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마루 2015. 6. 10. 21:36

30.

 하루는 스님께서 대중들과 물가에 서 계셨다. 그때 마침 까만 거북이 한 마리가 강 언덕 위에 나와 있는 것을 보고 스님께서 손가락으로 그 거북이를 가리키자 거북이가 물 속으로 들어갔다. 이에 스님께서도 곧 선원으로 돌아오셨다.

 

31.

 위산스님이 상당하여 한참을 잠자코 계시자 한 스님이 말하였다.

 “스님께서는 대중을 위해 불법을 설해 주십시오,”

 그러자 위산스님이 말씀하셨다.

 “나는 그대들을 위하느라 되게 고생만 했다.”

 그 스님이 이 이야기를 스님께 말씀드렸더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예전에 사람에게는 그러한 노파심이 있었다.”

 그 스님이 같은 이야기를 현사스님에게 하였더니 현사스님이 말하였다.

 “주지 노스님이 예전 일에다 발을 헛디뎌 넘어졌구나.”

 이에 스님께서 현사스님에게 물으셨다.

 “어디가 내가 예전 사람의 일에다 발을 헛디뎌 넘어진 곳이냐?”

 “못난 위산스님! 그 중의 한 마디 질문에 온갖 잡동사니가 산산히 부서져버렸습니다.”

 

32.

 하루는 스님께서 대광사(大光寺)에서 온 스님에게 물으셨다.

 “무엇이 큰 빛[大光]인가?”

 “제가 대답할 때를 보십시오,”

 “이 당나귀, 말이나 따라다니는 놈아! 무엇이 큰 빛인가?”

 그 스님이 대답을 못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도 잠시 죽은 말이나 고치는 의원이 되었었구나! 한 입에 하늘과 땅을 몽땅 삼켜버렸으니....”

 

33.

 운문 문언(雲門文偃)스님이 목주 도명(睦州道明)스님을 찾아 뵙고 종지를 깨친 다음 진조 시랑(陳操侍郞)의 집에 가서 3년을 보내고 다시 돌아와 목주스님을 뵈오니 스님이 말하였다.

 “남방에 가면 설봉스님이란 분이 있는데 그대는 그곳에 가서 종지를 받지 그러느냐?”

 이에 운문스님은 설봉산을 찾아갔다. 마침 농막에서 북쪽으로 가는 한 스님을 만나 그 스님에게 물었다.

 “스님은 오늘 설봉산에 오르려고 합니까?”

 그 스님이 그렇다고 하자 운문스님이 말하였다.

 “내가 스님에게 한 가지 부탁할 일[因緣]이 있습니다. 이 말을 주지 노스님에게 물어보되 다른 사람이 부탁한 말이라고 해서는 안됩니다.”

 그 스님이 좋다고 승낙하자 운문스님이 말하였다.

 “스님이 산문 안에 가서 큰스님이 상당하여 대중이 모이는 것을 보거든 팔을 잡아 붙들어 세워놓고 이 늙은이야! 목에 쓴 칼(형틀)을 왜 벗어버리지 못하느냐?’라고 하십시오.”

 그 스님이 가서 운문스님이 시킨 그대로 하였다. 스님께서 그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당장 법좌에서 내려와 그 스님의 가슴을 움켜잡고 빨리 말해라, 빨리 말해!” 하고 소리치셨다. 그 스님이 대답이 없자 스님께서는 그를 탁 놔주며 말씀하시기를, 이제 한 말은 너의 말이 아니지?” 하자 그 스님이 제 말입니다하였다.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시자야! 오랏줄과 몽둥이를 가져 오너라!” 하자 그 스님이 말하였다.

 “그 말은 제 말이 아니고 농막에서 절() 땅 스님을 한 분 만났는데 그 스님이 저에게 여기 와서 그렇게 하라고 시킨 것입니다.”

 이에 스님께서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농막에 가서 5백명의 선지식을 모셔 오너라!”

