은 자입니까?”

 “나는 그저 보고 있을 따름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어떤 사람이 인과를 떠난 사람입니까?”

 “그대가 묻지 않았다면 나도 참으로 모를 뻔했다.”

 

 한 스님이 물었다.

 “여러 장님들이 코끼리를 만져보고 제각기 다르게 말하는데, 무엇이 진짜 코끼리입니까?”

 “가짜 코끼리는 없으나 알지 못한 것은 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첫마디입니까?”

 스님께서 기침을 하였다.

 “바로 그것입니까?”

 “나는 기침도 못하겠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큰 바다는 모든 강물들을 받아들입니까?”

 “큰 바다는 ‘나는 모른다’고 말한다."

 “어째서 모릅니까?”

 “나는 모든 강물을 받아들인다고 결코 말하지 않는다.”

 

 한 스님이 물었다.

 “누가 비로자나 부처님의 스승입니까?”

 “비로자나불, 비로자나불!”

 

 한 스님이 물었다.

 “모든 부처님에게도 스승이 있습니까?”

 “있다.”

 “누가 모든 부처님의 스승이십니까?”

 “아미타불, 아미타불!”

 

 한 스님이 물었다.

 “누가 학인의 스승이십니까?”

 “구름은 산에서 나오려는 기세나 물은 골짜기로 흘러들어가는 소리가 없다.”

 “그걸 물은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네가 스승을 인정치 않는 것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제방에서는 모두가 입으로 말을 하는데 스님께서는 어떻게 사람을 지도하십니까?”

 스님께서는 발꿈치로 화로를 툭 쳐 보였다.

 “바로 그것입니까?”

 “마침 내 발꿈치를 알았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큰 길을 가지 않을 때는 어떻습니까?”

 “이 소금 암거래하는 놈아!”

 “그럼, 큰 길을 갈 때는 어떻습니까?”

 “내 신분증[公驗]을 돌려다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본래의 몸입니까?”

 “나를 알게 된 뒤에도 다만 이 놈일 뿐, 다른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면 스님과는 한 생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비단 금생뿐만 아니라 천생만생토록 나를 알지 못할 것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동쪽 벽에다 호로병을 걸어 둔 지 언제더냐?”

 

 한 스님이 물었다.

 “모나거나 둥글지 않을 때는 어떻습니까?”

 “모나지도 않고 둥글지도 않다.”

 “그럴 때는 어떻습니까?”

 “모나고 둥글다.”

 

 한 스님이 물었다.

 “도인끼리 만났을 때는 어떻습니까?”

 “옻그릇을 내놓는다.”

 “이치[諦]는 어찌해 볼 수 없습니까?”

 “이치가 없지는 않지만 볼 수는 없다.”

 “결국은 어떻습니까?”

 “이치를 잃는다.”

 

 한 스님이 물었다.

 “가도 도달하지 못하고 물어도 도달하지 못할 때는 어떻습니까?”

 “도달하고 도달하지 못함을 도인은 침 뱉듯이 본다.”

 “그 가운데 일은 어떻습니까?”

 스님께서는 땅에다 침을 뱉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그대가 조사의 뜻이라 부르지만 않았다면 오히려 그런 건 있지도 않았다.”

 “본래의 것이란 무엇입니까?”

 “너와 나의 눈이 마주 보는 것 말고, 다른[第二] 주인공이란 없다.”

 

 한 스님이 물었다.

 “모양과 위의(威儀)를 갖추지 않고도 알 수 있습니까?”

 “바로 지금은 알겠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

 “전혀 부끄러움이 없는 이는 어떤 사람입니까?”

 “모두 다 불가사의함을 갖추었다.”

 

 한 스님이 물었다.

 “저는 남방에 가서 불법을 좀 배우고자 하는데, 어떻습니까?”

 “남방에 가거든 부처가 있는 곳은 급히 달아나고 부처 없는 곳에도 머물지 말라.”

 “그렇다면 저는 의지할 데가 없습니다.”

 “버들개지 버들개지로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긴급한 곳입니까?”

 “한 번 묻고 한 번 대답하는 것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세 치 혀를 빌리지 않고 금시(今時)에 의지할 수 있습니까?”

 “내가 너에게 맞게 이야기해 주었는데, 너는 어떻게 이해하겠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스님의 가풍입니까?”

 “망망한 우주에 사람 수를 헤아릴 수 없다.”

 “스님께서는 대답하지 마십시오.”

 “나는 그래야 마땅하다.”

 

 한 스님이 물었다.

 “두 용이 구슬을 다투는데 누가 차지한 자입니까?”

 “잃은 자라도 손해 본 바가 없고, 얻은 자라도 쓸 곳이 없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대인의 모습입니까?”

 “이게 뭐냐?”

 

 한 거사가 가사를 바치며 물었다.

 “이런 옷을 입으면 옛사람을 저버리는 것이 아닙니까?”

 스님께서는 불자를 내던지며 말씀하셨다.

 “예냐, 지금이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사문의 행동입니까?”

