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설봉록雪峰錄

2. 상당법어(上堂法語) 10~11.

쪽빛마루 2015. 6. 10. 21:14

10.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 저 동쪽을 좀 보아라! , 저 서쪽을 좀 보아라! 너희들은 알고자 하는가."

 주장자를 집어던지며 "이곳에서 알아야 한다" 라고 하셨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제 자신입니까?"

 "너의 콧구멍을 들이받아라!"

 그 스님이 운문스님께 이야기 하자 운문스님이 말하였다.

 

들자마자 본 척도 안한다 해도 틀리는데

헤아리고 사량한다면 어느 겁에 깨달으리.

擧不顧卽差互  擬思量何劫悟

 

 한 스님이 말하기를 "제가 묻고자 하니 스님께서 대답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하자 스님께서 "좋다!" 하셨다.

 

 한 스님이 스님께 드릴 사리장치[龕 : 죽은 뒤 사리를 모셔두는 집모양의 함]를 만들어 놓고 "스님 사리장치가 완성되었습니다" 하자 스님께서 "메고 와서 큰 방 앞에 갖다 놓아라" 하셨다.

 스님께서 사리장치를 보시고는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제 1 구[第一句]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것을 그냥 보관해두겠다."

 대중들이 대답이 없자 다시 한 번 물어 보았다. 이때 한 스님이 앞으로 나서며 말하기를, "제가 스님에게 자문을 구하고자 합니다."라고 하다가 스님에게서 일갈대성을 들었다. 스님께서는 "똥 끓는 소리 말아라" 하고는 사리장치를 갖다가 태워버리셨다.

 스님께서 용천(湧泉)스님을 방문하셨다. 용천스님이 전송하러 산문까지 나왔는데 스님께서는 가마 안에 들어가 앉으니 용천스님이 말하기를, "이것은 네 사람이 메는 것이나 저것은 몇 사람이 메는 것인가?"라고 하니 스님께서 몸을 일으키면서 뭐라고 했는가?" 하셨다. 용천스님이 다시 한 번 이야기하자 스님께서는 "가자, ! 저 사람은 모른다" 하셨다.

 이에 용천스님이 말하였다.

 "알기는 알지만 말은 할 수가 없습니다."

 

 한 스님이 물었다.

 "얼굴을 때리며 올 때는 어찌합니까?"

 "얼굴을 때리며 오는 것이 무엇이냐?"

 

 한 스님이 물었다.

 "개는 무슨 죄를 지었기에 저 모양이 되었습니까?"

 "쇠를 두들겨서 자물쇠를 만들어 입을 채웠으면 좋겠다."

 

 하루는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불자를 들어보였는데 그 스님이 떠나버렸다.

 장경스님이 천주(泉州)의 왕연빈(王延彬)이란 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말하였다.

 "이 스님을 불러 세워서 따끔한 몽둥이맛을 보게 했어야 옳을 걸 그랬습니다."

 "스님께서는 무슨 심보이십니까?"

 "하마터면 놓칠 뻔 했소!"

 

11.

 상당하여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곳에 있으면서 말 많은 경지를 얻으려 해서는 안된다. 너희들도 이 하나[一下子]가 좋은 줄을 알겠지만 그것을 알 만한 사람을 만나기란 매우 어렵다.

 이제 잠시 너희들과 따져 볼 일은 자기에 관한 한 가지 일뿐이다. 이것은 마치 맑은 하늘에 뜬 해처럼 분명한데 멀어지기만 하는구나. 진여법 아닌 곳이 어디있길래

사람을 괴롭히며 퇴굴하게 만드는 줄을 알지 못하는가.

 내가 형편이 부득이해서 방편으로 너희들에게 '바로 이곳이 진리다'라고 말하는 것인데, 너희들은 그런 줄을 알지 못하니 이를 어떻게 하겠나. 나는 너희들이 깨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너희들에게 그 자리에서 알아차려야 한다고 가르쳤는데, 그렇게 말한 것도 이미 너희들 머리 위에 똥을 싸 놓은 일이다. 너희들에게 누를 끼치는 것이 이와 같으니 자! 이제 그만 두자."

 

 하루는 스님께서 현사(玄沙)스님을 불러서 말씀하셨다.

 "비두타(현사 사비스님은 널리 두타행을 함)는 어째서 두루 법을 물으러 다니지 않는가?"

 사비 스님이 "달마스님은 동토에 오지 않았고 이조(二祖)는 서천에 가지 않았습니다" 라고 하니 스님께서는 "그렇구나!" 하셨다.

 하루는 남제(南際)장로가 스님의 처소를 찾아와 묻기를, "상대할 사람이 없으니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없겠소?"라고 하자 스님께서는 현사스님을 지목하며 그곳에 가 보라고 하였다.

 현사스님은 남제장로가 오는 것을 보고 물었다.

 "장로님! 옛사람이 말씀하시기를 '이 일은 오직 나 혼자만이 알 수 있다' 라고 하셨는데 장로님은 이 말씀을 어떻게 이해하십니까?"

 "알고자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에 현사스님이 말하였다.

 "산꼭대기에 사는 늙은이가 숱하게 생고생을 해서 무얼 하려는가?"

 

 스님께서는 스님들의 얼굴 앞에 손을 폈다가 주먹을 쥐면서 말씀하셨다.

 "온 하늘과 땅에 범부든 성인이든 남자든 여자든 스님이든 속인이든 산하대지 모두가 이 주먹 안에 있다."

 

 하루는 민 땅의 왕이 스님에게 묻기를 "전각(殿閣) 한 채에 지붕을 이어주고 싶은데 어떻습니까?"라고 하자 스님께서 "대왕께서는 공왕전(空王殿) 한 채에 지붕을 이어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셨다.

 왕이 "스님께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본보기를 보여 주십시오"라고 하자 스님께서는 두 손을 펴 보였다.

 이에 대해 운문스님은 "한 번에 마흔 아홉 개를 드는구나"라고 하였다.

 

 한 스님이 물었다.

 "불볕 더위가 닥쳐오는데 어떻게 견디면 됩니까?"

 "분수에 따라 자족해야지 바깥 것을 구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