 다음날 운문스님이 산에 오르자 스님께서 보자마자 말씀하셨다.

 “무슨 인연으로 그러한 경지를 얻었는가?”

 운문스님은 고개를 숙였고, 이 일로 기연이 맞았다.

 

34.

 한 스님이 물었다.

 “옛 개울의 차가운 샘물[古澗寒泉]은 어떻습니까?”

 “눈을 부릅뜨고 보아도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그 물을 마시는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입으로 들이마시지 않는다.”

 그 스님이 조주스님을 찾아가 이 일을 말씀드리니 조주스님이 말씀하셨다.

 “콧구멍으로 들이마셔도 안된다.”

 이에 그 스님이 조주스님께 물었다.

 “옛 개울의 차가운 샘물은 어떻습니까?”

 “맛이 쓰다.”

 “그 물을 마시는 사람은 어떻게 됩니까?”

 “죽는다.”

 스님께서 이 말을 듣고 조주스님은 옛 부처님이시다!” 하고는 이때부터 물음에 대답하지 않으셨다.

 

35.

 하루는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세계가 한 자() 넓어지면 옛 거울[古鏡]도 한 자 넓어지고, 세계가 한 발() 넓어지면 옛 거울도 한 발 넓어진다.”

 이때 현사스님이 모시고 섰다가 화로를 가리키며 말하였다.

 “이것은 얼마나 넓습니까?”

 “옛 거울만하지.”

 “노스님은 아직도 발꿈치가 땅에 닿지 않는 점이 있습니다.”

 “내가 주지살이하는 일이 번거로워서 그렇다.”

 

36.

 하루는 현사스님이 한 스님을 보내서 스님께 편지를 전했는데, 편지를 받아 봉투를 열어 보니 백지뿐이었다. 이에 스님께서 그 스님에게 물으셨다.

 “알겠느냐?”

 “모르겠습니다.”

 “옛 말을 듣지 못하였느냐? 군자는 천리 밖에서도 그 풍모가 같다고 하지 않더냐?”

 그 스님이 돌아가서 현사스님에게 전했더니 현사스님이 말하였다.

 “주지 노스님이 발을 헛디뎌 미끄러진 줄도 모르는구나!”

 이에 그 스님이 스님은 어떻게 말씀하시겠습니까?” 라고 물으니 현사스님은 초봄에는 아직도 날씨가 춥다라고 하였다.

 

37.

 경청스님이 처음 스님을 찾아뵈었을 때 스님께서 물으셨다.

 “그대는 어디 사람이냐?”

 “감히 온주(溫州)사람이라고 말하지도 못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일숙각(一宿覺 : 永嘉玄覺禪師의 別名)의 고향사람이 아니냐.”

 “말씀해 보십시오. 일숙각은 어디 사람입니까?”

 “너에게 몽둥이 20대를 때려야겠다.”

 

38.

 하루는 스님께서 옛스님들의 인연을 보다가 빛과 경계를 모두 잊어버렸는데

그렇다면 이것은 무슨 물건인가[光境俱忘復是何物]?”라는 대목에 이르러 경청스님에게 물으셨다.

 “이 말에서는 어디에 착안해야 되겠느냐?”

 “스님께서 저의 허물을 용서하신다면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그대의 허물을 용서하겠다, 어떻게 말하겠느냐?”

 “저도 스님의 허물을 용서하겠습니다.”

 

39.

 삼성 혜연(三聖慧然)스님이 물었다.

 “그물을 뚫고 나온 금비늘 잉어는 무엇을 먹고 삽니까?”

 “그대가 그물을 뚫고 나온다면 그때 가서 말해 주겠다.”

 “15백명을 거느리는 선지식께서 말귀도 못 알아들으십니까?”

 “내가 주지살이하는 일이 번거로워서 그렇다.”

 

40.

 스님께서는 어떤 스님이든 찾아오기만 하면 나무공 세 개를 굴려서 그들에게 법을 보이셨다.

