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송] 2.송 12.
각자선인(覺自禪人)에게 주는 글
도를 배우려거든 부디 강철 같은 뜻을 세우고
공부를 하려면 언제나 바짝 달라붙어야 하리
갑자기 탁 터지는 그 한 소리에
대지와 허공이 모두 찢어지리라
염불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글 · 8수
1.
깊고 고요해 말이 없으매 뜻이 더욱 깊었나니
묘한 그 이치를 누가 감히 헤아릴 수 있겠는가
앉고 눕고 가고 옴에 다른 일 없고
마음 가운데 생각 지니는 것 가장 당당하여라
2.
자성(自性)인 아미타불 어느 곳에 있는가
언제나 생각생각 부디 잊지 말지니
갑자기 하루 아침에 생각조차 잊으면
물건마다 일마다 감출 것이 없어라
3.
아미타불 생각할 때 부디 사이 떼지 말고
하루 종일 언제나 자세히 보라
하루 아침에 갑자기 저절로 생각이 붙으면
동쪽 서쪽이 털끝만큼도 간격 없으리
4.
사람들 잘못 걸어 고향에 돌아가지 않기에
이 산승은 간절히 또 격려하나니
문득 생각의 실마리마저 뜨거운 곳에 두면
하늘 땅을 뒤엎고 꽃 향기 맡으리
5.
생각생각 잊지 말고 스스로 지녀 생각하되
부디 늙은 아미타불을 보려고 하지 말라
하루 아침에 문득 정(情)의 티끌 떨어지면
세워 쓰거나 가로 들거나 항상 떠나지 않으리라
6.
아미타불 어느 곳에 있는가
마음에 붙들어 두고 부디 잊지 말지니
생각이 다하여 생각 없는 곳에 이르면
여섯 문에서는 언제나 자금광(紫金光)을 뿜으리라
7.
몇 겁이나 괴로이 6도(六途)를 돌았던가
금생에 인간으로 난 것 가장 희귀하여라
권하노니 그대들 어서 빨리 아미타불 생각하고
부디 한가히 놀면서 좋은 기회 놓치지 말라
8.
6도에 윤회하기 언제나 그칠 것인가
떨어질 곳 생각하면 실로 근심스러워라
오직 염불에 기대어 부지런히 정진하여
세상 번뇌 떨어버리고 그곳에 돌아가자
연상인(衍上人)에게 주는 글
참선은 제 마음을 참구해 갖는 것이니
부디 다른 물건따라 밖에서 찾지 말라
적적(寂寂)하면 다시는 사념(邪念) 일지 않고
성성한데 어떻게 화두가 어두우랴
등골뼈는 바로 한 가닥의 쇠이며
터럭은 만 냥 금을 녹여내니
60년을 그저 이렇게 나아갈 때는
총림을 압도하지 못할까 근심하지 않게 되리
시중 행촌 이암(侍中 杏村 李巖)에게 주는 글
대지에 봄이 돌아와 세계마다 풀렸는데
살구꽃 마을[杏花村]속에 경치가 무궁하다
남쪽에서 온 제비의 지저귐은 한가한 방안에 드는데
북쪽으로 가는 기러기 소리는 고요한 하늘을 뚫는다
비는 빨간 복숭아꽃을 씻으면서 묘한 이치를 펴고
바람은 흰 배꽃에 불면서 그윽한 종지를 떨친다
티끌마다 서쪽에서 온 뜻을 한꺼번에 노래하거니
어디 가서 애써 조사 늙은이 찾으랴
안렴사 김정(按廉使 金鼎)에게 주는 글
당당한 보배그릇이 집 안에 있는데
사바세계의 값으로 자취를 나타냈네
세 뿔은 3계 밖에 높이 뛰어났고
한 몸은 하나의 진공(眞空)세계를 둘러쌌다
하늘에 통하는 큰 입에는 서리꽃이 희고
뱃속에 가득한 식은 재는 빨간 불꽃을 피운다
이것이 바로 견고하고 오묘한 자체이니
항하사 겁에 그 작용 무궁하리
판서 박성량(判書 朴成亮)에게 주는 글
화두의 마지막 한 구절을 들되
반복하고 반복하여 의심을 일으켜라
의심하고 의심하다 의심이 없는 곳에서
허공을 걷어 엎고 한 번 크게 웃으리라
전덕림(全德林)에게 주는 글
완전한 덕으로 숲을 이루어 네 경계를 이루었나니
당당한 자체와 작용이 가장 확연하구나
그로부터는 번뇌스러운 꿈을 다시는 꾸지 않아
날마다 항상 공겁 이전의 세계로 다닌다
일을 계기로 대중에게 설법함
부디 평생의 처음 뜻을 따르고
남이 좋다 싫다 하는 것에 끄달리지 말라
좁은 입을 열 때는 뜻을 얻어야 하고
깊숙한 방울 늘 닫아둠은 세속 일을 잊기 위해서이다
때때로 티끌 번뇌 없애고
생각생각 도력을 약하게 하지 말라
백년의 광음이 얼마나 된다고
부질없이 뜬 세상의 시비를 보는가
대중에게 설법함
산과 강 온갖 형상이 별처럼 흩어졌으나
자세히 살펴보면 분명 별것 아니니
구부러진 나무와 서린 소나무는 모두 바로 자신이며
기이한 바위와 괴상한 돌도 다 남은 아니다
푸른 봉우리는 모두 고승(高僧)의 방이 되고
흰 묏부리는 그저 묘성(妙聖)의 집이 되니
여기서 다시 참되고 확실한 것 따로 구하면
분명 괴로운 사바세계 벗어나지 못하리라
홍시중(洪侍中)에게 주는 글
황제의 덕화 널리 퍼져 묘하고 참됨을 나타내어
삼추(三秋)의 사법(四法)으로 중생을 이롭게 하나니
어찌 당장에 털끝만한 기틀인들 드러내려 하겠는가
얼음과 눈은 겹겹하여 한 점 티끌도 없네
염시중(廉侍中)에게 주는 글
지극히 존귀하고 높으신 분
숲속으로 가난한 이 도인을 찾아오셨네
오늘에 존귀한 몸 무엇하러 오셨던가
세세생생에 나와 함께 참됨[眞]을 닦기 위함이리라
하찰방(河察訪)에게 주는 글 · 2수
1.
맑은 풍채 늠름한 한 지방의 관리가
숲속의 도인을 찾아주었네
멀지않아 단박에 몸을 뒤집어 내던지면
구름에 오른 두루미인 듯 뼈와 털이 차가우리
2.
날마다 온갖 문서 책상에 가득한데
얼음이나 옥처럼 맑고 깨끗해 아무런 어려움 없네
그때그때마다 판단하는 일 누구 힘을 입었던가
권하노니 빛을 돌이켜 스스로를 비춰 보라
교주(交州) 도안부(道按部)에게 주는 글
맑은 명성을 들은 지는 오래였는데
오늘 만나보매 과연 의심할 것 없구나
이(理)와 양(量)* 두 쪽 다 투철하나니
지금부터 우리나라 저절로 편안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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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가지 지혜. 이지(理智)는 깨닫는 지혜, 양지(量智)는 깨달음을 쓰는 지혜.
지수좌(智首座)에게 주는 글
절벽에서 한번 손을 놓아버리면
삼라만상에서 눈이 활짝 열리리
그로부터는 백천의 모든 불조들
그대와 함께 같은 눈으로 하하 웃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