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마루 2015. 6. 10. 22:45

발문 (跋文)

 

 

 진각(眞覺) 큰스님은 당나라 말, 5계(五季)의 분열시대에 뛰어난 인물이셨다. 덕산 스님의 몽둥이 한 대에 물통바닥이 쑥 빠지듯 한 다음 곧 오산(鼇山)의 객사[]에서 차가운 달빛을 보았고, 상골봉(象骨峰)에서 눈이 개인 경지를 얻게 되었다.

 한 국자에 제호(醍醐)를 담아 잡고 세 개의 나무공에 대용(大用)을 나타내셨으니,

그 줄기는 두 종문*으로 나뉘었으나 도는 여러 조사를 넘어섰다. 이는 마치 백억 대의 수레 같은 우뢰가 사천하에 울려퍼져 멀리 백세까지 확산되면서 그 소리는 더욱 굉장해지는 것과 비슷하다.

 나아가 스님께서 기봉을 드리워 보여 주시고 가르쳐 주시니 그 지극한 말씀과 큰 가르침은 가슴에서 흘러나와 하늘을 덮고 땅을 덮었다. 그리하여 광릉(廣陵)에서 탄 곡조 아래 다른 소리들은 부끄러워 다시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듯 하였다.

 그러나 지난날 난리를 겪으면서 목관이 남아 있지 않았는데, 복성(福城)의 각여(覺如) 거사가 모연(募緣)하여 다시 간행하여 스님의 전기를 널리 알렸다.

 이를 읽는 사람이 혹 말씀 밖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면 양춘(陽春)의 백설곡(白雪曲)이나 대아(大雅)의 정음(正音)이 모조리 이 안에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혹 아직도 알지 못하겠거든 북을 쳐서 운력이나 해 보아라.

 

때는 지치(至治) 신유년(1321) 6,

설봉산에서 조사를 이은 비구 오일(悟逸)이 공경히 발문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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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봉스님에게 운문종과 법안종이 나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