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스님께서 남기신 훈계 [師遺誡]
5. 스님께서 남기신 훈계 [師遺誡]
여러분들에게 알린다.
거품 같고 허깨비 같은 인연으로 생긴 것은 가고 옴이 정해져 있지 않다. 나는 거의 40년 동안 한번도 입이 아프게 여러분에게 권하지 않은 적이 없는데, 요즘 불법이 흐려져서 신심있는 신도들까지도 오직 세속일에만 은근히 마음을 쏟는다. 또 큰 스님들도 마침내 돌아가시고 나면 훌륭한 보은이 없다 하여 세상의 예법이 이미 불법과 상응되지 않고 있으니, 이 역시 조금은 반성하고 살필 점이 있다.
만약에 나의 4대가 흩어지거든 먼저 이미 마련한 나무 관과 석감(石龕)이 있으니 모든 것을 예전 나의 뜻에 의거하여 진행하라. 따로 봉분이나 탑을 만들어서는 안되며 또 빈소를 차리거나 상복을 입어서도 안 된다. 혹 한 자 수건에 한 방울의 눈물이라도 떨어뜨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사문이 아니며 우리 권속이 아니다. 하물며 아이고! 하며 통곡을 한다면 이는 오직 속인의 짓거리를 하는 셈이며 자못 종문을 욕되게 하는 일이다.
또 혹 규칙을 지키지 않는 이가 있으면 법에 의하여 쫓아내라.
이 절의 연장자 중에 지혜를 따르는 사람이 있으면, 이 사람을 우러러 함께 법에 따라 종문의 법통을 내려주되 함부로 떠벌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그뒤 주지하는 일은 부용스승님의 법규에 따라야 한다. 또한 이제까지는 한번도 비구니 제자를 수계한 일이 없으니 내가 죽고 난 다음에도 절대로 비구니가 마음대로 들어올 수 없게 하여 세상의 비난과 의심을 면하는 것을 항상된 규칙으로 삼아야 한다.
아울러 절에 들어온 뒤에 절대로 주지와 따로 상의해서는 안된다.
개평(開平) 2년 (908) 무진 4월 28일, 사문 의존(義存)이 발표하노라.
스승[先師]이 정하신 주지에 관한 규칙은 그 말씀을 받들어 명령장을 내려서 원래의 규정 조항에 따라 시행토록 한다.
개개 스님이 동자승을 출가시키거나 사사로이 농사를 짓거나 밥냄새를 멋대로 적셔서 대중과 따로 밥을 먹는 일을 허락하지 않는다.
절의 물건을 맡기거나 주는 일, 집채를 잡히거나 수리하고 옮기는 일도 이에 준하여 금한다.
때는 건덕(乾德) 3년(965) 을축 5월 12일, 천하병마대원수 수상서(天下兵馬大元帥受尙書) 오월국(吳越國)의 왕숙건(王俶建)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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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스님께서 정한 규칙[師規制]’과 ‘스님께서 남기신 훈계[師遺誡]’에 대해 왕숙건이 붙인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