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현사록玄沙錄

[현사록 中] 29.

쪽빛마루 2015. 6. 18. 23:24

29.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태위와 모든 관료, 그리고 대사 · 대덕들이여, 무엇인지 알겠습니까? 모른다면 지금 산승이 설명하는 분분한 말을 듣도록하시오.

 태위여, 사람마다 이렇고 사람마다 그러하여 있었던 적도 없고 없었던 적도 없으며, 예나 지금에나 모두 통하여 광대자재합니다. 3세 모든 부처님이 넓디넓게 법륜을 굴리는데, 숨기도 하고 나타나기도 하면서 통하지 않는 곳이 없고 꿰뚫지 않는 곳이 없으니 이는 어떤 사람의 경지이겠습니까? 이것은 아마도 법화경의 말씀이 아니겠습니까? 아마도 유마 · 열반 · 능가 · 사익경의 말씀이 아니겠습니까? 어째서 그렇겠습니까?

 태위여, 조사가 특별히 이렇게 찾아와 심인법문(心印法門)을 직접 전한 것은 위로는 모든 하늘에서 아래로는 모든 군생에 미치기까지 모두 부처님의 지견(知見)을 한 소리로 연설하여 함께 해탈을 받게 하려 하였기 때문입니다.

 여기 태위와 모든 관료, 그리고 대사 · 대덕들은 모두 영산회상에서 함께 법우(法友)가 되어 지금에야 서로 만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절을 세우고 불법을 깊이 존중하며, 또 이렇게 공양하려는 마음을 내는 것입니다.

 태위여, 옛날의 도반들과, 또 그때 들었던 법문을 알고 싶으십니까? 잘 들으십시오. 태위의 일상생활 그대로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빈틈없고 밝은 경계여서 그 어떤 법도 이것 아님이 없습니다. 태위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태위를 위해 설법하니 이것을 무어라고 해야 되겠습니까? 그러므로 큰 도는 텅 비고 융통하며 성품과 모습이 가지런히 비추어 백호광을 나타냅니다. 세상의 왕[人王]으로 나타나 왕 중에 자재를 얻기도 하고, 법왕(法王)으로 나타나 법왕 중에 자재를 얻기도 하는데, 지금 태위가 이렇게 자유자재하니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릅니까? 바로 이것이 함께 법우가 되었던 것이 아니겠습니까. 알맞게 사용함에는 깨달아 아는 것이 있어야 할 것이며, 마음자리인 법의 근원에 문득 계합해야 할 것입니다.

 태위여, 사람마다 빠짐없이 갖춰져 있으며 예나 지금에 항상하여 한 법도 옳지 않음이 없고 한 법도 틀리지 않음이 없습니다. 알든 모르든 여러분의 이론을 꺼내 보십시오. 금강(金剛)의 눈동자를 결단코 취하는 일이 지금에 있을 뿐입니다. 있으면 나와 보십시오."

 태위가 물었다.

 "무엇이 매일 작용하는 일입니까?"

 "조금 전에 무얼 물었습니까?"

 "지금 묻고 있습니다."

 "어디를 갔다 왔습니까?"

 

 명진대사(明眞大師)가 물었다.

 "지극히 존귀하심은 법왕과 국왕만한 이가 없습니다. 밝고 묘함을 아는 자는 어떻습니까?"

 "자기일 뿐이다."

 "이론으로 묘함을 말합니까?"

 "어디 갔다 왔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

 "대도 자체가 진실일 땐 어떻습니까?"

 "그대는 무얼 물었는가?"

 

 한 스님이 물었다.

 "진실도 성립하지 못하고 허망함도 나지 않을 땐 어떻습니까?"

 "진실이고 허망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어떻게 해야만 목전을 범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목전이 저기에 있다."

 "집어내질 못하겠습니다."

 "알았느냐?"

 "분부하셨습니까?"

 "실마리를 어지럽히고 있군."

 

 한 스님이 물었다.

 "말로는 하지 못할 곳을 스님께서는 말씀해 주십시오."

 "이렇게 전도될 수 있다니."

 

 승정대사(僧正大師)가 절하고 물었다.

 "태위가 불법을 존중하여 스님께 대중을 위해 의심을 결단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조금 전에 말하지 않았더냐."

 "다시 말씀해 주십시오."

 "스스로 물어 보라."

 

 초경대사가 물었다.

 "이치가 계합하여 정해진 방향이 없고 말이 맞아서 진실에 타당하다면 어떻습니까?"

 "말이 맞다 해도 진실에 타당한 적은 없다."

 "그렇다면 예나 지금이나 항상하겠군요."

 "그래도 분수 밖은 아니라네."

 "어떤 세계입니까?"

 "초경의 세계이지."

 

 한 스님이 물었다.

 "목전의 존자께서 말씀하시는 현묘함은 어떤 일입니까?"

 "그대는 무슨 망언을 하는가."

 

 한 스님이 물었다.

 "어떤 수행이력을 쌓아야 이런 작가 선지식이 될 수 있습니까?"

 "수행이력도 모른다고 하는구나."

 

 백법론(百法論)을 가르치는 강주가 물었다.

