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록 下] 1. 상 당 6.
6.경전의 뜻과 조사의 뜻
스님께서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남방의 총림으로 가고, 여기에는 있지 말라.”
그러자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의 이 곳은 어떤 곳입니까?”
“나의 이 곳은 땔나무 숲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어떤 이가 비로자나불의 스승입니까?”
“성품이 그 제자이다.”
“근본으로 돌아가서 종지를 얻는 때는 어떻습니까?”
“몹시 바쁜 놈이로구나.”
“안녕하십니까?”
“그 인사는 어디서 났느냐?”
유상공(劉相公)이 절에 들어와 스님께서 땅을 쓸고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
“대선지식께서 무엇 때문에 티끌을 쓸어내십니까?”
“밖에서 들어왔어.”
한 스님이 물었다.
“날카로운 칼이 칼집에서 나올 때는 어떻습니까?”
“새까맣다.”
“바로 물었을 때는 어떻게 흰 칼을 알아봅니까?”
“그런 쓸데없는 공부는 없다.”
“사람 앞에서 차수하고 있는데, 어찌하시겠습니까?”
“언젠가 그대가 차수하는 것을 보았었지.”
“차수하지 않을 때는 어떻습니까?”
“누가 차수하지 않은 자이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사문이 힘을 얻은 곳입니까?”
“그대가 힘을 얻지 못하는 곳이 어디냐?”
“무엇이 스님께서 학인에게 보여주시는 법입니까?”
“눈앞에 학인이 없다.”
“그렇다면 세간에 출현하지 않으신 것입니다.”
그러자 스님께서는 “몸조심하라” 하고 작별인사를 하셨다.
한 스님이 물었다.
“조사의 뜻과 경전의 뜻이 같습니까, 다릅니까?”
스님께서 주먹을 쥐고 머리 위에 얹으니 그 스님이 말하였다.
“스님께서도 그런 것이 있으셨군요.”
스님께서 모자를 벗으면서 말씀하셨다.
“말해 보아라. 내가 무얼 가졌느냐?”
“마음이 멈추지도 않고 머물지도 않을 때는 어떻습니까?”
“살아 있는 이것이 바로 심식의 부림을 받는다.”
“어떻게 해야 심식의 부림을 받지 않습니까?”
스님께서는 고개를 떨구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도는 어디서 생겼습니까?”
“이것은 생긴 것이지만 도는 생기고 없어지는 데에 속하지 않는다.”
“원래 그런 것입니까?”
“이것은 원래 그런 것이지만 도는 그렇지 않다.”
한 스님이 물었다.
“조사의 뜻과 경전의 뜻이 같습니까, 다릅니까?”
“조사의 뜻을 알면 바로 경전의 뜻을 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이류 가운데 행함[異類中行]입니까?”
“옴 부림, 옴 부림!”
한 스님이 물었다.
“높고 험하여 오르기 힘들 때는 어떻습니까?”
“나는 스스로 꼭대기에 살고 있다.”
“조계로 가는 길이 가파른 걸 어찌합니까?”
“조계로 가는 길은 험하다.”
“지금은 무엇 때문에 도달하지 못합니까?”
“그 길이 높고 험하기 때문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보배 달이 공중에 떠 있는 것입니까?”
“나는 귀를 막아버렸다.”
한 스님이 물었다.
“털끝만한 차이라도 있을 때는 어떻습니까?”
“거칠다.”
“기연에 응할 때는 어떻습니까?”
“굽힌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사문의 행입니까?”
스님께서는 손을 펴서 옷을 털었다.
한 스님이 물었다.
“조사와 부처의 생명이 끊어지지 않은 곳은 어떻습니까?”
“아무도 모른다.”
한 스님이 물었다.
“방편[權機]을 무어라고 부릅니까?”
“방편이라고 부르지.”
한 스님이 물었다.
“저는 요즘에서야 총림에 들어와서 잘 모르오니 스님께서 가르쳐 주십시오.”
“총림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더욱 모르겠지.”
한 스님이 물었다.
“옛부터 큰스님들은 무엇으로 사람을 가르치셨습니까?”
“그대가 묻지 않았더라면 나는 옛 큰스님이 있는 줄도 모를 뻔했다.”
“스님께서는 가르쳐 주소서.”
“나는 옛 큰스님이 아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부처 꽃이 피어나지 않았을 때는 어떻게 진실을 알 수 있습니까?”
“이것은 참되고 실답다.”
“그런 일은 어떤 사람에게 해당됩니까?”
“나도 해당되고 그대도 해당된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그대는 어떤 사람이냐?”
“길을 곧바로 질러갈 때는 어떻습니까?”
“곧바로 질러가라.”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현(玄)가운데서 현을 끊지 않음입니까?”
“그대가 나에게 묻는 이것이 현을 끊지 않음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부처 꽃이 피어나지 않았을 때는 어떻게 진실을 알 수 있습니까?”
“이미 피어났다.”
“참됩니까, 실답습니까?”
“참되면 실답고, 실다우면 참되다.”
한 스님이 물었다.
“4은(四恩)과 3유(三有)에 보답치 않은 자도 있습니까?”
“있다.”
“누구입니까?”
“이 배은망덕한 놈아!”
한 스님이 물었다.
“가난한 사람이 오면 그에게 무얼 주시겠습니까?”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
한 스님이 물었다.
“조주의 진짜 주인은 누구십니까?”
“나는 종심(從諗)이다.”
어떤 노파가 물었다.
“저는 다섯 가지 장애를 가진 몸이라는데 어떻게 면할 수 있습니까?”
“모든 사람은 천상에 나기를 바라고 할멈은 길이 고통 바다에 빠지기를 바라노라!”
한 스님이 물었다.
“밝은 달이 하늘에 떠 있을 때는 어떻습니까?”
“아직 계단 아래 있는 놈이구나.”
“스님께서 계단 위로 이끌어 주십시오.”
“달이 지거든 만나러 오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