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법 어 75~83.
75.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밥통 옆에서 굶어 죽는 사람과 물가에서 목말라 죽는 놈이다.”
그러자 현사스님은 “밥통 속에 앉아서 굶어죽는 사람들, 물 속에 머리를 쳐박고도 목말라 죽는 사람입니다” 하였고, 운문스님은 “온몸이 밥이며 온몸이 물이다”라고 하였다.
76.
한 스님이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라고 묻자 스님께서는 “잠꼬대는 해서 무엇을 하려느냐?”라고 하셨다.
77.
스님께서 행각할 때, 오석 영관(烏石靈觀)스님을 찾아가서 막 문을 두드리자 오석스님이 물으셨다.
“누구냐?”
“봉황의 새끼입니다.”
“무엇하러 왔느냐?”
“늙은 영관스님을 잡아먹으려고 왔습니다.”
그러자 오석스님께서 문을 열고 스님의 멱살을 잡으며 “말해라, 말해!” 하니 스님께서 무어라 하려는데 오석스님이 스님을 탁 밀어붙이고 다시 문을 닫아버렸다.
그 후 스님께서 절에 주지하게 된 다음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그때 만약 오석스님의 문 안에 들어갔다면 술찌꺼기나 씹어 먹는 네 놈들은 어디 가서 도를 더듬어보았겠느냐?”
78.
스님께서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온누리가 하나의 해탈문이라 손을 잡고 끌고 와도 들어오려 하지 않는다.”
이때 한 스님이 앞으로 나서며 “스님께서는 이상하게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하였고, 또 한 스님은 “그 안에 들어가서 무엇을 하겠습니까?”라고 하자 스님께서는 그들을 때렸다.
79.
민왕(閩王)이 감귤을 열 개씩 봉해서 사람을 시켜 스님께 보내고 편지를 써서 물었다.
“이 감귤은 다 같은 빛을 하고 있는데 어째서 이름이 다릅니까?”
스님께서 받아보시고는 도로 봉해서 왕에게 돌려보냈다. 왕은 다시 현사스님에게 보내서 물어보았더니 현사스님은 큰 종이 한 장으로 뚜껑을 덮어버렸다.
80.
상당하여 대중들이 다 모이자 스님께서는 나무로 만든 공을 굴려 보내니 현사스님이 공을 잡아다가 있던 자리에 도로 갖다 놓았다.
또 하루는 현사스님이 찾아오자 스님께서 세 개의 나무 공을 한꺼번에 굴려 보내니 현사스님이 비스듬히 자빠지는 시늉을 해보였다. 스님께서 “보통 몇 개의 공을 사용하는가?”라고 하니 현사스님이 “셋이 곧 하나며 하나가 곧 셋입니다”라고 하였다.
81. 한 스님이 스님께 묻기를, “스님께서 요점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하자 스님이 “이것은 무엇인가?” 하니 그 스님은 이 말 끝에 크게 깨달았다. 82. 스님께서 남제(南際)장로를 전송하느라 문 밖에 나가서 여자절을 올리자 남제장로는 손을 모으고는 예, 예, 하며 답례하였다. 이에 스님께서는 손을 높이 흔들고 돌아왔다. 83. 스님께서는 입적을 앞두고 손수 탑명(塔銘)과 거기에 딸리는 서문을 지으셨다. 인연 따라 존재하는 것은 무엇이나 처음에서 끝까지 생겼다가 허물어지고 인연 따라 생기지 않은 것은 영겁이 지나도록 항상 견고하니, 견고한 건 남고 허 물어지는 건 없어진다.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모든 것이 흩어져 달아날 죽음을 맞기 전에 미리 준비 좀 한들 어떠랴. 그런 까닭에 돌을 포개서 방을 짓고, 나무를 잘라서 함을 만들고, 흙을 싣고 와서 흙더미를 쌓아 감실(龕室)을 마련하는 것이다. 모든 준비가 다 끝나면 머리는 남쪽으로 두고 다리는 북쪽으로 향해 뻗고 산을 베고 눕게 된다. 죽음을 맞으며 꼭 부탁할 일은 길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나의 뜻을 어기지 않고 마음을 아는 이는 내 뜻을 바꾸지 않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다시 한번 부탁하노니 부지런히 힘써 주면 다행이겠다. 설령 뒷날 크게 교화를 펼친다 해도 그것이 당장에 바른 안목을 조용히 넓혀가는 것만 하겠는가. 잘 생각하고 자세히 살펴 생각하여라. 명(銘)하여 말하였다.[설두(雪竇)스님은 여기에 주를 달았다]. 형제들 네 거리에 늘어서서 [나라에 두 임금 없으니 / 알겠느냐?] 한마음으로 한모습 익힐지니라 [바람이 지나가면 풀이 눕는다. / 막바로 한 말일지니라!] 토지의 주인을 송산(松山)이라 하고 [사방을 돌아봐도 끊어지지 않고 / 보아라!] 난탑(卵塔)을 난제(難提)라 부른다 [홀로 모습 드러내었도다 / 위험하구나.] 다시 오랑캐 집안의 가락 있으니 [하나는 서쪽, 하나는 동쪽이니 / 큰일이구나!] 그대들은 꼭 알아두어라 [남쪽에서도 또 북쪽에서도 소리가 난다. / 알겠느냐.] 나는 진흙소의 울부짖음을 노래하리니 [듣더라도 고개 들지 말아라. / 하하하.] 너는 나무말의 울음으로 화답하여라 [보았으면 눈을 감아야 한다. / 손뼉을 쳐라.] 꼭 좀 보아라. 오뉴월인데 [어찌 부질없는 말이겠느냐? / 맞다.] 얼음조각이 긴 거리에 가득하구나 [자질구레한 일이 아니다. / 괴롭구나!] 장작불 다 타고 불꺼진 뒤에 [가는구나 가는구나 누구와 함께 가는가? / 잘 사시오.] 밀실은 진흙처럼 문드러지겠네 [반드시 이런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 / 노력하라.] 兄弟橫十字 同心著一儀 土主曰松山 卵塔號難提 更有胡家曲 汝等切須知 我唱泥牛吼 汝和木馬嘶 但看五六月 氷片滿長街 薪盡火滅後 密室爛如泥
양(梁 : 당나라 말 5대의 後梁) 개평(開平) 무진년(908)에 스님께서 병이 들었다. 민왕이 의원에게 명하여 치료토록 하자 스님께서는 “나는 병이 난 것이 아니다” 하면서 끝내 약을 드시지 않았다. 그리고는 남기는 글을 지어 법을 부촉하셨다.
5월 2일 아침에 남전장(藍田莊)에 갔다가 저녁에 돌아와 목욕을 하고 한밤중에 입적하시니 나이는 87세, 법랍은 57세였다. 이에 본원(本院)의 방장에 탑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