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사록 中] 1.
현사록
中
1.
덕언(德彦)스님이 다섯가지 질문을 하고 답변을 청하니 스님께서는 답변과 함께 게송까지 지어 주셨다. [물음 한마디마다 세 구절로 답하였다]
첫번째 물음
"어떻게 3구(三句)를 설명해야 사람을 위하는 부처입니까?"
"제 1구(第一句)라면 '맨끝이 그대 덕언이다'라고 하겠다. 제 2구(第二句)라면 '그대는 무슨 일을 물었으며,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겠는가?'라고 하겠다. 제 3구(第三句)라면 '세간에 나와도 알아줄 이 없는데 무슨 이론을 지으랴'라고 하겠다."
제 1구를 노래함
심법(心法)은 매우 분명하여
사람마다 스스로 믿음이 나네
만법이 온통 이것이니
하나의 이치에서 나를 깨달아 공평하다네.
心法甚分明 人人自信生
萬法全體是 一理證我平
제 2구 살활기(殺活機)를 노래함
한마디에 두 이치가 번갈아들어
묘한 작용은 자재함을 얻었어라
기봉을 움직인 뒤에
뭇중생을 널리 이익케 하네.
一句二理更 妙用得縱橫
轉得機鋒後 廣利於群生
제 3구 자비와 지혜를 회향하여 자비삼매[慈定] 드러냄을 노래함
허공 같은 큰 도는 가는 티끌 끊겼고
겹겹의 세계는 성품바다의 몸이어라
시방삼세에 따로 부처 없으니
만가지 신통한 작용이 나의 진실일 뿐이라오.
大道虛空絶纖塵 重重世界性海身
十方三世無別佛 萬般神用只我眞
두번째 물음
"어떤 것이 어떤 설명을 한다면 그것을 긍정하십니까? 문수(文殊)의 지혜를 거두어들이는 것입니까?"
"그대는 제 1구를 알고 싶은가. 그대도 이렇게 사람에게 질문할 줄을 아는구나. 제 2구를 알고 싶은가. 그대는 나의 지혜를 통하여 가지고 문수를 붙들어 오너라. 제 3구를 알고 싶은가. 네 할아버지나 내 할아버지나 큰 지혜는 으레껏 같은 법이다. 이를 긍정하겠는가?"
제 1구를 노래함
일구에 자성이 생겨
보는 일마다 공평치 않음이 없어라
허공 전체가 이것이니
시방의 부처님이 한 형제라네.
一句自性生 見事無不平
虛空全體是 十方佛弟兄
제 2구를 노래함
자비와 지혜는 참되고 항상함을 드러내니
2구에서 너와 내가 빛나고
법마다 자유로움 얻어
기봉이 파란 도장, 노란 도장을 찍어낸다.
悲智顯眞常 二句你我彰
法法得自在 機鋒印靑黃
제 3구를 노래함
너와 나의 조상은 지혜와 자비가 으뜸이니
자비삼매의 인과는 절로 같아라
화장세계 바다 같은 티끌국토는
겹겹으로 환히 드러나 다른 모습 없어라.
你我祖翁智悲宗 慈定因果自然同
華藏世界塵刹海 重重顯現無別容
세번째 물음
"어떻게 보현(普賢)을 설명합니까. 무엇이 행문(行門)이며, 또 어떻게 그 본행(本行)을 설명해야 합니까?"
"제1구라면 '그대는 이름이 무언가?'라고 하겠다. 제2구라면 '그대가 가면 상대방은 서는데, 보현은 어느 곳에 있겠느냐?'라고 하겠다. 제 3구라면 '주객[賓主]이 모두 그렇지 않은데 어떻게 말하겠느냐?'라고 하겠다.
제 1구를 노래함
가고 섬이 본래 똑같아
자기란 본래 생겨남이 없어라
법마다 모두 그러하여
일구(一句)도 서로 번갈아드네.
行立本來平 自己本無生
法法皆如是 一句也相更
제 2구 전환(轉換)을 노래함
두 이치 두 의미를 거두니
응용이 자유로움을 얻고
살 길[生機]을 빼앗은 뒤에
빛을 놓는 심색(心色)은 그윽하여라.
