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제
해 제
인천보감(人天寶鑑)은 세상사람들에게 귀감이 될만한 일들을 모은 것으로서, 주로 승려들의 이야기이며 유교와 도교에 관계되는 옛사람들의 이야기도 수집하여 편집한 책이다.
편집자인 담수(曇秀)스님은 서문에서 이 책을 편집한 의도를 두 가지로 말하고 있다. 그 하나는 옛 사람들의 훌륭한 일을 널리 세상에 알리기 위함이다. 그리하여 비석이나 어록, 짧은 기록, 또는 직접 들은 이야기들을 시대의 앞뒤없이 보이는대로 기록하였으며, 이것은 대혜스님의 정법안장(正法眼藏)을 본따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하였다.
둘째는 선(禪)을 닦는 이들이 오로지 선만을 주장하는 폐단을 경계하고 옛 사람들은 선과 율(律), 그리고 유교와 도교까지도 널리 터득하였음을 말하고자 함이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담수스님이 사명(四明) 절강성(浙江省)에 주석하던 소정(紹定) 3년(1230)에 스스로 서(序)를 쓰고, 난정 유비(蘭庭劉棐)의 서(序)와 고잠 사찬(古岑師贊) 의 발(拔), 그리고 영은사 묘감(妙堪)의 착어(着語)를 붙여서 2권으로 간행하였다.
옛부터 중국 총림에서는 이 책을 선림 7부서(禪林七部書)중의 하나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인천보감의 내용상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로 수록되어 있는 거의 대부분의 인물이 불교의 스님들이고, 그 중에서도 특히 천태종 스님들의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다.
맨 처음에 소개되는 담광법사(曇光法師)에서부터 열번째인 사명지례(四明知禮)에 이르기까지 모두 천태종과 관련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122단락 중에서 천태종에 관계되는 것이 약 40개이니 거의 1/3이나 되는 셈이다.
여기 수록된 천태종 스님들의 법계는 정리하여 해제 끝부분에 게재하였다.
이 법계도를 통해서 보면 이들은 모두 이른바 산거파(山居派)인 사명지례의 법손이며, 그 중에서도 선종과의 접근을 강조한 남병(南屛)의 후손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어떤 스님들은 법계가 분명하지 않아서 법계도에 들어가지 못한 분들도 있지만 이 법계도에서 볼 때 맨 마지막에 있는 북봉 인(北峯印 : 1148~1213)은 인천보감이 편집되기 불과 17년 전에 입적하였다. 그러나 선종의 스님으로서 담수(曇水)스님에게서 가장 가까운 시기의 스님은 불조 덕광(佛照德光 : 1121~1203)인데 약 50여 년 이전의 일이다.
둘째는 스님들이 속해 있는 종파에 따라 호칭에 차이가 있다. 즉 선종에 속한 스님은 선사(禪師), 율종계통은 율사(律師), 그리고 천태종 계통은 법사(法師)라 하여 종파가 분명히 구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천태종 초기의 스님인 남악(南嶽)의 경우에는 '남악선사'라고 한 경우도 있다.
셋째는 선종과 천태종 스님들과의 교류를 비롯하여 다른 종파간의 교류에 대한 언급이 많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종경록(宗鏡錄)에 대한 이야기로서 끝맺는데, 종경록은 선과 교, 천태, 유식, 화엄 등을 하나의 근원인 일심(一心)으로 귀결시키고 있는 책이다.
인천보감을 편집한 담수(曇秀)스님에 대해 살펴보면 그는 임제종 대혜파인 소옹 묘감(笑翁妙堪 : 1177~1248)의 법을 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인천보감에는 천태종 산거파의 스님들이 거의 모두 수록되어 있고, 또 북봉인스님까지 수록된 점으로 보아 담수스님은 이들과 관계가 깊은 분으로 추측된다.
더구나 사찬(師贊)의 발문에서 보면 "사명 땅 선객 담수공은……인천(人天)의 안목을 열어주었기에 보감(寶鑑)이라 이름짓고 원각사(圓覺寺)로 달려가 간행하고자 하였다"고 적고 있는데, 본문 속에 소개된 원각사 (본문 No.93)는 천태종에 속한 절이다. 담수스님이 인천보감을 간행하기 위해 찾아간 원각사와 본문 중의 원각사와의 관계, 나아가 담수스님과 천태종과의 관계 등에 대해서 더 연구해 봐야 할 것이다.
인천보감이 우리나라에 전해졌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한 기록이 없으므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전해졌으리라고 추측한다.
이 책에는 천태종에 관련되는 스님들의 이야기가 많이 수록되어 있는데 고려시대에는 의천(義天)에서 비롯되는 천태종(天台宗)이 있었다. 더구나 본문에 수록되어 있는 고구려의 바야(波若)스님(본문 No.58) 이야기는 일연(一然)이 편집한 삼국유사(三國遺事, 1384년 간행)에 비슷한 내용으로 수록되어 있다.(삼국유사 권5, 避隱 제8)
<천태종 법계도>
남악 혜사 ---- 천태 지의 ---- 장안 관정 ---- 좌계 현랑 ---- 형계 담연 --
(南岳慧思) (天台智顗) | (章安灌頂) (左溪玄郞) (荆溪湛然)
515~577 538~579 | 561~632 673~754 711~782
|
|-바야 스님
(波若)
562~613
-- 나계 의적 ---- 보운 의통 ---- 사명 지례 ------------------------
| (螺溪義寂) | (寶雲義通) | (四明知禮)
| 919~986 | 927~988 | 960~1028
| | |
- 고산 지원 - 석벽 행정 - 자운 준식 ---- 천축 사오
(孤山智圓) | (石壁行靖) (慈雲遵式) | (天竺思悟)
977~1022 | 963~1032 |
| |
- 석벽 행소 - 명지 조소 ---- 초암 도인
(石壁行紹) (明智祖韶) | (草庵道因)
| ?~1167
|
|- 해월 혜변
| (海月慧辯)
| ?~1073
|
|- 변재 원정- (辯才元淨) |
?~1091 |
---------------- |-- 법감 공우
| (法鑑恭愚)
|
|- 영산 칙장
(靈山則章)
-- 신조 본여 ---- 신오 처겸 ---- 북선 정범
| (神照本如) | (神悟處謙) (北禪淨梵)
| 982~1051 | 1000~1075 ?~1127
| |
| |- 사암 유엄
| | (樝菴有嚴)
| | 1020~1101
| |
| |- 법진 처함 ---- 양차공
| (法眞處咸) | (楊次公)
| 1016~1086 |
| |- 안국 원혜 ---- 진교 지선 ---- 증오 원지
| (安國元惠) (眞敎智僊) (證悟圓智)
| ?~1157
|
|- 정각 인악 ---- 전당 가구
| (淨覺仁岳) (錢唐可久)
| 992~1066
|
|- 남병 범진 ---- 고려 의천
(南屛梵臻) | (高麗義天)
?~1103 | 1055~1101
|
|- 원각 온자
| (圓覺蘊慈)
|
|- 차계 택경 ---- 목암 유명
| (車溪擇卿) | (牧菴有明)
| ?~1108 |
| |- 죽암 가관 ---- 북봉 종인
| (竹菴可觀) (北峯宗印)
| 1092~1182 1148~1213
|
|- 혜각 재벽 ---- 청수 법구
(慧覺齋壁) (淸修法久)
?~1127 ?~1163