 

41.

 암두스님이 악주(鄂州) 나루터에서 배로 사람들에게 강을 건네주고 있을 때였다. 설봉산으로 가는 한 스님을 만나 그에게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하였다.

 “나는 요사이 서푼[三文]으로 거무튀튀한 노파 하나를 사서 날마다 새우도 잡고 조개도 주우며 그럭저럭 세월을 보내고 있다.”

 이 말을 들은 스님께서는 곧 선상에서 내려와서 이 궁한 귀신아, 궁한 귀신아! 말해 보아라! 나는 유쾌해서 못 견디겠다라고 하셨다.

 

42.

 왕대왕(王大王)이 신안국사(神晏國師)에게 고산사(鼓山寺)의 주지를 맡아 달라고 청하였다. 이때 온갖 놀이가 벌어져 그들은 늦게야 산에서 나오게 되었다. 스님께서는 부상좌(孚上座)와 신안국사를 산문 밖까지 전송하고 법당으로 돌아와서 부상좌에게 말씀하셨다.

 “성인의 화살 한 발을 쏘아 구중궁궐에 들어가게 할 것이다.”

 부상좌가 말하였다.

 “스님께서 그를 인정하기에는 아직 모자라는 점이 남아있습니다.”

 “그는 철저히 깨친 사람이다.”

 그러자 부상좌가 만약 저의 말을 믿지 못하신다면 제가 그를 간파하고 올 때까지 기다리십시오하고는 짚신을 갈아 신고 5리 가량을 달려가 가마 안에 있던 신안국사를 붙들고 말하였다.

 “스님은 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구중궁궐로 가는 길이오.”

 “가다가 갑자기 3군이 스님을 포위하고 몰려들 때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곳에는 자연히 하늘로 통하는 길이 있기 마련이오.”

 “그렇게 되면 궁궐이고 뭐고 다 잃고 말 것이오.”

 “어디에 간들 존경받지 않겠나.”

 부상좌가 법당으로 되돌아와서 스님께 말씀드리자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그의 말도 역시 보는 곳이 있다라고 하자 부상좌가 말하였다.

 “이 늙은이가 아직 발꿈치가 땅에 닿지 않았구나!”

 

43.

 하루는 스님께서 삼성(三聖)스님과 길을 가다가 원숭이들을 보고 말씀하셨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옛 거울[古鏡]이 하나씩 있는데 이 원숭이들도 역시 옛 거울이 하나씩 있구나!”

 그러자 삼성스님이 말하였다.

 “오랜 겁이 지나도록 이름이 없었는데 어떻게 옛 거울이라고 드러낼 수 있습니까?”

 “흠집이 생겼구나.”

 이에 삼성스님이 악! 하고 할을 하고는 이 늙은이가 말귀도 못 알아듣는 구나하자 스님께서는 내가 주지살이하는 일이 번거로워서......”라고 하셨다.

 

44.

 하루는 스님께서 대중 운력을 하던 차에 몸소 한 단의 등덩굴을 걸머지고 오다가

길에서 한 스님을 만나자 그것을 냅다 땅에 팽개쳐버렸다. 이때 그 스님이 덩굴다발을 주워올리려 하자 스님께서 발로 그 스님을 짓밟아 넘어뜨렸다. 절에 돌아와 장생스님에게 말해주면서 나는 오늘 그 중을 밟아버렸더니 마음이 통쾌하다

라고 하자 장생스님이 스님께서도 그 스님과 교대로 열반당(涅槃堂 : 절에서 환자들이 쉬는 곳)에 들어가야 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스님께서는 곧 가버렸다.

 

45.

 한 스님이 찾아와서 인사를 드리자 스님께서 몽둥이 다섯 대를 때려 주었다. 그 스님이 제게 무슨 허물이 있습니까?” 하자 스님께서는 다섯 대를 더 때려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