 "무엇이 종문 가운데의 일입니까."

 "대덕의 일이지."

 "어떻게 해야만 체득해 알 수 있습니까?"

 "체득해 알 것이 없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격식을 벗어난 현사스님의 말씀입니까?"

 "이 전도된 놈을 좀 보아라."

 

 한 스님이 물었다.

 "두 성인과 한 왕이 무슨 법을 설해야만 중생을 제도하겠습니까?"

 "태위여, 이 스님이 도리어 작가 선지식입니다."

 "어째서 도리어 그렇습니까?"

 "그렇게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안국원(安國院)의 격식을 벗어나 사람을 위하는 도리입니까?"

 "그대의 할아버지 이름은 무엇인가?"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위대한 작용을 눈앞에 나타내는 사람입니까?"

 "위대한 작용도 모른다고 하는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직접 전해받은 일을 스님께서는 말씀해 주십시오."

 "나는 사씨(謝氏) 늙은이의 아들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어떻게 해야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습니까?"

 "어디로 빠져나가려느냐?"

 "저는 모르겠습니다."

 "나도 모른다."

 

 한 스님이 물었다.

 "천지를 꽉 쥔 사람이 찾아오면 스님께서는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하늘이고 땅이다."

 "여러 성인들이 구름처럼 모여들고 태위가 우러러봅니다. 스님께서는 거듭 말씀해 주소서."

 "그대는 북쪽에서 찾아온 길손이 아니더냐."

 

 한 스님이 물었다.

 "날마다 어떻게 작용해야만 도(道)와 서로 부합하게 됩니까?"

 "그대는 저쪽에 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성색(聲色)에 응하지 않는 불법입니까?"

 "성색이 어떻게 응하지 않는다 말하더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스스로 누리는[自受用] 일입니까?"

 "그대는 행각승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색(色)의 진짜 성품입니까?"

 "그대는 이름이 무언가?"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저의 마음입니까?"

 "태위의 마음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정말로 긍정하며 소중히 여기는 사람입니까?"

 "그대는 나를 긍정하느냐?"

 "긍정하며 소중히 여기지 않습니다, 스님."

 "그대는 아직도 실마리를 어지럽히는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샛별이 출현했을 땐의 일입니까?"

 "그대는 무얼 물었는가?"

 "타당하지 않습니다."

 "타당하고 안하고는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한 스님이 물었다.

 "당장에 부사의(不思議)를 얻었을 땐 어떻습니까?"

 "그래도 칠통이군."

 

 한 스님이 물었다.

 "3승교(三乘敎)의 종지가 모두 지침이 되니 스님께서는 그대로 말씀해 주십시오.'

 "그대는 동보국(東報國)의 스님이 아니던가."

 

 유경(惟勁)스님이 물었다.

 "어떻게 받아 누려야 자행삼매(自行三昧)를 얻을 수 있습니까?"

 "그대는 유경이 아니던가."

 "유경인지 모르겠습니다."

 

 한 스님이 물었다.

 "경전의 말씀을 들으니 '내가 여래를 관찰해 보니 전생에서 오지도 않고 후생으로 가지도 않으며 지금에도 머물지 않는다'라고 하였는데 무엇이 여래입니까?"

 "대덕은 여래도 모르는군."

 "어째서 그렇게 되어버렸습니까?"

 "그렇게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태위는 불법을 매우 존중하며 고금을 훤히 아니 이 일은 어떻습니까?"

 "그대는 어디 갔다 왔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

 "도인끼리 만나면 어떠한 도리든 풀어놓지 않음이 없습니다. 스님께서는 도와주지 마십시오."

 "그대는 자기 솜씨가 나타난 줄을 아는가?"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3세 모든 부처님이 눈앞에 나타나는 도량입니까?"

 "그대는 도량을 몰라서는 안된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현재 있는 그대로의 도량입니까?"

 "그대는 그대로 따라하는 사람이 아니로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일체법이 빈 모습[空相]입니까?"

 "향로다."

 "마지막 한마디를 스님께선 말씀해 주십시오."

 "앞이고 뒤이다."

  그리고는 게송을 지어 말씀하셨다.

 

마지막 한마디 가장 분명하여

묘한 이치 논하여 무생인(無生忍)을 깨쳤네

시방삼세를 한번에 설명하여

자유롭게 노닐으니 실로 마음 펴지네.

末後一句最分明  談玄話理證無生

十方三世一時說  任運逍遙實暢情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 태위가 불법을 존중하여 오래 서 있은 데 대하여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과거 · 미래 · 현재가 모두 이러하였습니다.

  태위대(台)의 깃발이 멀리 환영 나오고, 모든 대사들까지 오랜 시간을 서 있었던 점을 깊이 부끄럽게 생각하며 산승은 게송을 지어 말하겠습니다."

 

초경사 법당에 오늘 오르니

대지와 허공엔 가는 티끌도 끊겠네

이로부터 진실한 깨달음의 법회에 오르니

시방국토가 인연에 계합하네.

招慶法堂此日昇  大地虛空絶纖塵

自此登其眞覺會  十方國土契緣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