二理二義收 應用得自由
奪下生機後 放光心色幽
제 3구 자비삼매[慈定]를 노래함
열 겁 만행을 빈틈없이 행하니
해인(海印)은 모두 자유로워
고금에 전부 생멸하던 것을
털끝에서 일시에 거두네.
十重萬行周 海印皆自由
古今全生滅 毛端一時收
네번째 물음
"어떻게 이치에 계합해야 3구의 관음행(觀音行)으로 어디든지 잘 응할 수 있습니까?"
"첫번째는 듣는 가운데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대는 무슨말을 하겠는가. 두번째[二位]는 듣고 생각해서 아는 것이다. 여러분은 모두 이 스님이 이렇게 묻는 것을 보는데, 이것을 어떻게 말하겠는가? 3구가 참되고 항상함에 응하니 대중이 백호광을 이끈다. 어찌해야 이치에 계합하겠는가?"
제 1구를 노래함
한 이치가 본래 일정하게 행해져
너에게 다시 좀더 말해 주노라
신심이 지혜작용에 의지하니
사구(死句)까지 다 공평하고 공평하다.
一理本常行 道你一分更
信志依智用 死句兩平平
제 2구 전환구(轉換句)를 노래함
전환구 고금에 빛나고
살리는 기틀은 가장 그윽한데
인아(人我)에 모두 집착 없으니
같은 길 가는 이 모두 지음(知音)이라오.
換句耀古今 生機最幽深
人我皆無著 同道盡知音
제 3구 자비삼매[慈定]를 노래함
숨고 나타나며 백호광 놓으니
가는 티끌은 참되고 항상함에
만가지가 똑같은 부처님 국토
바다 같은 그 법회 실로 당당하여라.
隱顯放毫光 纖塵應眞常
萬般同刹佛 海會實堂堂
다섯번째 물음
"일분유주(一分流注)와 이분전칙(二分轉側)과 삼분동전(三分同銓)의 바다 같은 모임에 어떻게 계합해야 할지 스님께서는 자비를 베푸셔서 이 3분법성(三分法性)에 한마디 한마디 대답해 주심시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1분(一分)에 대해서는, 우선 본래 빠짐없이 만족하여 불생불멸(不生不滅)하고 무거무래(無去無來)함을 믿어야 하니, 하루 상응하면 하루 불성(佛性)이다.
2분(二分)에 대해서는, 그 자유자재한 기봉은 전혀 막힘없이 곳에 따라 응용함을 알아야 하니, 이를 2분불성(二分佛性)이라고 부른다.
3분불성(三分佛性)의 경우는 모습을 빠짐없이 갖추었다. 그러나 명칭으로는 사물을 얻는 일이 없고, 행으로는 티끌을 여읜 것까지도 끊긴 작용이다. 자재하게 감응해 나타나고 걸림없이 펴고 말아 들인다.
이러한 도리는 우선 간략히 말한 것이며, 만일 다 말하자면 끝날 기약이 없다."
덕언스님이 스님께 여쭈었다.
"저를 위해 좀더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그 중에서 무엇이 앝고 깊은지를 알고 싶으니 스님께서는 자비를 게을리하지 마소서."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다면, 모든 부처님 · 보살 · 조사가 다 광대자재하게 이 법문을 행한다. 그러므로 '아버지의 이름으로 너의 자(字)를 아니, 아버지의 이름은 천홍(天洪), 어머니의 이름은 팽질(彭質)이다. 황제(皇帝)가 너를 낳아 3분불성이 있어 이러한 견문각지를 갖추게 되었음을 알게 하였다'고 하였다. 이처럼 말했으니 다시 그대를 위해 설명하리라.
제1구의 강종(綱宗)이라면 무엇보다도 스스로 알아차리기만 하면 되니, 있는 그대로 빠짐이 없어 시방세계가 다하도록 다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오직 그대 자신일 뿐인데 다시누구를 시켜 보게 하고 누구를 시켜 듣게 하랴. 전적으로 그대의 심왕(心王) · 심소(心所) 그대로가 완전히 부동불(不動佛)이 되었으나 스스로 알아 차리지 못할 뿐이다. '방편문'을 연다고 한것은 다만 여러분이 한 부분의 진상(眞常)이 유주(流注)함을 믿어주었으면 해서이다. 이것은 예나 지금이나 옳지 않은 것도 없고 틀리지 않은 것도 없다. 이같은 한마디는 평등한 법문을 이룬다. 왜냐하면 말을 가지고 말을 부정하고 이치를 가지고 이치를 부정하는, 보편적이고 항상한 성상(性相)이 뭇중생을 맞아 이롭게 하고 설법하여 사람을 제도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온갖 종류의 중생이 모두 이 은혜를 입는다'고 하였으니 무엇보다도 스스로 부처가 됨을 믿어야 한다.