 “손은 펴고 다리는 펴지 않는다.”

 

 한 스님이 물었다.

 “우두(牛頭)스님이 사조(四祖)를 뵙지 않았을 때는 어땠습니까?”

 “땔나무도 많고 물도 많았다.”

 “뵈온 다음은 어땠습니까?”

 “땔나무도 많고 물도 많았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저 자신입니까?”

 “죽은 먹었느냐?”

 “먹었습니다.”

 “발우를 씻어라.”

 

 한 스님이 물었다.

 “누가 비로자나불의 스승입니까?”

 “흰 낙타가 왔느냐?”

 “왔습니다.”

 “끌고 가서 풀을 먹여라.”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스승이 필요없는 지혜입니까?”

 “나는 그대를 가르친 적이 없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가깝고도 절실한 한마디입니까?”

 “말에 떨어졌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입을 빌리지 않고도 문답할 수 있습니까?”

 “바로 이 때다.”

 “스님께서는 문답해 주십시오.”

 “나는 일찍이 꺼내보지 않았다.”

 

 한 스님이 물었다.

 “이조(二祖)께서 팔을 끊은 것은 응당 무슨 일을 위한 것입니까?”

 “분골쇄신한 것이다.”

 “누구에게 공양 올립니까?”

 “오는 이에게 공양한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변신보살(無邊身菩薩)은 어찌하여 여래의 정수리를 보지 못합니까?”

 “너는 스님이 아니냐.”

 

 한 스님이 물었다.

 “낮은 햇빛이요 밤은 불빛인데, 신령스런 빛은 무엇입니까?”

 “햇빛과 불빛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꼭 맞게 질문한 곳입니까?”

 “틀렸다.”

 “무엇이 묻지 않는 곳입니까?”

 “앞 구절에서 알도록 하라.”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대인의 모습입니까?”

 스님께서는 손으로 얼굴을 만지더니 차수하고 자세를 가다듬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함이 없는 것입니까?”

 “이것은 함이 있는 것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외양간에서 소를 잃었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학인이 먼 길을 왔으니 스님께서는 가르쳐 주소서.”

 “문 안에 들어오자마자 얼굴에다 침을 탁 뱉어 줄 걸 그랬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바로 들어가는 한 길입니까?”

 “회남(進南)에서 배가 왔느냐?”

 “모르겠습니다.”

 “야아! 왔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잣나무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있다.”

 “언제 성불합니까?”

 “허공이 땅에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라.”

 “허공은 언제 땅에 떨어집니까?”

 “잣나무가 성불할 때가지 기다려라.”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무엇 때문에 절 안에서 내 욕을 하느냐?”

 “저에게 무슨 허물이 있습니까?”

 “나는 절 안에서 그대를 욕할 수 없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앞이발에 털이 났다[板齒生毛].”

 

 한 스님이 물었다.

 “가난한 자가 왔습니다. 스님께서는 무엇을 갖다 드려야 할까요?”

 “가난하지 않다.”

 “스님께 구걸하는 걸 어찌하시겠습니까?”

 “다만 가난을 지킬 뿐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변신보살은 무엇 때문에 여래의 정수리를 보지 못합니까?”

 “엷은 비단을 대고 보는 것과 같다.”

 

 한 스님이 물었다.

 “하늘 무리들의 감로수는 어떤 사람이 마십니까?”

 “그대가 갖다 주어서 고맙다.”

 

 한 스님이 물었다.

 “하늘과 땅을 초월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그런 사람이 있거든 곧 와서 알려다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가람입니까?”

 “절 문과 법당이다.”

 “무엇이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는 것입니까?”

 “본시 나는 것이 아니니 지금이라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누가 조주의 주인공입니까?”

 “대왕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급한 일인지 스님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오줌 누는 것이 작은 일이긴 하나 내가 몸소 가야만 되는 일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장육크기의 부처님 몸[丈六金身]입니까?”

 “겨드랑이에 옷깃을 달아라.”

 “저는 모르겠습니다.”

 “모르겠거든 다른 사람에게 재단해 달라고 하여라.”

 

 한 스님이 물었다.

 “제게 의심이 있을 때는 어찌합니까?”

 “큰 일이냐, 작은 일이냐?”

 “큰 일입니다.”

 “큰 일이라면 동북쪽에서 보고, 작은 일이라면 승당 뒤에서 보라.”

 

 한 스님이 물었다.

 “어떤 이가 부처의 향상인(向上人)입니까?”

 스님께서는 선상을 내려와 그의 얼굴을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말씀하셨다.

 “이 놈이 이만큼 크니 세 토막으로 내도 되겠다. 무슨 향상과 향하를 묻느냐?”

 

 한 비구니가 물었다.

 “무엇이 가장 비밀한 뜻입니까?”

 스님께서는 손으로 그녀를 꼬집으니 비구니가 말하였다.

 “스님께서도 이런 것이 있으시군요.”

 “네가 이런 것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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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4고(四苦 : 生 · 老 · 病 · 死)와 같은 곤란이 한꺼번에 닥쳐오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