이렇게 이해해야 그것을 '1구(一句)의 진상이 유주한다'고 할 수 있다. 철륜왕(鐵輪王)의 지위와 동등하여 십신초심자(十信初心者)도 바보 같은 생각을 내지 않고 단상(斷常)의 견해를 짓지 않는다. 이럴 수 있다면 반드시 자기진여(自己眞如)가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종지(宗旨)에서 보자면, 그것도 앞만 밝고 뒤는 밝지 못한 것이다. 이 공평하고 진실함은 법신을 부분적으로 증득하는 도량이 있으나 격식을 벗어난 도리는 없으므로 한 구절에 죽어 있으면서 자유로운 분수가 없다.
이제 격식에서 벗어난 도량을 알았다면 마음의 마군[心魔]에게 부림을 받지 말며, 아성(我性)을 집착하지 말라. 손아귀에 들어오면 바로 오롯한 경지[落落地]로 바뀌어야 하며, 말은 대도에 통하여 공평하다는 견해도 내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제 1구의 강종이다.
제 2구의 경우는 인(因)으로부터 과(果)를 설명한다. 평등일여(平等一如)한 이치에 집착하지 않고 방편으로 자리를 바꾸고 기연(機緣)에 투합한다고 부른다.
자재하게 살리고 죽이며 상황에 맞게 주고 빼앗으며 생사에 드나들며 삼천하(三天下)를 널리 이익되게 하여 현재 대중을 제도한다. 모든 부처님의 도는 동일하여 색(色) · 욕(欲) · 견(見) · 애(愛)의 눈앞에 나타난 모든 번뇌를 제거하는 것이니, 너는 지금 무엇을 번뇌라고 부르느냐? 알고 싶은가? 나는 여러분을 위해서 설명하리라.
그대가 지금 눈으로 좋고 싫은 것을 보고 색(色)의 부림을 받아 몸을 구속받는데, 이것을 '색에 머무는 번뇌[色愛住地]'라고 부른다. 그 색애(色愛)의 번뇌는 색이 있었다 하면 바로 욕(欲)이 있고 망심(妄心)을 일으키는데 탐욕이 견고하기 때문에 '욕망에 머무는 번뇌[欲愛住地]'라고 부른다.
저 욕애번뇌는 탐욕 때문에 바로 갖가지 견애(見愛)를 일으켜 허망하게 분별한다. 아버지의 정기와 어머니의 피를 탐하여 아 · 인(我人)에 얽매이고 집착하여 주관[能]과 객관[所]을 반연하는데 이를 '견애에 머무는 번뇌[見愛住地]'라고 부른다.
그 견애번뇌는 현재 눈앞에서 생멸하면서 어디서나 유(有)에 집착하고 무(無)에 막혀 모든 뒤바뀐 생각을 일으킨다. 그 때문에 4주지번뇌[四住煩惱]가 한 생각의 무명(無明)과 화합하여 삼계고락의 인(因)을 이루고 밤낮으로 얽어매어 자유를 얻지 못하게 한다. 이로부터 도의 안목[道眼]을 미혹하여 항상 윤회의 고달픔 속에서
해탈을 얻지 못한다.
지금 여러분은 알고 싶은가? 이 무명의 허망한 유래를 알기만 하면 자연히 색(色) · 욕(欲) · 견(見) · 애(愛)의 4주지번뇌에 매이지 않으리라. 그래야만 비로소 '3계의 불성(佛性)'을 초월했다 할것이다. 삼천하(三天下)의 동륜(銅輪) · 은륜(銀輪)의 지위와 10신(十信) · 10주(十住) · 10회향(十廻向) · 5위(五位) · 6위(六位)가 다같이 살리고 죽이는 기틀을 증득하여, 서로 자유자재하게 바꾸며 곳곳에서 통하고 꿰뚫는다. 이같은 도리라야 격식에서 벗어났다는 말을 쓸 만하다. 응용이 사방에 통하고 자비와 지혜가 숨고 나타나면서 예와 지금에 빛이 드날려 있지 않은 것이 없고 없지 않은 것도 없다.
이와 같아야만 두 이치를 함께 밝히고 두 의미를 나란히 비출 수 있어서 두 극단의 요동은 받지 않고 오묘한 작용이 눈앞에 나타나 2분(二分)불성을 널리 이익되게 한다.
제 3구의 경우는 본지성성(本智性相)의 본연이 있음을 알아 양(量)을 초월한 지견(知見)에 통달하여 음양(陰陽)을 밝히고 항하사 세계에 두루한 것이다. 일진성상(一眞性常)은 원래 항상하여 커다란 작용이 눈앞에 나타나 고정된 방향없이 응화한다. 온전히 작용하면서도 하나도 작용하지 않고, 온전히 발생하면서도 하나도 발생하지 않는다. 평상의 생각에 집착하지 않고 너와 나라는 주관에 집착하지 않으며, 생사에 드나들면서 응용이 자재하여 고덕(古德)의 성상(性相)을 환히 나타내고 조부(祖父)가 한량에 통하던 정진(情塵)을 밝힌다.
본성은 진실하고 변함이 없어 생멸의 법문(法門)이 없고 사천하(四天下)를 널리 이익되게 한다. 3세의 모든 부처님에게 법을 설하는 스승이 되어, 해인삼매(海印三昧)가 일시에 뭇중생들의 일념 가운데 나타나고 열 가지 화장세계(華藏世界)의 바다 같은 법회가 빠짐없이 갖춰 있어 네 윤왕[四輪王]의 응용과 같으니 이를 '원래 항상한 움직이지 않는 지혜'라고 부른다. 불성대해(佛性大海)의 본심은 광대하게 비추고 원만하게 밝아 성상(性相)이 자재하니 이와 같아야만 '5위(五位) · 6위(六位)'라고 부른다. 여기서는 인(因)을 통해 과(果)를 드러내고 과를 들면 인까지도 자비삼매의 문[慈定門]에 들어가니 옳지 않음이 없고 틀리지 않음도 없이 성상이 여여하다.
금륜왕(金輪王)과 지위가 같아서 사천하(四天下)를 통솔하여 위로는 모든 하늘부터 아래로는 지옥에 이르기까지 다 자유를 얻는다. 무명번뇌(無明煩惱)와 견혹(見惑) · 사혹(思惑) 등 티끌모래 같은 무지의 번뇌를 이미 조복받았으므로 하는 일마다 모두 허공으로 자리를 삼은 것 같아 이를 '법신대사(法身大士)'라고 한다. 인선삼매(印漩三昧)를 갖추어 보신과 화신을 나타내니 천지를 움켜잡고 다시는 다른 일이 없다."
이 세 구절을 스님께서는 각각 게송으로 노래하였다.
제 1구를 노래함
있는 그대로 완전한 본래 몸
마음마다 색(色)마다 나의 진실일 뿐
법마다 생함 없으니 본래 멸함이 없고
유주(流注)가 한결같아 눈앞에 가득 차네.
具足現成是本身 心心色色只我眞
法法無生本不滅 流注一如鎭目前
제 2구를 노래함
이구(二句)의 동륜왕 · 은륜왕이 자재로움 얻어
바퀴 속에서 이리저리 구르며 한 번도 쉬지 않네
한 진상(眞常)의 성품을 빼앗아
큰 활용이 나타나니 실로 그윽하여라.
二句銅銀得自由 輪中轉側未嘗休
奪得平等眞常性 大用現前實是幽
제 3구를 노래함
응용이 겹겹인 화장세계(華藏世界)
시방삼세가 성품바다로구나
밝고 밝은 법계에는 가는 티끌도 끊겨
큰 지혜는 둥글고 밝아 마음바다에 도장 찍노라.
應用重重華藏界 十方三世性海在
明明法界絶纖塵 大智圓明印心海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이렇게 될 수 있으면 3구를 일시에 운용하여 모두가 자유자재를 얻었다 할 만하다. 이 뒤로도 반드시 스스로 살펴야만 하며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몸조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